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시작부터 팝과 락의 박동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극장은 크지 않지만 음악은 훨씬 압도적이어야 할 것 같은 넘버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 들려온 사운드는 예상보다 소리가 작았다. 포효해야 할 부분이 속삭임에 그치며, 작품이 지닌 야심과 실제 무대 사이에 간극이 느껴졌다.

노래만 두고 본다면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배역간에도 차이점이 보였다. 나디아 배우의 목소리는 맑고 힘 있게 뚫고 나와, 작품이 요구하는 팝 록의 에너지를 온전히 구현했다. 아이돌 그룹 펜타곤 출신 진호 배우의 피터는 날카롭고 세련된 춤선과 무대 장악력을 보여주었지만, 보컬은 진심 어린 표현에 머물렀다. 어떤 배우는 배역을 충실히 재현했고, 어떤 배우는 배역의 인물이 되어버렸다. 제이슨 배역의 윤승우 배우는 목소리가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그 흔들림은 곧 마음의 떨림이었고 그래서 오히려 진실하게 다가왔다. 음색이 더 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중에는 인간적인 나약함이 더 깊게 남았다.

특히 제이슨이라는 인물을 보는 동안, 디어 에반 핸슨의 코너 머피가 떠올랐다. 억눌림과 절망, 그리고 침묵으로 이어지는 비슷한 궤적. 두 배역 모두 결국 자살로 마무리된다. 이런 절망을 매일 무대에서 몸으로 담아내는 배우는 어떤 마음을 안고 있을까. 모든 것을 쏟아낸 듯 보였기에, 커튼콜 이후에는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기를 조용히 바랐다.

작품 자체는 강렬한 메시지를 들려준다. 청소년기의 정체성과 신앙, 사랑을 정직하게 그려내며, 회피하기 쉬운 주제들을 피해가지 않는다. 숨어 있는 관계, 종교적 죄책감, 따돌림과 압박, 그리고 침묵하는 어른들의 세계. 자극적이기보다는 차라리 고통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다.

창작자들은 이 작품을 일종의 사회적 반항으로 기획했다. 예민한 메시지를 팝 오페라라는 형식에 섞어 시너지로 만들었고, 그만큼 관객층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음악만큼은 훨씬 더 유명해질 수 있었을 것 같다. 리듬과 선율은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극장 밖에서도 불리고 기억될 자격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듣지 못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그래서일까. 베어는 대중적으로 크게 자리 잡지 못했지만, 무대 위 진심은 여전히 남는다. 한국 무대에서 이 작품이 꾸준히 공연되는 것은, 사회가 아직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야기를 예술은 말할 수 있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뮤지컬은 커튼콜에서 관객에게 현실로 돌아올 기회를 준다. 죽었던 배우들이 웃으며 돌아오고, 악역도 인사하며, 결국 모두가 허구였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베어는 다르다. 마지막 순간에도 극이 이어진다. 제이슨은 돌아오지 않고, 무대는 비워진 채 관객은 그의 부재를 안고 극장을 떠나게 된다. 그 침묵이야말로 이 작품이 남기는 가장 진실한 메시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