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ke your choice!” — 분노인가 절망인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이 지하 은신처에서 토해내듯 외치는 “선택해!”는 종종 분노의 포효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대사는 위협이라기보다 절망의 폭발이다. 팬텀은 크리스틴에게 최후의 선택권을 주지만 팬텀에게는 아무런 통제권도 남아있지 않으며, 어떤 선택이 내려지든 팬텀은 이미 패배할 수밖에 없다.


💔 이길수 없는 싸움

만약 크리스틴이 라울을 살리기로 한다면, 라울을 너무 사랑해서 자신을 팬텀에게 던지는 희생을 감수하고 그를 탈출시키려는 것이다. 반대로 거부한다면 라울은 죽게되는데, 라울이 죽더라도 크리스틴은 팬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증오를 표현한다. 따라서 두가지 선택 모두 팬텀에게는 참을 수 없는 파국이다. 위에서는 “살인자를 추적하라!”는 군중의 외침이 들려오고, 지하굴 안에서 팬텀은 집착이 만들어낸 뒤틀린 논리에 스스로 갇혀, 사랑을 요구했던 그의 갈망이 결국 자신을 옭아매는 덫으로 변했음을 깨닫는다.


🎭 프로덕션마다 다른 연기

이 대사의 표현 방식은 무대마다 다르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몇몇 팬텀이 이를 속삭이듯 내뱉는다. 이미 체념한 듯한 절박함이 담긴 그 목소리는 고요하지만 차갑게 울려 퍼져, 관객 앞에 무너져가는 한 남자의 초상을 드러낸다. 한국 라이선스 프로덕션에서는 이 대사가 종종 절규로 터져 나오며, 팬텀의 온몸은 고통으로 떨린다. 큰소리로 외치지만 이미 무너져 버린 자신의 세계를 깨달은 자의 공포의 비명이다. 절규 직후 많은 팬텀 배우들은 곧바로 지쳐서 탈진한 모습을 보인다. 분노는 즉각 사라지고, 남은 것은 분노조차 지탱할 힘을 잃은 지친 남자의 모습이다.


🧠 왜 중요한가

이 대사의 힘은 바로 이러한 모호성에 있다. 위협을 하지만, 무력한 호소이자 체념이자 어느 것을 선택하던 팬텀에게는 최후의 심판이다. 배우의 해석에 따라 그것은 체념의 속삭임일 수도, 절망의 포효일 수도, 혹은 두 가지가 연속해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다층적 해석의 여지는 팬텀이라는 인물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남아, 관객의 마음에 깊은 흔적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