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l Gongchan
설공찬
뮤지컬 설공찬은 락 음악과 설화, 조선의 역사를 현대 교실 이야기와 엮는다. 공찬과 공침의 거울 같은 안무, 개성 있는 캐릭터, 생사 너머의 정의를 다루며 역사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배우는 열쇠임을 관객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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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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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연도:
2025
관람 연도:
2025
극장명: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줄거리 & 리뷰
줄거리
제1막
한국의 한 고등학교 교실, 역사 수업 시간에 학생들은 지루해하며 산만해졌다. 책상에 엎드려 졸던 설공찬은 역사가 오늘날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른 학생이 반박하지만 공찬은 여전히 역사시간이 싫다. 교사는 아이들의 무관심을 느끼고 대신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한다. 순간 학생들은 다른 차원으로 따라간다. 뒤에 남아 있던 공찬에게 교사는 말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너도 죽어야 한다고.
이야기는 조선 시대에서 시작된다. 1449년에 세종대왕 치하에 태어난 채수는 어머니의 죽음에 연루된 자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연산군의 폭정을 목격한다.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그는 충성을 다한다. 결국 연산군이 폐위되자, 중종이 공신으로 명하고 벼슬을 내리지만 채수는 거절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한편 설씨 집안에는 불행이 드리운다. 설충수의 아들 설공침은 사촌 누이 초희의 혼령에 씌인다. 초희는 한글을 백성에게 가르치려 했던 인물로, 아버지 충란의 꾸지람을 받고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당하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 공침을 구하기 위해 명망 있는 무당 석산을 불러내 쫓아내지만, 잠시뿐이었다. 곧 설공찬의 떠도는 혼령이 다시 공침의 몸을 차지한다.
채수는 충란을 위로하러 찾아가고, 그 자리에 형의 도움을 청하러 충수도 온다. 그들은 충수의 집으로 가서 석산과 함께 귀신을 맞선다. 그러나 공찬은 떠나기를 거부하며 저승의 진실을 알리려 한다. 살아 있는 자 가운데 오직 채수만이 그를 볼 수 있었고, 공찬은 그를 저승으로 이끌려 한다.
제2막
저승에서는 죽은 자들이 모여 심판을 받았다. 그곳에서 집정관은 아직 죽지 않은 자가 섞여 있음을 감지했다. 장남 윤호연은 부모와 관습이 떠안긴 장자의 의무를 짊어지고 권리를 누리며 살았고, 차남 윤호진은 언제나 그늘에 가려 살아왔다. 명이 다한 차남 대신 장남이 저승 차사를 따라 내려온 것이었는데, 장남은 자신은 모든 것을 누리고 동생은 평생 희생만 하고 살았다며 자신이 대신 저승에 남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차남은 오히려 자신은 형을 누려서 행복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장남은 이승으로 돌아가고, 착한 동생은 저승에 남게 되었는데, 이 장면은 채수로 하여금 저승의 공정함을 깨닫게 했다.
이곳의 집정관은 다름 아닌 초희였다. 그녀는 동생 공찬이 데려온 채수를 보고 놀라 염라대왕에게 데려갔다. 염라 앞에 이르렀을 때, 그들은 탐욕한 영의정 홍대감과 권력을 탐하다 임금을 배신한 애박의 심판을 목격했다.
염라 앞에서 초희와 공찬은 산 사람을 저승으로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벌을 받는다. 바로 그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 충란이 심판을 받으러 나타난다. 자살은 가장 큰 죄로 간주되어 가장 가혹한 지옥행이 선고된다. 그러나 이 순간, 부자와 남매는 눈물의 화해를 나눈다. 공찬은 죽은 자가 산 자의 삶에 개입할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를 받는다.
이때 채수가 나선다. 살아 있는 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저승에 대해 말하는 것은 법도를 어기는 것이 아니며 저승의 정의를 기록하겠다고 다짐한다. 염라는 이를 허락하며 채수를 세상으로 돌려보내고, 충란은 채수를 보좌하도록 다시 이승으로 채수와 함께 보낸다.
채수는 《설공찬전》을 완성한다. 그러나 폐위된 임금을 언급한다는 이유로 책은 금서가 되어 불태워진다. 좌절하는 그에게 공찬은 말한다. 진실의 씨앗은 아무리 작아도 언젠가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다시 현대의 교실, 설공찬은 잠에서 깨어난다. 그는 역사가 공허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교훈으로 살아 있음을 인정한다. 학생들은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지혜를 미래로 이어가야 한다고 노래한다.
리뷰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더불어, 이번 무대는 한국 설화를 현대적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조선 시대에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소설 가운데 하나인 설공찬전을 바탕으로, 한낱 고서에 머물 수 있었던 이야기가 록 음악과 교실 무대, K-팝을 연상시키는 안무로 다시 태어나며 오늘날에도 생생히 살아 숨쉬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명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자 드럼과 기타의 소리가 터져 나오며 경쾌한 록 밴드의 반주가 오프닝을 열었다. 무대는 고등학교 교실로 꾸며졌고, 책상과 의자는 이후 배우들이 직접 옮겨 계단이나 단상으로 활용했다.
음악은 록 밴드를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피아노가 더해졌으며, 드럼의 비트가 공연 전체를 끌고 갔다. 음악은 기억하기 좋을 만큼 반복되면서도 지나치게 빽빽하지 않아 균형이 잘 맞았다. 무엇보다도 출연진이 인상적으로 노래를 잘했다.
설공찬 역은 송유택 배우가 맡아 안정적인 목소리와 활기찬 춤으로 고등학생 같은 모습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그의 사촌인 설공침 역은 지원선 배우가 연기했다. 무대 연출은 귀신 들렸을 때 공침이 공찬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도록 설정하여, 아이돌 듀오처럼 완벽히 동기화된 안무와 팝핑 동작까지 보여주었다. 유령의 분신이라는 장치와 K-팝 비주얼이 섞인 연출이었다.
채수 역의 백인태 배우는 육십에 가까운 인물을 맡아 캐릭터의 나이에 걸맞은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대사에서도 같은 무게감이 묻어났다. 강한 고음을 가진 성악 테너인 그가 바리톤 음역을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했으나, 호흡과 음정, 울림이 안정적이어서 억지로 음색을 낮춘 듯한 인상은 전혀 없었다. 따뜻한 비브라토가 돋보였다.
설초희 역의 박선영 배우는 표정 연기를 풍부하게 보여주었고, 맑은 고음과 안정적인 중음을 겸비한 목소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염라 역의 여은 배우는 무대 위에서 완전히 편안해 보였으며, 카리스마 있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역사 선생님, 석산과 여러 배역을 맡은 유슬기 배우는 익살스러운 변주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그 역시 성악 테너로서 백인태 배우와 함께 공연의 중심을 잡아주며 안정적인 울림을 더했다.
앙상블은 무용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밴드는 무대 뒤에 가려져 있었고, 객석 1열은 무대 바로 아래에 위치해 공연은 더욱 가까이서 체험하는 듯한 친밀감을 주었다. 그러나 의상은 아쉬웠다. 조선 시대의 느낌을 전달하기에도 부족했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득력도 부족했다. 특히 저승 장면에서 몇몇 의상은 외국풍을 연상시켰다. 중국 장수 애박이 염라 앞에 등장했을 때, 저승은 국경이 없는 공간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한국의 이야기이기에 보다 일관된 콘셉트가 필요해 보였다.
나는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친구와 함께 관람했다. 친구는 역사적 배경 설명과 유령 장면이 길다고 느꼈다. 나는 이야기의 기반을 다지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했지만, 불필요하게 늘어져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공찬이 사촌을 놀라게 하는 장면도 지나치게 길었다. 공침의 악한 성격을 드러내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저승 세계의 등장을 늦추었다. 1막은 강한 클리프행어 없이 끝났고, 공찬이 단순히 자신과 누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원한다는 인상만 남겼다. 훨씬 뒤 2막에서야 저승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사람들에게 알리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사의 맥락은 더 일찍, 더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재치 있는 장면도 있었다. 공찬이 채수에게 저승으로 함께 가자며 팔을 뻗어 영어로 “Do you trust me?”라고 묻자, 채수는 어리둥절하며 “두유 틀, 뭐?”라고 답했다. 알라딘을 연상시키는 코믹한 장면이었다.
앙상블은 노래를 안정적으로 소화했으며 동시에 춤도 완벽히 소화해야 했기에 그 정도로도 충분히 훌륭했다. 짧은 솔로에서는 목소리가 돋보이는 배우들이 있어서 색채를 더했다. 이 공연은 이틀째 무대였고 몇몇 배우들의 첫 출연이기도 해서 커튼콜에서 출연진이 직접 자신을 소개하며 재관람을 권했다. 설공찬 역의 송유택 배우는 관객이 멜로디 “돌아보련다”를 흥얼거리며 돌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염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교훈을 전했다. 이 메시지는 공연 전반에 걸쳐 반복되었다. 또 하나의 주제는 ‘역사는 과거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위한 스승이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 부분이 길고 반복적이라 다소 부담스럽게 느꼈으나, 내 친구는 이 뮤지컬의 주제이니까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 중요성에는 동의했지만, 대사로 강조하기보다 공연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설교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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