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브로드웨이에서 하데스타운을 관람했다. 2층 발코니 오른쪽 첫 줄에 앉아 하강하는 무대와 회전 플랫폼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좌석을 고른 덕분에, 배우들의 표정과 미묘한 움직임을 가까이서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출연진은 Reeve Carney(오르페우스), Eva Noblezada(에우리디케), Malcolm Armwood(그날의 커버로 등장한 헤르메스), Jewelle Blackman(페르세포네), Tom Hewitt(하데스)였다.

무대 연출은 분위기 있고 세부가 정교했다. Walter Kerr 극장의 중앙 하강 원형 무대는 배우들이 아래에서 올라오거나 내려가는 장면을 물리적·은유적으로 모두 구현해, 저승의 존재감을 강화했다. 세 명의 운명의 여신들은 깊이 울리는 하모니를 들려주며 아코디언과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이는 그들이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운명을 조율하는 존재라는 시각적 은유로도 작용했다. 에우리디케가 저승으로 내려가는 장면은 중앙 하강 엘리베이터 무대를 사용해 수직적인 긴장감을 더했다. 내가 앉은 좌석에서는 그녀가 내려가고 올라오는 깊이감이 3D처럼 느껴졌고, 그 시각적 장치 덕분에 감정적 무게가 더해졌다.

배우들의 가창은 강렬하고 정교했다. Eva Noblezada의 에우리디케는 날카롭고 단단했고, 목소리는 원초적인 에너지로 극장을 채웠다. 그녀의 “drummmming”은 지금도 전율이 남아 있다. Reeve Carney의 오르페우스는 전통적이지 않은 음색으로 독특한 질감을 만들었지만, 종종 소리를 작게 시작해 강하게 마무리하는 방식이 극적인 효과를 노린 듯했으나 다소 부자연스러워, Epic 시리즈의 흐름을 깨는 느낌이었다. 특히 첫 음절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Wait for Me”에서의 확고한 발성과 비교하면 어색하게 느껴졌다.

커버로 나선 Malcolm Armwood는 젊고 세련된 외모에 노련한 리듬감과 침착함을 보여주었다. Tom Hewitt의 하데스는 풍부하고 깊은 저음을 자랑했지만, 마이크에 리버브를 강하게 준 탓인지 저역에서 소리가 벙벙하게 들렸다. 아마도 신과 같은 음성을 강조하려는 음향적 선택이었겠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대사가 불명료하게 들렸다. 목소리는 너무 좋았고, 존재감도 초연 음반 속 하데스와 똑같이 장중하고 어울렸다. Jewelle Blackman의 페르세포네는 질감 있는 목소리와 함께 무대에 그루브와 리듬을 더했다. 다리 리프트 동작에서 약간 뻣뻣해 보였는데 오히려 웃음을 자아냈고, 무대 위에서 마시는 술 탓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의 하모니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파열음으로 끝나는 가사를 활용해 노동의 분위기를 살렸고, 화성 진행도 훌륭했다. 강력한 작곡이야말로 좋은 뮤지컬의 뼈대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Wait For Me”에서 합창단이 동기화된 움직임을 보일 때였다. 조명과 무대 연출이 결합해, 알 수 없는 세계로의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여정을 만들어냈다. 절정에서의 반전이 펼쳐질 때,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배우들이 불어넣은 인간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다.

한국 라이선스 버전을 포함해 여러 프로덕션을 본 경험에서, 브로드웨이 연출은 서사의 명확성을 유지하면서도 미묘한 표현의 레이어를 살렸다는 점이 돋보였다. 동선부터 발성까지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했다. 오래된 신화도 세심한 재창조를 통해 현대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