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lejuice
비틀쥬스
브로드웨이와 한국 공연을 한 달 간격으로 관람하며, 같은 작품이 배우와 현지화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확인했다. 저스틴 콜렛은 잘 짜인 혼돈 그 자체를 체화했고, 김준수는 정교한 신체성과 음악성으로 한국적인 비틀쥬스를 완성했다.
한국 초연:
2021
세계 초연:
2018
관람 년도:
2025
공연 극장명: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이 아카이브에 포함된 포스터는 기록 및 교육 목적에 한하여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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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 달 전인 11월에 브로드웨이 팔래스 극장에서 Beetlejuice를 관람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기 전부터 이미 한국 라이선스 공연 티켓을 예매해 두었는데, 기억이 생생할 때 두 작품을 비교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저스틴 콜렛이 연기한 비틀쥬스는 배역을 소화했다기보다는 그 인물로 빙의한 듯 느껴졌다.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공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의 애드리브, 코믹 연기 타이밍, 짜증과 광기 어린 에너지는 모두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음색은 거칠고 걸걸했는데 비틀쥬스에 딱 맞아서, 제4의 벽을 깼을 때조차 배우가 보이지 않고 캐릭터의 존재감이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저스틴 콜렛의 팀은 미국 투어 이후 마지막으로 한정 기간 브로드웨이 공연을 했는데, 이 기간에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고, 연출과 퍼포먼스 모두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한국 공연에서도 브로드웨이에서 앉았던 자리와 유사한 좌석에 앉았는데, 공연 시작 전에 막이 내려온 무대는 팔래스 극장의 무대와 거의 동일해 보였다. 굳이 차이를 꼽자면 객석 벽을 비추는 초록색 조명이 브로드웨이에서는 날카로운 라인 조명이 묶인 다발로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뭉근하게 퍼지는 조명이었다는 점 정도였다. 그 외에는 시각적으로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LG아트센터 서울의 LG 시그니처 홀은 뛰어난 음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 공연에서는 공연 안내는 배우가 한국어로 녹음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공연장 안내 멘트는 한국어와 영어로 흘러나온다. 일반적으로 영어 안내 멘트는 기계음으로 들릴 정도로 정제되고 평이한 억양으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공연장에서는 영국식 발음의 남자 목소리로 길고 구체적이며 개성 있게 안내문이 나왔고, 감정까지 담겨 있었다. “Enjoy the show”라는 마지막 말이 끝났을 때 자연스럽게 박수를 치게 되었다.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완전한 어둠 속에서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와 연출은 브로드웨이 공연과 정확히 동일했다. 한국어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똑같았는데, 언어가 주는 힘이 커서 그런지 꽤 다르게 느껴졌다. 비틀쥬스가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 공연에서 비틀쥬스를 연기한 김준수 배우는 막강한 티켓 파워와 글로벌 팬층을 지닌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스타다. 이 순간부터 이 공연이 일반적인 한국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 될 것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관객들은 그의 모든 움직임과 제4의 벽을 허무는 제스처 하나하나에 반응했다. 김준수 배우의 팬들이 많이 온 것이 분명했는데, 모든 배우들과 오케스트라에도 박수와 환호를 표하며 존중했고, 덕분에 열정적이면서도 쾌적하고 즐거운 관람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대본의 많은 요소가 한국적으로 현지화되어 있었다. 비틀쥬스는 슬플 때 먹는 음식으로 떡볶이, 라면, 만두 등 한국 음식들을 나열했고, 잘못 꺼낸 명함을 읽을 때 “팜트리아일랜드 대표이사 김준수”라고 적혀 있었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라고 했다가, 세 번 보러 와서 한 번씩 이름을 불러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연할 때 오라고 덧붙였는데, 비틀쥬스가 트리플 캐스트이기 때문이다. 연달아 세 번 불러야 살아 있는 사람에게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농담이지만, 이미 캐릭터와 배우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였기에 농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1막을 보며 브로드웨이 2025년 공연과 비교해 많은 캐릭터 해석이 달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김준수의 비틀쥬스는 움직임이 유연하고, 노래와 춤 모두 뛰어나며, 무대 위에서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뛰어난 댄서이기도 한 그는 특히 군무 장면에서 강점을 드러냈고, 메이틀랜드 부부를 조종하거나 클론들과 함께 춤출 때 정말 인상적이었다. 거칠고 스크래치한 음색 역시 비틀쥬스라는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관객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현지화된 대사가 많았음에도 공연 전체는 매우 정교하게 짜인 구조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 타이밍이 적절해서 즉흥적인 요소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반면 브로드웨이에서 본 비틀쥬스는 2막에서 빈 좌석 옆 관객에게 말을 걸며, 비싼 티켓을 사고 1막만 보고 나간 것에 대한 농담을 즉흥적으로 던졌다. 관객들에게 웃을 기회를 주는 짧은 침묵, 박수를 기다리는 타이밍, 그리고 비틀쥬스다운 거친 목소리는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그저 비틀쥬스로 보였고, 찰스 디츠가 진행한 브로드웨이 케어즈 안내 멘트 때에만 공손히 서 있는 모습에서 저스틴 콜렛이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났던 비틀쥬스의 아담에 대한 잦은 애정 표현은 한국 공연에서는 상당히 완화되어 있었다.
한국 공연의 리디아는 브로드웨이 배우보다 성숙해 보였다. 훌륭한 가수이자 댄서였고 연기 타이밍도 정확했지만, 열다섯 살 소녀라기보다는 젊은 여성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다만 뮤지컬에서는 종종 고난도의 신체적 역량을 지닌 35세 배우가 열다섯 살 역할을 맡기도 하므로, 높은 음악적·앙상블 요구도를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캐스팅이었다.
메이틀랜드 부부인 아담과 바바라는 다소 평범하면서도 너드적인 이미지로 그려졌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아담이 더 너드하고, 바바라는 보다 현실적인 인물이었는데, 한국 공연에서는 두 캐릭터의 균형이 약간 달라 보였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노래와 연기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찰스 디츠는 안정적인 가창력을 보여주었고, 델리아 역시 훌륭한 가수였다. 찰스의 캐릭터는 두 공연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한국 공연의 델리아는 브로드웨이보다 덜 생각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델리아는 리디아를 위해 고용된 ‘라이프 코치(life-couch)’인데, 희화화된 인물이 아니라 현실감 있고 어느 정도 권위도 있어 보였다. 그녀를 드러내는 장치는 머리에 든 것이 없다는 말을 얼굴이 작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장면과, 비틀쥬스가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이름을 듣고도 관심 없이 찰스를 바라보는 장면 정도였다.
캐릭터 해석의 차이로 인해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작품의 중심 주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하는 것은 충분히 존중할 만하다고 느껴졌다. 2막에 들어서며 캐릭터 해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혼란도 사라졌다.
한국 공연에서는 델리아가 미스 아르헨티나 역할도 맡았다. 비틀쥬스의 어머니 주노는 뒤틀린 방식이지만 아들에 대한 분명한 애정을 표현했는데, 이는 브로드웨이 공연보다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한국 공연에서는 비틀쥬스가 어머니의 사랑을 인식한 뒤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흐름이 강조되었고, 이어 주노가 리디아를 데려가려 하자 비틀쥬스가 샌드웜을 불러 어머니를 삼키게 한다. 이 두 장면이 연속으로 배치된 것은 다소 멜로드라마적이며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2025년 브로드웨이 공연과 한국 라이선스 공연의 가장 큰 연출 차이 중 하나는 메이틀랜드 부부의 사망 방식이었다. 한국 공연에서는 느슨한 거실 바닥이 꺼지면서 큰 트랩도어로 떨어지는데, 이는 리디아 어머니 관의 하강 장치로도 사용되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메이틀랜드 부부가 감전으로 죽었는데, 이는 원래 브로드웨이 버전이 아니라 투어 버전에서 도입된 설정이 반영된 것이다.
퍼펫 연출은 모든 디테일이 브로드웨이와 동일했고, 가사와 대사의 번역도 전반적으로 잘 되었다. 다만 ‘Day-O’는 원래 가사를 직역했는데, 익숙한 노래일수록 어색하게 들려서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가능하다면 비틀쥬스를 다른 배우로 다시 보고 싶다. 한국 뮤지컬의 특징 중 하나는 멀티 캐스팅 배우에 따라 한 프로덕션에서도 캐릭터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자유도가 있어서 전혀 다른 공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점이다. 김준수, 정성화, 정원영 — 세 배우 모두 각기 다른 비틀쥬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이 공연은 탄탄한 가창력, 풍부한 하모니, 그리고 뛰어난 음향 덕분에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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