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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Comet

그레이트 코멧

2024년 한국 그레이트 코멧은 통로와 발코니까지 활용한 이머시브 연출을 완전히 복원했다. 김주택의 젊고 섬세한 피에르, 케이윌의 삶을 관조하는 해석이 두드러졌다. 생동하는 음악, 성숙해지는 연기, 눈부신 혜성 조명이 매번 잊을 수 없는 방문을 만들어 냈다.

한국 초연:

2021

세계 초연:

2012

관람 년도:

2024

공연 극장명:

유니버설아트센터, 서울

이 아카이브에 포함된 포스터는 기록 및 교육 목적에 한하여 게재된 것입니다. 

 

🔗 모든 이미지는 원 출처나 관련 기사와 연결되어 있으며, 저작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리뷰

2024년 한국 공연 기간 동안 이 작품을 많이 보러 갔다. 한국 라이선스 초연은 코로나19 시기에 열렸지만, 거리두기와 제한된 배우 동선 때문에 이 쇼의 핵심인 이머시브 요소가 사라졌고, 결국 조기 종연했다. 이번 시즌에는 그 몰입감이 완전히 복원되었다. 복도와 통로는 앙상블로 가득했고, 프롤로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배우들이 나와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2층 난간에서도 프리쇼가 있었다. 나는 마리야 드미트리예브나 역 배우와 여러 번 이야기했고, 한번은 아들을 소개하고 인사도 했다—기쁘고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오리지널 음원을 계속 듣고 유튜브 영상을 여러번 봤는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 무대는 브로드웨이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처음엔 무대 뒤 코멧석—피에르의 서재로 설계된, 낮게 파인 중앙 뒤편—에 앉았다. 다른 날에는 4열 중앙 앞자리에서 보았는데, 주연 배우들이 바로 눈앞에서 자주 멈췄다. 그 자리에서는 연기의 뉘앙스를 분명히 볼 수 있었지만, 서재 쪽 시야가 가끔 가려지기도 했다. 여러 차례 관람해 보니, 오케스트라석 중간 쯤이 음향 밸런스가 가장 좋았고, 2층 발코니 중앙은 특히 혜성이 지나갈 때 피에르의 시선이 위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피에르로 김주택 배우 공연을 많이 보았고 케이윌 배우도 한 번 갔었다. 김주택 배우의 음역은 오래전부터 익숙했고, 조시 그로번의 녹음을 들은 뒤엔 넘버들을 어떻게 해석할지 상상하기도 했다. 반면, 강렬한 고음과 매력적인 거친 톤으로 유명한 케이윌 배우는 전혀 다른 색의 피에르를 예고했다.

예상은 맞았다. 김주택 배우의 피에르는 폴 다노(전쟁과 평화, 2016년, 영국 드라마 시리즈)에 가까운 젊은 인물처럼 느껴졌다—어색하지만 사랑스럽고, 미소를 띠며 사람들과 연결되려 애쓰는 청년. “Dust and Ashes”와 “The Great Comet of 1812” 같은 주요 솔로에서는 바리톤이목소리가 객석을 가득 메웠지만, 내가 가장 감탄한 지점은 뚜렷한 선율이 없는 구간들이었다. 그는 오페라적 기교를 유연하게 전환해, 노래의 의미를 내러티브처럼 전달했다. 데이브 멀로이, 조시 그로번, 다른 한국 배우들의 피에르와는 상당히 달랐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곧 톨스토이 원작의 피에르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예술적 선택임을 깨달았다. 애초에 피에르 베주호프는 서른이 채 되지 않았다—결혼 실패로 절망하면서도 경찰과 곰을 강에 던질 만큼 무모(혹은 용감)한 남자. 이 관점으로 보니 많은 순간이 또렷해졌다. 결투 후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과 피어오르는 자각을 느끼는 피에르, 나타샤와 함께 가는 줄 모르고 아나톨의 도피를 축복하던 순진함, 진실을 깨닫고 분노하는 장면, 그리고 끝내 나타샤를 위로하며 성장하는 내면까지.

이번 한국 연출은 예상한 것보다 피에르가 극의 중심을 관통하는 인물임을 더 강조했다. “Dust and Ashes” 뒤, 그가 무대에서 내려온 후 다시 나타나 1막을 닫는 연출은 그의 서사 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아코디언, 탬버린, 드럼, 공 등을 직접 연주하는 모습도 몰입감을 키웠다. 피에르 역의 배우에게 이 극은 뮤지컬의 ‘속성 마스터 클래스’ 일 것 같았다. 프로시니엄 작품과 달리 그레이트 코멧은 지휘자를 가까이 보고, 전 출연진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공연의 리듬을 내부에서 체화하게 만든다. 김주택 배우의 빠른 적응력으로, 보통 몇 년 걸릴 경험을 한 시즌에 모아 담은 듯했다.

케이윌 배우의 피에르는 정반대였다. 슬픈 남자이되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 않는 사람—삶을 관찰하다가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태도. 그는 아내와 아나톨에게 이용당해도 큰 감정의 출렁임이 드러나지 않는 인물처럼 보였다. 데이브 멀로이 본인의 피에르를 떠오르게 하는, 마모되고 거리 둔 모습. 그의 “Dust and Ashes”는 반음을 올리며 끝내며 전율을 주었다. “The Great Comet of 1812”는 낮고 담담한 톤에서 시작해 풍부한 음색으로 후반부가 아름답게 피어났다. 정확한 음정은 늘 희열을 안겨주고, 케이윌의 해석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도권의 공연은 현장에서 보지 못했지만, 이후 영상으로 보았다. 세 사람 중 가장 깊고 풍성한 음색이었다. TV·영화에서 쌓은 경력의 영향인지, 섬세한 내면 연기가 돋보였다고 들었다.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직접 연주하며 노래해야 해 어려웠다는 그의 겸손한 인터뷰와 달리, 강력한 보컬과 다층적인 내면 묘사를 호평했다.

우주소녀의 유연정 배우는 이제 완전히 자리 잡은 뮤지컬 배우로, 나타샤를 꾸준히 훌륭하게 소화했다. 밝은 톤의 안정된 노래가 좋았지만, 연기가 더 놀라웠다. 예쁘게 보이기 위한 연기가 아니라 깊이 느끼고 즉각 반응하는 나타샤의 본성을 보였다. “No One Else”의 표정, 모스크바는 어땠는지 아나톨에게 묻고 난 뒤 번지는 후회의 미세한 흔들림은 섬세하면서도 설득력 있었다. “Charming”에서는 옷을 갈아입는 동작도 우아했고, 춤을 잘 추어서 좋았다. 다만 그녀의 딕션은 대체로 좋고 약간 비성에 가깝지만, 극장의 자연 잔향 속에서 빠르고 말 많은 구절들이 가끔 뭉개지기도 했다.

같은 그룹의 박수빈 배우는 가장 어린, 가장 순진한 나타샤를 표현했다. 맑고 가벼운 보컬로, 공연 내내 슬픔과 불안을 머금은 표정이 보였다. 이지수 배우는 또렷한 딕션과 안정적인 가창을 들려주었다. 그의 나타샤는 순진하지 않았고, 아나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며, 곡 중에 종종 벨팅을 사용하고 제스처도 커서 20세기 중반 모타운 느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공연에서는 2막의 ‘1812년의 나타샤’를 온전히 품어, 아나톨의 도주 뒤 진짜 절망을 보여 주었다.

아나톨들 가운데서는 빅스의 레오(정택운 배우)가 단연 마음에 들었다. 찌질함과 매력을 정교하게 가르는 균형감—공연을 거듭할수록 더 좋아졌다. 초반엔 매력을 더 어필했지만, 돌로코프·엘레나와 호흡하면서 불안과 우스꽝스러움이 추가되었다. 그는 무대 위 인물만이 아니라 객석 전체와도 ‘연애’를 했다—키스를 날리고 과장된 포즈를 취하며. 뻔뻔하고 우수웠고 그래서 완벽했다. 고은성의 아나톨은 자신이 매력적이라는 확신으로 가득 찬, 보컬적으로 강한 해석이었다. 초반의 허세는 서사가 진행될수록 무력하고 찌질한 아나톨의 모습을 드러냈다. 셔누는 무대 위 관계보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에 더 비중을 두는 해석을 가져왔고, 막공 때는 보컬도 단단했다. 셋이 함께한 홍보 영상에서, 셔누 배우가 말한 것 같이 ‘정택운 배우가 연기와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고 농담하는 장면은, 각 배우가 가진 서로 다른 예술적 접근 방식을 보여 주었다.

안드레이 역 배우는 때때로 비브라토가 조밀하고 흔들렸지만, 음향 세팅에 따라 예상 밖으로 풍성하고 질감 있는 소리로 들리기도 했다. 극장 음향의 대조군으로 그의 톤을 참조하기도 했다.

세 번째, 네 번째 관람 즈음엔 프로덕션이 완전히 리듬을 찾았다. 애드리브가 자연스럽고, 전환은 매끄러웠고, 인물 해석은 깊어졌다. 결투 장면 같은 것도 진화했다—총을 맞지 않은 뒤 피에르가 몸을 확인하는 ‘바디 체크’가 개그 포인트가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작품을 ‘이해하려는’ 걸 멈추었다. 그냥 즐기기 시작했다. 춤추고, 박수치고, 가까이 다가오는 배우들과 하이 파이브를 했다. 특히 혜성이 지날 때의 조명은 사진가가 꿈꿀 만한 순간들을 만들었다.

김주택 배우의 팬으로서, 처음엔 그레이트 코멧을 “쉬다가, 피에르 노래 듣고, 또 쉬다가 피에르 노래 듣는” 쇼 정도로 즐겼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그가 내뱉는 음절 하나하나를 음미하게 됐다.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음악뿐 아니라 쇼의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는 방식을 즐겼다.

어느 날 마티네 공연을 보고 바로 아들과 디어 에반 핸슨을 보러 갔다. 아들은 기진맥진했다. 나는 그와 반대로, 당장이라도 다시 코멧을 보러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우들이 없을지 모르지만, 음악의 잔향과 빛, 그리고 혜성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OFFICIAL VIDEO EMBEDS

쿨룩 LIVE ▷ 김주택 ‘Dust and Ashes’ 라이브 / [청하의 볼륨을 높여요] / KBS 240415 방송

Cool Look LIVE ▷ Julian Jootaek Kim sings Dust and Ashes from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on [Chungha’s Volume Up], KBS (aired 2024.04.15). A powerful and emotional performance.

[LIVE] 하도권(Dokwon Ha) - DUST AND ASHES(잿더미) |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 두시탈출 컬투쇼

[LIVE] Dokwon Ha performs Dust and Ashes (잿더미) from the musical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on SBS Radio Cultwo Show. A powerful interpretation of Pierre’s soul-searching solo.

[24그레이트코멧] MUSICAL THE GREAT COMET - 시츠프로브 하이라이트

[2024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Sitzprobe Highlight – A behind-the-scenes look at the cast and orchestra bringing the score to life in rehearsal before the full stage performance.

[24그레이트코멧] 공연 SPOT 🌟

[2024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Performance Spot |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runs March 26 – June 16, 2024 at the Universal Arts Center.

[24그레이트코멧] 하이라이트 CLIP - DUST AND ASHES(잿더미)

[2024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Highlight Clip – Dust and Ashes featuring Dokwon Ha, K.Will, and Julian Jootaek Kim as Pierre. A powerful showcase of the multicast performances of this soul-searching s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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