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retly Greatly
은밀하게 위대하게
어린 시절부터 훈련된 북한 간첩이 남한의 작은 동네에서 바보로 위장해 살아간다. 정세 변화로 버려진 그는 동료들과 함께 최후를 맞는다. 스릴러의 외피 속에는 평범한 삶을 갈망한 소년들의 비극이 담겨 있다.
Musical Reviews › Korean Original › 2026
관람 년도:

이 아카이브에 포함된 포스터는 기록 및 교육 목적에 한하여 게재된 것입니다.
🔗 모든 이미지는 원 출처나 관련 기사와 연결되어 있으며, 저작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초연 연도:
2016
관람 연도:
2026
극장명: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
줄거리 & 리뷰
줄거리
원류환은 열세 살에 북한군 최정예 5446부대에 입대한 이후 9년간 혹독한 훈련을 거쳐 완벽한 살상 병기로 성장한다. 그는 부대 창설자이자 고위 장교인 리무혁의 서자, 최대 라이벌 리해랑을 포함해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 부대의 절대 임무는 조국 통일. 어느 날 원류환은 남한으로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2년 후, ‘동구’라는 가명으로 남한의 가난한 동네에 잠입한 그는 지능이 낮은 동네 바보로 위장한다. 순임이 운영하는 작은 슈퍼에서 일하며 헐렁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매일 입고 지낸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단순한 일도 서툴게 해내고, 순임은 매달 20만 원의 월급을 주며 매일 미역국을 끓여 먹인다. 경찰인 그녀의 아들은 그 음식에 불평하며 자주 어머니와 다툰다.
어느 날, 원은 슈퍼 근처에서 익숙한 기척을 느낀다. 리해랑이다. 두 사람은 격렬한 싸움 끝에 서로의 정체를 확인한다. 리해랑 역시 임무를 받고 남하했으며,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지는 락커 지망생으로 위장해 불안한 꿈에 매달리고 있다.
곧 또 다른 요원 리해진이 나타난다. 같은 부대 소속의 열일곱 살 병사로,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파견되었다. 가난 속에서 생존과 신분 상승을 위해 입대한 그는 원류환을 동경하며 따른다.
시간이 흐르며 원은 순임이 중병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모습은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순임이 먹고 싶은 것을 묻자, 원은 망설이다가 소고기 미역국을 부탁한다. 지겹도록 끓였고 아들이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순임은 그를 위해 다시 미역국을 준비한다.
리해랑과 리해진도 슈퍼를 찾고, 순임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으며 삼계탕을 해주겠다고 한다. 세 사람은 집안일을 도우며 가족처럼 웃는다. 그 사이 해진이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습니까?” 원은 답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동네 불량배들이 술 구매처를 자신들에게 돌리라고 요구하며 슈퍼를 습격하고, 거절한 순임을 위협한다. 그날 밤, 그녀의 아들이 불량배들에게 홀로 맞서다 중상을 입는다. 원, 리해랑, 리해진은 조직의 아지트를 습격한다. 해진이 불량배들을 죽일지 묻자, 원은 다시는 순임을 해치지 못할 정도로 만들라고 한다.
북에서는 정세가 급변한다. 남북 합의에 따라 북한은 고위급 간첩 30명의 신원을 넘기기로 한다. 김태원 대령은 남쪽에 넘기는 대신 자결을 허용하자고 제안하고, 리무혁은 이를 승인한다. 김태원은 마지막 임무를 위해 남하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요원은 네 명뿐이라고 김태원은 언급한다. 원류환, 리해랑, 리해진, 그리고 이중간첩이던 남한 국정원 팀장 서수혁.
최후의 대면 전, 원은 더 이상 동구가 아닌 검은 정장을 입은 모습으로 순임 앞에 선다. 또렷한 목소리로 수술을 받으라고 권한다. 놀라지 않은 순임은 그에게 통장 하나를 건넨다. 그가 흥청망청 써버릴까 봐 수년간 몰래 모아둔 진짜 월급을 모은 것이었다.
창고에서 김태원을 만난 원은 어머니만은 지켜달라며 자신은 죽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서수혁이 국정원 요원들과 함께 들이닥치며 진실을 밝힌다. 원의 어머니는 그가 5446부대에 입대한 바로 그날 처형되었다는 것.
분노와 슬픔에 휩싸인 원은 김태원과 병사들에 맞선다. 난투 속에서 리해랑은 오디션 합격 소식을 받지만, 김과 몸싸움을 벌이다 발코니 아래로 김을 잡아서 같이 추락한다. 국정원은 철수하고, 리해진의 시신만이 남는다.
치명상을 입은 원은 쓰러진다. 마지막 순간, 순임이 건넨 통장을 꺼내 가슴에 안는다. 멀리서 그 자신의 목소리가 울린다.
그는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리뷰
공연 직후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장면의 뉘앙스를 기억하고 싶어 시놉시스를 먼저 썼다. 미역국, 통장, 슈퍼, 검은 정장, 순임의 조용한 눈빛. 감정의 결이 흐려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리뷰는 쓸 수 없었다.
원과 그 아이들 때문에 몸이 아플 정도로 힘들었다. 그것은 흔한 공연 후의 여운이 아니라, 슬픔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들은 열세 살에 군인이 되었다. 평범한 청년으로 결점을 가지고 성장할 자유도 없이, 규율과 복종을 정밀하게 지키도록 훈련되었다. 그들은 충성할 수밖에 없는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정치의 흐름이 바뀌자, 그들은 선택권도 없이 제거되었다.
나를 가장 흔든 것은 마지막 배신이 아니었다.
원은 처음부터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5446부대에 입대한 날, 어머니는 처형되었다. 그는 어머니를 지키고 있다는 믿음 위에 자신의 정체성을 지켰다. 마지막에만 배신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처음부터 거짓 안에서 살고 있었다.
그 거대한 정치적 세팅 한가운데, 작품은 작은 슈퍼를 주무대로 사용한다.
커튼콜에서 순임을 연기한 배우는 이번 작품이 첫 뮤지컬이라고 말했다. 연극을 주로하던 분이었다. 그 말이 이해되었다. 그녀는 노래를 하지 않았는데, 멜로디가 아니라 극의 중심축을 지탱하고 있었다. 동구에게 밥을 해주고, 월급을 통장에 모아주고, 그를 우습게 보지 않았다. 그리고 검은 정장을 입은 원 앞에서도 놀라지 않고, 조용히 통장을 건넨다.
나는 그녀가 단 한 번도 그를 바보라고 믿었다고 느끼지 않았다. 동구가 갑자기 변신했을 때 그녀는 침착했다.
이 작품을 한 단어로 줄이면 “어머니”일지도 모른다.
원은 어머니를 잃은 줄도 모른 채 살아왔고, 순임은 낯선 땅에서 그가 만난 유일한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형상은 그저 묵묵히 존재한다. 커튼콜에서 모든 배우들이 그녀를 향해 경례할 때 이 극의 주제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안무는 특히 훈련 장면에서 강렬했다. 집단의 정밀함을 강조하는 움직임은 군사 훈련을 표현했다. 3층 철제 구조물은 위계와 긴장을 시각적으로 구축했다.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원의 목소리는 테너의 힘과 바리톤의 깊이를 오가며 안정적이고 공명 있게 울렸다. 기술적으로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전투는 관람하기 힘들었다.
칼 위주의 긴 난투로 배우들이 반복적으로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장면들. 감정을 고조시키는 도구였겠지만, 너무 길게 느껴졌다.
김태원이 죽거나 체포되면 이 장면은 다른 주인공들에게 비극이 될지라도 끝나게 된다. 서수혁에게 총이 있는데 왜 칼로 그렇게 오래 싸워야 했는지 계속 생각했다. 다른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서수혁은 총알을 5개만 로딩하고 있었던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전투신이 마지막 클라이맥스이기에 오래 끌었는데, 오히려 다른 배우들을 프리즈한 상태에서 원이 노래를 하나 불렀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이 죽을 때, 그는 북의 어머니와, 남의 어머니 순임을 느꼈다.
그들의 삶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죽음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한 번도 살아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사소한 실수, 이기적인 욕망, 평범한 지루함. 그 어떤 것도 원과 그 동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오디션 합격 문자조차 죽음 직전의 순간에야 받을 수 있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말은 시적인 은유가 아니라, 닿을 수 없는 그들의 절규처럼 들렸다. 그래서 나는 바로 리뷰를 쓸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첩보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내게 남은 것은 더 작고 더 무거운 것이었다. 소년을 군인으로 길러 효율적으로 쓰고 깨끗하게 폐기하는 구조. 그리고 너무 늦게 발견한 모성의 순간.
때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관람 직후에는 그들의 아픔만 느껴졌다.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