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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 Cheong (Changgeuk)

심청 (창극)

창극 심청은 주인공을 학대와 희생 속에서 찢긴 피해자로 그린다. 심봉사의 미성숙함과 이기심은 아기를 내던지는 장면부터 욕망에 휘말린 모습까지 두드러지며, 심청은 끝내 무력하다. 과감한 연출은 인상적이었으나, 이야기에 겹친 숨은 의미를 다 찾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관람 년도:

이 아카이브에 포함된 포스터는 기록 및 교육 목적에 한하여 게재된 것입니다. 

 

🔗 모든 이미지는 원 출처나 관련 기사와 연결되어 있으며, 저작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초연 연도:

2025

관람 연도:

2025

극장명: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줄거리 & 리뷰

줄거리

이번 창극 심청은 전통적인 ‘효녀 심청’의 이미지를 벗고, 학대와 희생 속에서 목소리를 빼앗긴 피해자의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극은 심봉사가 아내의 죽음을 딸 탓으로 돌리며 갓난아기를 내던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기는 접힌 담요로 표현되며, 소녀 심청이 그것을 다시 들어 올려 아버지를 덮어준다. 무대 초반부터 아기, 소녀, 무용수, 노인, 수십 명의 어린이 심청 등 여러 심청이 동시에 존재하며, 인물이 조각나듯 복합적으로 그려진다.

심청이 자라 열다섯이 되었을 때, 심봉사는 그녀를 장승상댁 부인에게 데려간다. 그러나 이 집안의 세 아들은 심청을 조롱하고 폭행하며, 부인은 외면한 채 양녀 입양을 강요한다. 그 사이 심봉사는 물에 빠졌다가 한 승려에게 구해지는데, 그 승려는 세 해 안에 쌀 삼백 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고 말한다. 심봉사는 이를 맹세하고, 심청은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약속을 알게 된다.

바다로 나갈 선원들이 희생할 처녀를 찾자, 열다섯 살 심청은 스스로 제물이 되기를 자청한다. 심봉사는 악몽에 시달리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2막에서는 심봉사의 타락과 허망함이 전면에 드러난다. 그는 뺑덕어멈과 재혼하지만 곧 재산을 빼앗기고 버림받는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눈먼 자들의 잔치가 열린다는 황성으로 향한다. 길에서 만난 여인들은 모두 뺑덕어멈의 모습으로 등장하며, 잠시 즐거움은 곧 조롱으로 바뀐다. 그들은 심봉사를 둘러싸고 방아찧기 놀이를 벌이는데, 이는 욕망의 은유로 그려진다. 이어 여인들은 그를 조롱하며 바지를 벗기고 망신을 준다. 이 장면은 심봉사의 미성숙함과 가벼움을 강조하며, 그와 대비되는 심청의 고통을 더욱 부각시킨다.

황성에 도착한 심봉사는 경비병들에게 발견되어 무대 위로 불려 나온다.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심청의 목소리에 눈이 번쩍 뜨이지만, 그가 본 것은 족쇄와 안대를 한 채 제물로 바다에 던져지는 딸의 모습이다. 물에서 끌려 나와 눈앞에 놓인 심청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 승려가 다시 나타나 심봉사로 하여금 딸의 최후를 똑똑히 보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 무대 위 스크린에는 심청이 극장을 떠나 객석 뒤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 비춰지며, 마치 무대와 현실을 넘어 사라지는 듯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리뷰

창극 심청은 판소리 심청가를 국립창극단이 새로운 줄거리와 주제를 덧입혀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악기는 전통 국악기와 현악기가 함께 어우러졌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와 함께 아쟁, 해금, 가야금, 거문고, 대금, 피리가 무대를 채웠다. 특히 아쟁은 관악기를 연상시키는 거친 음색을 자주 내며 독특한 울림을 만들었다. 그러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섯 명이 호흡을 맞춘 북 연주였다. 주로 합주로 이어졌지만 가운데 북 연주자가 먼저 리듬이나 타법을 바꾸면 다른 연주자들이 따라가며 변화를 만들어냈다. 북채, 손, 그리고 ‘쇠솔’처럼 보이는 특수 채(폭 1cm, 길이 20cm 정도의 금속 혹은 플라스틱 조각 다발)를 사용해 날카롭고 금속성의 소리를 내어 다채로운 질감을 더했다. 가죽이 아닌 북테를 두드리기도 하며 장면의 긴장과 분위기를 암시하는 신호처럼 활용되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장면은 이 북 소리로 시작되었고, 2막에서는 현악기만으로 된 간주곡이 삽입되기도 했다. 현악기는 공연 중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커튼콜에서 등장해 인사를 받았다.

줄거리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야기지만, 직접 따라가기에는 꽤 어려웠다. 대본에는 한자어가 많은 판소리 원문이 그대로 쓰였고,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무대 양옆 모니터에 띄워진 영어 자막에 의존했는데, 간결하고 명료했지만 노래의 빠른 전개 때문에 무대와 자막을 동시에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북에는 한국어 가사와 함께 독일어 번역이 실려 있었고, 하나만 예시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었다.

한국어 가사 (프로그램북):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주렴에 비쳐들 제

독일어 가사 (프로그램북):

Der Garten ist vom Herbstmond hell beleuchtet.
Das Mondlicht scheint durch den Vorhang aus Korallenperlen.

영어 번역:

The garden is brightly lit by the autumn moon.
The moonlight shines through the curtain of coral pearls.

한자어 표기:

秋月은 滿情허여
珊瑚珠簾에 비쳐들 제

주변에서 웃음과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니, 판소리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그 뉘앙스를 놓치기 쉽다는 것을 실감했다. 무대 위 카메라맨이 촬영한 장면이 상단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비춰 관객의 시선을 모아주었지만, 판소리를 잘 몰랐기 때문에 여전히 무대와 자막을 왔다 갔다 하면서 관람하였다.

심청전의 원래 줄거리는 이렇다. 아내를 잃고 장님이 된 심봉사는 아기를 먹이기 위해 동네를 돌며 젖동냥을 했다. 이웃의 도움으로 자란 심청은 커서도 아버지를 위해 직접 걸식에 나섰다. 장승상댁 부인이 입양을 제안했으나 심청은 거절하고 아버지 곁에 남는다. 어느 날 심봉사는 물에 빠졌다가 중에게 구해지고,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맹세한다. 심청은 이를 대신하기 위해 뱃사람들에게 몸을 팔아 바다에 제물로 던져진다. 그러나 바다 용왕이 그녀를 구하고, 용궁에서 어머니와 재회한 뒤 연꽃 속에서 다시 세상에 나온다. 황제는 그녀를 맞아들이고 황후로 세운다. 이후 심청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잔치를 열고, 그 자리에서 부녀는 극적으로 재회하며 심봉사의 눈이 떠진다.

이 이야기는 흔히 신라 불교 전설의 흔적이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아는 판본은 약 수백년 전 조선시대에 형성되었다. 유교적 효 사상과 불교적 구원의 모티프가 결합된 서사다. 그러나 내용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시력을 위해 어린 딸을 제물로 바치고, 사회는 이를 ‘효녀’라 칭송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이 크다.

이번 창극은 이런 전통 줄거리를 크게 비틀어 새로운 주제를 담았다. 연출 노트는 심청을 “시공을 초월한, 오늘날 약자의 목소리”로 설명했는데, 무대 위 심청은 독립적인 존재라기보다 반복적으로 희생당하는 피해자에 가까웠다. 도망치지만 붙잡히고, 반항하려다 포기한다. 한 장면에서 심청은 아버지를 목 조르려 하지만 끝내 실행하지 못한다. 효(孝)라는 뿌리 깊은 틀이 여전히 무대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승상댁 부인은 원작과 달리 학대에 눈감는 인물로 변형되어 심청의 고통을 심화시킨다. 결국 심청은 여전히 공양미 삼백 석을 위한 희생물일 뿐, 자율적 주체로 거듭나지 못한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심봉사–심청의 관계는 가해자–피해자로 해석된다.”

무대 위에는 어린이, 무용수, 노인 등 수많은 심청이 동시에 등장했다. 순수함, 추상화, 세월을 초월한 목소리, 오늘날의 아이들 등 다양한 의미를 담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야기의 명확성을 흐리기도 했다. 특히 심청이 무대에 누워 똑바로 드러누운 장면이 반복되며 그녀의 운명과 무력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초반 장면에서도 상징은 겹쳐 있었다. 심봉사가 아기를 내던져 버리는데, 어기는 담요로 표현된다. 동시에 심청이 나타나 담요를 들어 아버지를 덮어주고, 심봉사는 그것을 다시 아기 모양으로 접어 젖을 구하러 나간다. 이때부터 무대는 끊임없이 심청을 분열시키고 중첩시켰다.

출연진은 합창단과 수십 명의 어린이까지 합쳐 150명에 달했다. 무대는 작은 박스에서 큰 프레임으로 확장되며 시작되었는데, 이는 브로드웨이 어쩌면 해피엔딩의 줌인 연출을 떠올리게 했지만 한 번만 사용되었다. 무대 상단 스크린에는 카메라맨이 찍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비춰졌다. 1막에서 뺑덕어멈은 노래 없이 무대를 거닐고, 2막에서는 샤넬 정장과 12cm 하이힐 차림으로 나타나며, 심봉사와 함께 노래했다. 심봉사 역 국악인 김준수는 폭넓은 가창과 연기로 창극계 대표 배우다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심청 역 국악인 김우정은 맑고 경쾌한 목소리로 15세 소녀의 리듬과 활력을 잘 표현했다.

커튼콜에서는 각 배우가 인사할 때 배역과 이름이 스크린에 표시되었다. 팬텀싱어 4로 잘 알려진 국악인 김수인이 작은 배역(경비병)으로 등장하자 객석이 크게 환호했다. 삼백 석을 요구한 승려의 이름이 “낯선남자”로 표기된 것도 웃음을 자아냈다. 권위적 인물을 냉소적으로 전환한 장치였다.

티켓은 8만 원에서 2만 원 사이였으며 할인도 다양했다. 나는 약 3만 원에 관람했는데, 이 규모의 공연으로는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정부 지원과 국립창극단 소속 단원 덕분에 국립창극단은 대규모 무대, 150명 출연진, 전곡 번역본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프로그램북 제공까지 가능한 것이다. 공연은 단 4회만 열렸고, 티켓이 워낙 빨리 소진되어 2층 좌석밖에 구할 수 없었다. 프로그램북에는 한국어와 독일어 대본 전체가 수록되었다.

이번이 나의 두 번째 창극 관람이었다. 많은 뉘앙스를 놓쳤을지 모르지만, 국립창극단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느껴졌다. 창극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진화하고 과감하다. 나는 뮤지컬 팬인데, 이 작품은 오페라에 더 가까웠다. 공연이 지나치게 많은 요소를 담아낸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다 읽어내지 못한 것인지 고민이 남는다.

고등학생 시절 처음 본 리골레토가 떠올랐다. 당시에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비극적이고 슬프다고만 느꼈다. 시간이 흐르며 다시 보니 훨씬 많은 것을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심청도 언젠가 다시 무대에 오를 것이고, 그때 나는 더 많은 숨은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관객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공식 비디오 (embeded)

'효녀 대신 인간'.. 새로운 심청 무대에 올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 전주MBC 250813 방송

The 24th Jeonju International Sori Festival opened with the National Theater collaboration Sim Cheong, directed by Yona Kim. Recasting the heroine as a modern figure of human struggle, the production drew strong attention. The five-day festival features 91 performances rooted in pansori.

소리꾼 김준수 '심청' 연습 풀영상 공개 | 국립극장 | 국립창극단 | 국악 | 문화 | 예술

Full rehearsal video of sorikkun Kim Junsu in Sim Cheong has been released, featuring his performance as Father Sim. Presented by the National Theater and National Changgeuk Company, the footage offers a glimpse into this modern reinterpretation of pansori tradition.

시공을 초월한파격적 해석을 담은 대작 | 국립창극단 ‘심청’

National Changgeuk Company’s new Sim Cheong breaks tradition with Regietheater style by director Yona Kim, reimagining Cheong as a voice for today’s marginalized. With music by Han Seung-seok and a German design team, it promises bold staging and a sharp, contemporary resonance.

"심청은 피해자, 심봉사는 기득권" 파격 재해석 / EBS뉴스 2025. 07. 31

National Changgeuk Company presents a bold reinterpretation of Sim Cheong, with the heroine as a marginalized victim and Father Sim as entrenched privilege. Directed by Yona Kim, the work cuts the underwater palace, focusing instead on guilt, abuse, and social cri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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