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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Home – Boston Production

펀홈 – 보스턴 공연

보스턴 헌팅턴 씨어터의 펀홈(Fun Home)은 절제와 명료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 앨리슨이 과거를 담담히 되짚으며 이야기하고, 무대 전환과 밴드가 모두 드러나는 구조가 사실적 톤을 강화한다. 퓰리처 파이널리스트다운 정직한 힘이 느껴진다.

202512_Fun Home

제가 직접 촬영한 프로그램북 이미지로, 아카이브 용도로만 게재합니다

세계 초연 및 나의 관람 기록

세계 초연 연도:

2013

리뷰어 관람 연도:

2025

공연 극장명:

보스턴 헌팅턴 씨어터

202512_Fun Home
202512_Fun Home
202512_Fun Home

REVIEW

보스턴 헌팅턴 씨어터에서 펀홈(Fun Home)을 관람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절제된 분위기가 특징이었다. 과장이나 과도한 감정 없이, 명료한 극본과 담백한 연출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사실적 톤을 유지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구조는 매우 정교하다. Fun Home은 2015년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과 최우수 극본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 파이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앨리슨 벡델의 동명 그래픽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다.

펀홈은 가족이 운영하는 장례식장(Funeral Home)의 줄임말이자, 약간의 반어적 애칭이다. 이야기는 아버지 브루스 벡델의 죽음 이후, 성인이 된 앨리슨이 자신의 성장기와 집 안의 분위기를 사건의 단서를 추리하듯 되짚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앨리슨은 어린 앨리슨, 청소년기 앨리슨, 성인 앨리슨의 세 인물로 나뉘어 등장하며, 성인 앨리슨은 무대에서 계속 머물면서 자신의 과거를 지켜보고 때로는 반응하고 후회하며 기뻐한다. 이 구조는 매우 내밀하면서도 정제된 정직함을 만들어낸다.

무대는 의도적으로 기계적 장치를 숨기지 않는다. 큰 세트도 배우들이 직접 밀고 들어와서 회전시켜서 제자리에 놓았고, 특히 성인 앨리슨은 세트를 많이 움직여야 했다. 장면 전환은 모두 관객에게 공개되며, 두 배우가 담요로 바닥을 한 번에 깔끔하게 쓸어내는 장면은 실용적이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큰 웃음을 자아냈다. 연주자들은 무대 후면 높은 벽에 설치된 함몰된 로프트 공간, 즉 2~3층 높이에 위치해 있으며 드럼을 포함한 밴드 전체가 공연 내내 노출된다. 보스턴의 매우 뛰어난 연주자들이 이러한 개방형 구성을 안정적으로 받쳐준다.

보컬 역시 힘보다는 투명함을 추구한다. 내가 관람했을 때, 어린 앨리슨(마렌 파이퍼)은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노래했으며, 나이에 비해 프래이징도 뛰어났다. 중간 앨리슨(마야 제이콥슨)은 극의 감정과 서사를 가장 집중적으로 전달하며, 첫 깨달음의 순수함과 고백전의 두려움, 환희를 명확한 딕션과 밝은 울림으로 표현했다. 대표 넘버 “Changing My Major”는 밝은 에너지가 넘쳐 흘렀고 노래가 끝난 직후 기립 박수까지 터져나왔다. 아버지 브루스는 통제된 감정 폭발로 표현되며, 어머니는 노래 비중이 적고 피아노 앞에 자주 등장한다. 어린시절을 추억할 때 등장하는 남매들은 서사가 추상화되지 않도록 작지만 중요한 균형을 잡아준다. 브루스가 중간 앨리슨에게 드라이브를 가자고 요청하는 장면에서 성인 앨리슨이 대신 등장하는 순간은, 이때부터 앨리슨이 자기 인식에 도달했음을 또렷하게 보여 준다.

극은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관찰적이다. 사건은 설명하지 않고 사족 없이 제시되며, 작품은 감정을 덧씌우지 않는다. 이러한 절제는 헌팅턴 시어터의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 공연 후에는 지인 혹은 가족으로 보이는 소규모 관객들이 꽃다발을 들고 무대문 앞에서 배우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상업적 화려함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공연에 가까운 따뜻함이 진하게 느껴졌다.

공연을 보기위해 극장으로 가던 길에서, 도로가 막혀 건물을 돌아가야 했다. 모퉁이를 돌자 바이올린과 관악기를 든 학생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알고 보니 헌팅턴 바로 옆의 뉴잉글랜드 음악원(The New England Conservatory, NEC)였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다니는 학교이기도 해서 한국 독자들에게는 학교를 발견한 점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보스턴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경험은 뉴욕과 확연히 다르다. 약 10년 전 보스턴 극장가에서 세 세대의 여성들이 삶의 변화를 노래로 풀어낸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이 두 번째였다. 두 경우 모두 관객들은 로비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공연장과 서로에게 익숙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친근함은 펀홈의 뛰어난 무대와 함께 또 하나의 선물처럼 느껴졌다.

펀홈은 절제, 명료함, 자기 탐색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과장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관객이 스스로 여백을 채우도록 한다. 이 정직한 태도는 이 작품이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를 조용히 증명한다.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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