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ney Todd
스위니 토드

2023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Sweeney Todd에서 Josh Groban은 절망적 분노를, Annaleigh Ashford는 재치 넘치는 매력을 발휘했고, 뛰어난 앙상블은 어둡고도 유머러스한 뮤지컬 무대를 강렬하게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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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여러해 동안 내게 스위니 토드는 브린 터펠이었다. 수없이 반복해서 본 영상 속 그의 연기는 내 머릿속에서 이 배역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장엄하고, 오페라적이며, 공포스럽고, 또 재치 있는 인물. 그래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이 열렸을 때도 한 번 가볼까 하다가 결국 가지 않았다. 아마도 스위니를 거대한 공포의 화신으로만 기억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알다시피 스위니토드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작품은 어두운 희극과 예상치 못한 웃음, 뒤틀린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2023년 여름, 이 작품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공연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럴드 프린스 연출의 무대는 직접 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수 없었지만, 이번 공연에는 스위니 역의 조쉬 그로반과 러빗 부인 역의 애널리 애시포드가 출연하고 있었다. 내가 영상으로 본 가장 사랑스러운 글린다였던 애시포드, 그리고 그레이트 코멧 이후 처음 브로드웨이로 돌아온 그로반. 출연진 음반을 들으면서 곡마다 기대감이 커졌다.
급히 준비한 탓에 가장 좋은 좌석은 구할 수 없었지만, 오케스트라석 중간쯤에 자리를 잡았다. 비싼 표였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공연 전에는 2007년 영화와 해럴드 프린스 연출판의 무대 영상을 다시 보았다. 음악만으로도 압도적인데, 실제 극장에서는 어떻게 들릴까 궁금했다. 막이 오르기 전, 푸른빛이 감도는 거대한 프로시니엄 아치가 차갑고 간결한 무대를 감싸고 있었다. 이 작품을 위해 다시 복원된 26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자 극장 전체가 소리로 가득 찼다. 공연 전 줄을 서 있을 때 첼리스트 한 명이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소리는 깊고 입체적이었으며, 관객을 곧바로 작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The Ballad of Sweeney Todd〉는 앙상블 배우 한 명의 독창으로 느리게 시작해, 다른 목소리들이 차례로 합류했다. 낮은 음역부터 화성을 한 층씩 쌓아 올리자, 상체와 목을 날카롭게 경련시키는 움직임과 함께 등장한 광기에 가까운 소프라노들이 그 위를 덮었다. 합창이 폭발하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스위니 토드가 “Attend the tale of Sweeney Todd”를 부르며 무대 뒤에서 앙상블 사이를 뚫고 등장했다. 그 순간 강한 화성과 음량을 뚫고 나오는 바리톤의 물리적인 힘을 느꼈다. 화려한 무대 장치 없이 배우들의 노래와 몸짓만으로 빈 무대를 메우고, 26인조 오케스트라가 더해져 만들어낸 감정의 무게는 압도적이었다. 가슴속이 폭발하는 듯했다. 손드하임의 리듬과 불협화음은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느끼게 했다.
노래와 연기를 기대하고 보았지만, 애널리 애시포드는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첫 장면의 “When you get it, if you get it, good you got it”부터 웃음이 터졌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거의 멈추지 않았다. 존재감은 강력했고 호흡과 시점 선택은 완벽했다. “With… with… or without… your private…”라는 해군 농담은 대사가 끝나기도 전에 객석을 웃음으로 뒤덮었다. 나도 웃느라 바빴다. 코미디 연기의 완벽한 교과서와 같았다.
애시포드는 난간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고, 바닥에 누워 배를 축으로 시곗바늘처럼 회전하는 등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행동을 했다. 그런데도 억지스럽기보다 놀라울 만큼 사랑스러웠다. 그 움직임은 단순한 익살이 아니라 러빗 부인의 넘치는 생명력과 욕망, 스위니와 함께할 미래를 혼자 만들어가는 상상력처럼 보였다. 그것이 배우 자신의 생각이었든 연출의 지시였든, 다른 배우가 이 모든 행동을 같은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터무니없고, 당당하고, 천재적인 연기였다.
그녀는 평소의 목소리보다 조금 아래로 눌러 내는 듯한, 다소 나이 든 느낌의 음색을 사용했다. 영국식 발음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공연을 보는 동안 그녀가 영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들렸다. 나중에 애시포드의 어린 딸이 accent라는 단어를 몰라 엄마에게 “British accident 쓰지 마”라고 말했다는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 이야기마저 사랑스러웠다. 이후 서튼 포스터가 러빗 부인을 연기하는 영상을 보아도 평소보다 나이 든 목소리를 내는 듯했다. 러빗 부인의 시대와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목소리인 것 같았다.
조쉬 그로반의 스위니는 그와 정반대였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냉담하고 뚱한 얼굴로 서 있었다. 러빗 부인이 두 사람이 함께할 미래를 혼자 꿈꾸는 동안에도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가 연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느꼈고, 분노할 때 강하게 밀어붙이는 힘도 목소리 덕분에 더 뛰어난 연기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연기가 어색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도의 거리감이 이 인물에게 잘 맞았다.
스위니가 러빗 부인의 환상에 완전히 동참해 함께 즐거워했다면 오히려 인물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살짝 마음을 움직이면서도 러빗 부인이 혼자 광기 어린 미래를 상상하게 두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A Little Priest〉에서도 그는 그녀와 함께 조금 신이 나기는 하지만, 그 즐거움에 완전히 빠져들지는 않았다. 애시포드가 워낙 강하게 시선을 끌었기 때문에 그로반은 가만히 있어도 괜찮았다. 한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미래를 만들고, 다른 사람은 과거와 복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피렐리를 처음 죽인 뒤 스위니가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좋았다. 안토니와 터핀 판사를 둘러싼 장면에서도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2막에 이르면 사람을 죽여 이발 의자 아래로 보내는 일이 일상적인 작업처럼 자연스러워진다. 희생자들이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갈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살인이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반복되면서 끔찍한 장면이 희극으로 바뀌었고, 스위니 자신도 점차 그 일을 즐기는 듯했다.
그로반의 고음에서는 빠른 비브라토가 들렸지만, 중·저음은 예상보다 훨씬 어둡고 강력했으며 울림이 깊었다. 〈Epiphany〉에서 그는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 솔로 음반에서 들었던 서정적인 목소리를 떠올리고 있었지만, 그는 면도칼을 휘두르며 두껍고 강한 바리톤으로 포효했다. 내게도 그때가 그의 가창력을 새롭게 알게 된 ‘Epiphany(깨달음)’이었다.
게이튼 매터라조가 연기한 토비아스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나이가 들어 보였고 목소리도 낮았지만, 곧 익숙해졌다. 예상과 다른 음색이었을 뿐, 호흡과 존재감은 장면에 잘 맞았다. 애시포드와 함께 있을 때에는 두 사람 사이에 다정하고 유쾌한 기운이 형성되었다.
〈Not While I’m Around〉에서는 공연이 잠시 고요해지고 감정적으로 가라앉았다. 애시포드가 뜨개질을 하며 노래를 시작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웃음이 날 뻔했지만, 곡은 부드럽고 가슴 아팠다. 다른 상황에서 살았다면 러빗 부인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스위니는 복수를 위해 사람을 죽이고, 그녀는 파이를 위해, 그리고 사랑을 위해 그 살인에 가담한다. 그 동기는 끔찍하지만, 이 장면은 다른 삶을 살았다면 그녀가 지녔을지도 모를 다정함을 엿보게 한다.
마리아 빌바오의 조안나는 맑고 높은 소프라노로 노래하면서도 계속 시선을 돌리고 몸의 방향을 갑작스럽게 바꾸는 경련성 움직임을 보였다. 높은 비브라토와 불안정한 몸짓이 결합되면서 조안나는 단순히 구출을 기다리는 순진한 소녀가 아니라, 오랜 감금으로 이미 정신적으로 위태로워진 사람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광기에 가까운 불안이 동시에 존재하는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안토니 역의 조던 피셔가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열렬한 환호가 터졌다. 유명한 배우였지만, 나에게는 그의 노래가 이 공연에서 거의 유일하게 음악의 흐름을 깨는 것처럼 들렸다. 프레이즈 마다 작은 소리로 시작해 점차 강하게 밀어 올리는 방식 때문에 음량과 선율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았다. 이후 그가 하데스타운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흥미로웠다. 하데스타운을 봤을 때 리브 카니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비슷한 방식으로, 프레이즈를 작게 시작해 점차 소리를 키우는 방식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 역할에는 그런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이미 잭슨의 터핀 판사는 무게감과 절제가 있는 저음으로 노래했고, 권위 속에 은근한 교활함을 담았다. 존 랩슨의 비들 뱀퍼드와 니컬러스 크리스토퍼의 피렐리는 주역을 맡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가창력을 들려주었다. 특히 풍부한 바리톤을 지닌 피렐리가 너무 빨리 죽어 아쉬웠다. 그 배우가 니컬러스 크리스토퍼였고 이후 스위니 토드의 대체 배우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훗날 Chess에서 다시 보았을 때도 반가웠다.
지나 드 월의 거지 여인은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등장할 때마다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벤저민 바커에게 원망이 들기도 했다. 스위니는 그녀 역시 또 한 명의 희생자처럼 태연하게 해친다. 그러나 뒤늦게 정체를 알아본 순간, 그로반의 스위니는 처음으로 완전히 무너져 포효한다.
그가 러빗 부인을 불타는 오븐으로 밀어 넣을 때에는 분노와 광기가 무대를 뚫고 나올 듯했다. 애시포드를 더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안타까웠지만, 그 순간부터 토비아스가 스위니를 죽이는 마지막 장면까지 분노가 더 큰 분노를 덮는 상황이 숨 막히게 이어졌다. 미니멀한 무대 한가운데 놓인 붉게 타오르는 오븐은 그 모든 감정과 살인이 결국 도달하는 장소처럼 보였다.
무대는 단순하지만 인상적이었다. 발판과 철골 구조물이 중심을 이루고, 중앙에서는 커다란 오븐이 붉은빛을 내며 시선을 잡았다. 미끄러지는 이발 의자는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고, 나도 웃다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살인은 분명 잔혹하지만, 사람이 의자에서 사라져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는 방식이 현실감각을 흐렸기 때문에 오히려 희극이 되었다. 작품은 관객을 계속 웃게 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보고 웃고 있는지 뒤늦게 깨닫게 했다.
이 공연은 한 명씩 구분해 말하기 어려울 만큼 앙상블을 포함한 전체 출연진의 음악적 수준이 높았다. 내가 본 모든 공연 가운데 거의 최고였고, 2026년 웨스트엔드에서 본 레미제라블보다도 강렬했을지 모른다. 남녀의 폭넓은 음역이 파도처럼 긴장과 평온, 분노와 정적을 오갔다. 음악은 살아 있고 불안정했으며, 진정한 의미의 극적 에너지를 뿜어냈다.
엔딩은 예상대로 잔혹했다. 그러나 앙상블이 다시 부르는 〈The Ballad of Sweeney Todd〉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개인의 복수와 사랑, 살인과 파국은 끝났지만 스위니 토드는 다시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관객 앞에 섰다. 섬뜩하면서도 묘하게 만족스러웠다.
커튼콜에서 조쉬 그로반은 눈물을 흘렸는데, 애널리 애시포드가 그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렸다.
극장을 나설 때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측면 출입구 근처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공연 전 늦게 도착한 첼리스트가 들어가던 바로 그 문이었다. 스테이지 도어에서 아들은 그로반을 기다릴까 고민했고, 나는 애시포드를 기다릴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냥 호텔로 돌아갔다. 두 사람을 무대 위의 스위니와 러빗 부인으로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쉬 그로반과 애널리 애시포드가 하차하기 전에 다시 보고 싶었다. 이후 에런 트베이트와 서튼 포스터가 짧게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그들의 공연도 보고 싶어졌다. 공연장 가까이에 산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일까. 서울도 나쁘지 않지만, 가끔은 웜홀이 있었으면 한다. 왔다 갔다 하면서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Note
2023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은 조너선 투닉(Jonathan Tunick)이 만든 원래의 26인조 오케스트라 편성을 1979년 초연 이후 처음으로 브로드웨이에서 다시 구현했다. 그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힘은 대단했고, 이 출연진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본 것도 큰 행운이었다. 앞으로 이와 같은 기회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므로 이날의 전체 출연진을 기록으로 남긴다.
Cast at This Performance
Josh Groban — Sweeney Todd
Annaleigh Ashford — Mrs. Lovett
Jordan Fisher — Anthony
Gaten Matarazzo — Tobias
Jeanna de Waal — Beggar Woman
Maria Bilbao — Johanna
Jamie Jackson — Judge Turpin
John Rapson — Beadle Bamford
Nicholas Christopher — Pirelli
Hennessy Winkler — Bird Seller
Patricia Phillips — Passerby
Danny Rothman — Jonas Fo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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