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ost Bakery
고스트 베이커리
1969년 서울, 당찬 젊은 여성이 유령이 살고있는 곳에 제과점을 열고, 생전에 배신당한 유령과 뜻밖의 동업을 시작한다. 토니상을 수상한 윌 애런슨과 박천휴 콤비가 선보이는 고스트 베이커리는 레시피와 치유, 그리고 유쾌한 감동이 어우러진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다.
관람 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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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연도:
2024
관람 연도:
2024
극장명: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줄거리 & 리뷰
줄거리
1969년 서울, 재치 있고 당찬 성격의 젊은 여성 순희는 남성 권위에 맞서고 자신의 실력을 당당히 주장한다는 이유로 제과점에서 해고당한다. 마지막으로 일했던 나상모 제과점을 떠난 후, 그녀는 수상할 정도로 낮은 임대료의 비어있는 베이커리를 발견하고 계약을 한다.
하지만 그 건물은 유령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 유령의 이름은 앙리. 1915년에 태어나 위대한 제과사가 되는 것을 꿈꿨지만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았다. 어떤 이는 그가 비극적인 전차 사고로 사망했다고 하고, 또 다른 이는 나상모의 심부름 중에 죽었다고 속삭인다. 미완의 꿈과 배신에 얽매여 떠돌던 그는 순희를 쫓아내기 위해 소품을 흔들고 물건을 움직이며 겁을 주려 하지만, 현실적이고 강단 있는 순희는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유령에게 맞선다.
알고 보니 앙리와 나상모는 한때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앙리가 생전에 남긴 비장의 레시피 ‘상모 타르트’는 그의 죽음 이후 나상모가 훔쳐 제과점 성공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앙리는 분노하지만, 제과점을 새롭게 일구고자 하는 순희와 함께 하면서 다시금 기쁨과 목적을 되찾는다. 그는 순희에게 제과 비법을 가르치며 시그니처 에클레어를 함께 만들고, 두 사람은 특별한 파트너십을 키워간다.
둘은 함께 따뜻하고 활기찬 공간, 고스트 베이커리를 만든다. 그들의 유대는 처음에는 로맨스가 아닌, 열정과 신뢰에서 비롯된다. 가게를 꾸미고 빵을 구우며 이웃과 소통하는 사이, 둘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깊은 연결로 발전한다.
하지만 갈등은 다시 찾아온다. 권력자가 된 나상모가 순희의 가게를 발견하고 건물을 사들여 퇴거를 시도한다. 앙리는 죽음의 기억을 되살리며 유령의 힘으로 나상모에게 맞선다. 업보처럼 나상모는 공포에 휩싸여 달아나다 차에 치여 죽음을 맞는다 — 앙리가 겪었던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령이 된 나상모는 다시 앙리와 마주하고, 앙리는 분노를 내려놓으며 서서히 사라진다. 순희는 그를 애타게 부르지만, 결국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제과점 점원 영수가 순희 앞에 선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녀를 조용히 사랑해온 인물. 유령은 사라졌지만, 빵집과 순희의 미래는 환상이 아닌, 잔잔하고도 현실적인 삶 위에 놓여 있다.
리뷰
이야기는 1960년대 서울에서 펼쳐진다. 같은 창작진(윌 애런슨, 박천휴)의 미래 배경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는 달리, 과거의 서울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두 뮤지컬의 시대적 대비가 매력적이다. 무대는 프랑스풍 찻잔, 벽에 내장된 오븐, 앙리의 죽은 순간에 멈춘 오래된 시계 등으로 꾸며져, 20세기 중반의 빛바랜 우아함을 담아낸다.
폐허 같던 제과점이 따뜻하고 활기찬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은 위트 있고 효과적인 연출로 표현된다. ‘나상모 제과점’이라고 쓰인 앞치마와 간판이 간단히 뒤집혀 ‘고스트 베이커리’로 변하는 장면은 관객의 미소를 자아낸다.
조명은 대비를 강조한다. 나상모의 제과점은 밝고 상업적이지만, 앙리의 유령 세계는 부드럽고 친밀하며 향수를 자극한다.
순희와 언니의 장면은 섬세하게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주고, 젊은 꿈과 현실의 무게 사이의 간극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순희가 처음 유령을 알아차리는 장면에서 그녀는 “정말 잘생겼다”고 노래하는데, 실제 유령 배우가 정말 잘 생겼고, 잘생김을 연기하고 있어서 관객들이 공감하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내가 본 공연에서는 2023–2024 시즌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을 연기한 송원근 배우가 앙리로 출연했다.)
무대는 중형 극장에 잘 맞도록 설계되었다. 오른쪽 벽에 설치된 오븐은 제과가 마법처럼 나타나는 장치로 쓰인다. 한때 유령이 떠돌던 제과점이 이제는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바뀐다.
앙리의 비극적 과거와 나상모의 배신은 쉽게 멜로드라마로 흐를 수 있었으나, 박천휴의 가사는 절제된 감정과 인간적인 슬픔을 담아낸다. 관객은 서사에 몰입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느낀다.
극의 결말은 유령을 떠나보낸 순희의 슬픔이 아니라 희망에 가까웠다. 순희는 스스로의 힘을 깨닫고, 유령이 사라진 자리에 영수와의 잔잔한 미래가 열리는 것을 보인다.
유령이 부분적으로만 보이는 설정은 긴장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유머스러움을 표현했다. 이러한 장면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현명하게 연출됐다.
나상모는 탐욕스럽지만 완전히 악인은 아니다. 그의 죽음 — 유령과 같은 방식으로 차에 치여 사망 —은 시적 정의처럼 느껴진다.
노래는 경쾌하고 따뜻하다. 화려한 쇼 스토퍼는 없지만, 공연 후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게 되는 멜로디가 오래 남는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 마음속에 잔잔한 온기가 남았다. 이야기가 아니라, 조용히 이어지는 음악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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