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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철학

1. 저는 무대 위 ‘순간’을 기록합니다


저는 기억을 바탕으로 리뷰를 씁니다. 이미 지나간 순간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면, 그 공연은 제 글에서 다뤄지지 않습니다. 저는 공연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제작진과 배우들이 쏟은 노력을 존중합니다. 감동의 순간을 기록하는 이유는 저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연이 제 삶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통해 그 진심을 설명하려는 것입니다. 배우의 명성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보여준 존재감과 기여를 기준으로 씁니다.

2. 듣는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뮤지컬을 관람할 때, 누구나 각자의 기억과 취향, 기대에 따라 다르게 듣습니다. 명성이 곧 실력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외모나 마케팅, 시대 흐름이 인기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이징, 공명, 감정의 흐름 같은 요소들은 어느 정도 공통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귀는 다르지만, 긴장감과 호흡, 템포는 공유될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느낀 것을 바탕으로, 제가 들은 것을 설명합니다.

3. 저는 리뷰어의 위치를 압니다


무대에 서는 일은 용기와 헌신이 필요한 일입니다. 비평은 그 용기에 대한 해석일 뿐, 결코 같은 무게의 헌신은 아닙니다. 저는 늘 겸손한 태도로 임하려 합니다. 실망스러운 순간이 있더라도, 무대에 선 이의 용기를 기억하며 글을 씁니다.

4. 저는 정직하게 비평하지만, 공격적으로 쓰지 않습니다


제 리뷰는 때때로 제작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요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비난이 아니라, 해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아내려 합니다. 때로는 다른 연출이나 편곡, 번안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하나의 개인적인 시각일 뿐입니다.

5. 저는 제 자신을 리뷰 속에서 발견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비평가는 자신을 가장 많이 드러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비평가는 작품을 비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작품보다 비평가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낸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그 말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제 리뷰는 그 순간 울림을 준 장면과 극의 구조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자연스럽게 저의 시선이 담깁니다. 공연은 그 순간에 머무르지만, 리뷰는 그 순간을 남기고 다시 바라보는 렌즈입니다. 저는 객관성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진정성을 담고, 제 감상과 그 안에 담긴 저 자신을 함께 씁니다.

6. 변화의 힘과 위험을 모두 존중합니다


변화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원작의 재해석이나 번역, 번안은 감정을 새롭게 만들 수도,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와 원어 공연을 모두 경험하며, 톤과 프레이징, 싱크 하나하나가 감정의 진실성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느꼈습니다. 언어나 전달 방식의 변화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지만, 때로는 본질을 바꿉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예술은 정체됩니다. 이 공간은 변화의 용기와 그로 인한 긴장감 모두를 담고자 합니다.

7. 저는 소리와 존재감 사이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저는 무대에서 가창력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무대 위 존재감은 때때로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작고 섬세한 연기는 완벽한 음 하나보다 더 강렬한 울림을 가질 수 있습니다. 노래와 연기는 서로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8. 저는 스타 캐스팅에 신중합니다


멀티 캐스팅이나 아이돌 캐스팅에 대해 저는 복합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타의 이름은 표를 팔 수 있지만, 장기적인 예술적 가치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뮤지컬은 유연하고 살아 있는 예술이지만, 유연함이 기준의 완화를 뜻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유명세가 예술성을 덮는다면, 우리는 단지 공연의 질뿐 아니라 그 가능성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9. 저는 배우가 치르는 대가를 기억합니다


어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재능을 짐처럼 지고 살아갑니다. 체스터 베닝턴, 커트 코베인, 종현 — 그들의 감각은 섬세했지만, 삶은 그만큼 무거웠습니다. 명성은 모두에게 축복이 아닙니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짐이 됩니다. 예술가는 보통 사람과 다른 회로를 지닌 존재입니다. 그 회로는 경이로움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그들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저는 고통을 미화하지 않지만, 외면하지도 않습니다. 완벽한 음 뒤에도, 떨리는 침묵 속에도, 자신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평가하려고 글을 쓰지 않습니다. 무대에 선다는 그 용기를 기록하기 위해 씁니다.

저는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하기 위해 리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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