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t
렌트
조너선 라슨의 록 뮤지컬 렌트는 한국 무대에서도 강한 에너지를 보였지만 고르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로저와 미미의 비극적 사랑이 돋보였고, 김환희의 미미는 특히 강렬했다. 일부 문화적 레퍼런스는 낯설었지만 ‘Seasons of Love’는 관객을 하나로 묶었다.
한국 초연:
2000
세계 초연:
1996
관람 년도:
2023
공연 극장명:
코엑스 신한카드 아르티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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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Rent는 뉴욕판 라 보엠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주인공이고, 미미는 결핵 대신 에이즈를 앓고 있다.
원작 오페라를 알고 보면 줄거리를 더 쉽게 따라갈 수 있다. 거의 모든 주요 캐릭터가 라 보엠의 인물들과 연결되는데, 로저는 로돌포, 마크는 마르첼로와 같은 대응 관계다.
굶주린 예술가 로저와 마크는 과거의 친구 베니에게서 방을 빌린다. 베니는 예전에 미미와 사귀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때 댄서 미미가 양초에 불을 빌리러 로저를 찾아오며 관계가 시작된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다. 마크는 극 전체의 해설자 역할을 하고, 그의 옛 연인 모린은 현재 조앤과 연애 중이다. 오페라와 다른 현대적 장치는 드래그 퀸 엔젤의 존재다. 엔젤은 콜린스와 사랑에 빠지며 작품에 새로운 감수성을 불어넣는다.
음악은 록을 기반으로 에너지가 넘쳤다. 로저의 가사와 기타 리프에는 라 보엠에 대한 직접적인 오마주가 담겨 있었다. 로저 역의 장지후 배우는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미미 역의 김환희 배우는 내가 본 그녀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잘 맞는 배역이었다. 하데스타운, 킹키부츠, 맘마미아에서 봤을 때보다 이번 작품에서 그녀의 음색과 매력이 더욱 빛났다. 퇴폐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가 그녀와 잘 어울렸고, 언젠가 카르멘 같은 비극적이고 긴장감 있는 역할도 잘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젤 역의 김호영 배우는 자존감을 가진 여성성을 보여줬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특히 애잔했다. 콜린스를 연기한 윤형렬과 배우와 좋은 호흡을 이루었다.
‘Over the Moon’은 한국 관객에게 조금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미국에서는 오클라호마 폭탄 테러나 엘시(첼시) 같은 상업적 제국, 미키마우스 등의 풍자를 담고 있지만, 한국 무대에서는 “moo”를 강조하며 우유와 젖소, 성적인 농담처럼 보였다. 현대 사회에 대한 반항의 뉘앙스는 희미했다.
‘La Vie Bohème’은 흥겨운 곡으로 큰 박수를 받았지만, 가사가 다소 직설적이고 일차원적으로 느껴졌다. 씁쓸하게 웃게 만드는 풍자가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예상대로 하이라이트는 ‘525,600 Minutes (Seasons of Love)’였다. 관객 모두가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에이즈가 세상을 덮치던 시절, 조너선 라슨은 주위의 친구와 이웃들이 HIV/에이즈, 마약 중독, 비싼 집세로 고통받으면서도 예술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오페라를 20세기 후반의 뮤지컬로 옮겨내며 현실을 담아냈다.
Rent는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뮤지컬이다. 한국에서 에이즈 환자는 많지 않지만(2021년 기준 인구 5,180만 명 중 975명), 최근 펜타닐과 대마를 포함한 마약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굶주린 예술가는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늘 존재해 왔다. 그래서 한국 관객에게는 소재가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뮤지컬 팬들은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반기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Rent 또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다양한 작품이 공존하는 한국 뮤지컬계의 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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