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s Kitchen
헬스 키친
뮤지컬 헬스 키친은 앨리샤 키스의 유년을 모티프로, 맨해튼 플라자에 사는 17세 소녀 알리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과보호하는 엄마, 상처 많은 넉, 그리고 라이자 제인의 조언 속에서 알리는 세상이 아닌 ‘내 안의 변화’가 성장의 핵심임을 깨닫는다.
REVIEW
뮤지컬 헬스 키친은 앨리샤 키스의 자전적 이야기에 느슨하게 바탕을 둔 작품이다. 현실의 앨리샤 키스는 10대 때 이미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며 곡을 쓰고 노래하던 재능 있는 소녀였다. 그녀를 키운 엄마는 예술가용 임대 아파트인 맨해튼 플라자에서 딸의 교육을 위해 헌신했던 강인한 존재였고,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를 존중하는 건강한 관계에 가까웠다.
반면 뮤지컬의 알리(Ali)는 더 불안정하고 미숙한 모습으로 재창조된다. 같은 지역에서 자랐지만 아직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17세 소녀이며, 엄마 저지(Jersey)의 과보호 속에서 숨 막힘을 느낀다. 저지는 현실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알리에게 누구와 어울려야 하는지, 어떤 길이 안전한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지 조언을 넘어 통제하려 든다. 예술계에 몸담고 있지만 더 이상 예술가의 자유로운 정신을 지니지 못하는 모습은, 너무 이른 책임과 무거운 현실이 그녀의 젊음을 빼앗아간 결과처럼 보인다.
알리는 반항심으로 넉(Knuck)을 만난다.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드럼을 치는 청년으로, 계급·인종·평판의 차이를 알고 있어서 처음에는 알리를 경계한다. 하지만 알리는 첫 만남부터 그에게 끌린다. 떠돌이 음악가이자 무책임한 아버지를 둔 알리에게 넉의 조용한 성실함은 더욱 선명하게 대비된다. 그러나 작은 오해들이 연달아 겹치며 사건은 왜곡되고, 알리가 나이를 속인 일과 저지의 공포심, 경찰 신고가 이어지며 넉은 순식간에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젊은 흑인 남성에게 불공정한 시선이 얼마나 쉽게 씌워지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때 엘링턴 룸에서 피아노를 연습하는 미스 라이자 제인(Miss Liza Jane)이 알리에게는 진정한 어른, 알리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어머니의 모습 다가온다. 그녀는 단호하지만 따뜻한 태도로 가르치며, 자신이 겪어온 차별과 예술적 유산을 이야기해 준다. 영어 단어 patriot(애국자)가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단어라는 점을 짚으며, 그 대응어처럼 matriot라는 말을 들려주는 방식은 시적이면서도 힘이 있다. 여성 피아니스트들의 계보와 역사 속 선배들을 소개하며 세상을 바꿀 힘은 외부의 구조가 아닌 내면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리에게 일러준다. 죽음을 앞둔 그녀의 마지막 조언은 알리가 성숙해지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결국 알리는 넉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애틀랜타로 떠나도록 놓아주며, 자신의 선택을 감당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는 대부분의 노래가 폭발적이거나 압도적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아마도 앨리샤 키스의 원곡이 워낙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편곡은 서사를 위해 의도적으로 부드럽게 재구성되어, 노래는 잘 했지만 원곡의 감정적 전율이 많이 희석되었다. 다만 Girl on Fire는 예외였다. 발코니 전체가 울릴 정도로 깊은 저음이 밀려왔고, 알리의 내적 점화를 상징하도록 설계된 사운드 디자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외의 넘버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따뜻하고 조용하게 자리를 지켰고, 이는 작품이 의도한 방향이라고 느껴졌다.
엔딩은 동화적인 해피엔딩을 택하지 않는다. 헬스 키친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저지는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한 엄마다. 동네의 위험과 혼란도 그대로다. 알리의 삶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알리 자신이다. 그녀는 엄마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세상을 완벽하게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을 단단하게 세운다. 이는 외부의 구원이 아닌, 내면의 성장으로 운명을 바꾼다는 앨리샤 키스의 철학과도 연결된다.
이번이 브로드웨이 슈버트 극장 첫 방문이었다. 객석에 앉자마자 천장에 걸린 라인 어레이와 딜레이 스피커들이 눈에 들어왔고, 오케스트라 뒤편의 핑크·블루빛 콘솔도 아름다웠다. 3층 발코니 1열 오른쪽에 앉았는데, 시야는 매우 좋았고 무대가 잘 내려다보였다. 아래층 관객들은 익숙한 곡과 재치 있는 대사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지만, 내 주변은 조용한 편이라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주요 넘버에는 따뜻한 박수가 이어졌다. 특히 Girl on Fire에서는 발코니가 실제로 떨릴 정도의 저음이 전달되어 알리의 성장과 겹쳐 인상적이었다. 반면 Empire State of Mind는 의도적으로 힘을 빼 잔잔하게 끝나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고요한 엔딩을 강조했다.
알리는 17세의 아만다 리드가 연기했다. 앨리샤 키스와 유사한 음색 덕분에 몇몇 넘버에서는 비교가 피하기 어려웠지만, 고음과 벨팅은 안정적이었고 춤도 자연스러웠다. 저지를 연기한 제시카 보스크는 단단한 존재감과 깊은 보컬로 매 장면을 지탱했다. 넉을 연기한 필립 존슨 리처드슨은 부드러운 음색과 울림 있는 대사가 매력적이었다. 미스 라이자 제인 역의 욜란다 아담스는 커튼콜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았고, 피아노 연주 자세부터 알리에게 삶의 진실을 건네는 장면까지 인상적이었다. 데이비스 역의 더렐 ‘탱크’ 뱁스는 노래와 피아노 모두 좋았고, 커튼콜 이후 브로드웨이 케어스 모금 안내에서 그의 따뜻한 매력이 빛났다.
극장을 나서는 길에 한 소녀가 팔짝팔짝 뛰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 커플이 브로드웨이 케어스 기금을 위해 전 배우 사인 포스터를 구매한 뒤, 그것을 옆에 있던 소녀에게 그대로 건넸다고 한다. 아마 그들은 기부 자체를 원했고, 소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보상이었을 것이다. 공연이 말하고자 한 ‘친절과 공동체의 힘’이 극장 밖에서도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알리처럼, 작은 변화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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