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Happy Ending
어쩌면 해피엔딩
"Maybe Happy Ending"은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올리버와 클레어, 사랑과 감정을 깨닫는 헬퍼봇들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세련된 무대 연출, 은은한 한국적 디테일, 경쾌한 음악이 어우러진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신선하고, 가슴에 와닿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REVIEW
"Maybe Happy Ending"은 서울의 한 소극장에서 시작된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집안일와 반려 역할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편화된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깔끔하게 디지털 화면을 재연한 듯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따뜻하고 섬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5년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이 뮤지컬 작품상을 포함해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한 후, 공연장은 연일 관객들로 가득 찼다. 나는 시상 발표 전에 티켓을 미리 구입했는데, 내 뒤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가족은 토니상 수상 후 티켓 가격이 올랐다고 이야기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검은 스크린에 제목이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적혀있었다. 기념품에도 화분 등 한국어가 새겨져 있었고, 타임스스퀘어 주변에 있는 BTS, 삼성, LG 등의 한류 광고와 나란히 보이는 이 글자들은 한국 문화의 성장을 실감하게 했다.
이 작품은 원래 소극장용으로 만들어졌기에 대형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막이 오르자 검은 스크린의 일부가 열리며 작지만 컬러풀한 올리버의 아파트가 드러났다. 올리버의 화분, 오래된 턴테이블, 이전 주인 제임스 최가 구독해 준 잡지 더미가 무대를 채웠다. 3세대 헬퍼봇인 올리버의 움직임은 반은 로봇 같고 반은 인간 같아 기술의 발전을 드러냈다. 그의 평화로운 일상은 옆집의 방전된 5세대 여성 로봇 클레어의 방문으로 깨졌다. 그녀는 5세대로 개량되어 관절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더 인간에 가까워졌지만 충전기가 불안정했다. 둘은 점차 가까워졌고, 루틴을 정하고 생활하던 올리버는 이제 그녀의 방문을 기다리게 된다. 클레어는 충전 케이블을 수리해서 벽 콘센트에 직접 연결했고, 더 이상 그의 충전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열며, 올리버는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 살고 있는 주인의 전화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클레어는 반딧불이를 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미래 한국에서 반딧불이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었다. 검은 스크린에 검색 결과가 투사되는 연출은 심플하지만 디지털 화면을 보여주어 극의 색체에 적합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무대를 움직이는 인터페이스처럼 만들었다. 전면 커튼은 터치스크린 제스처처럼 정밀하게 열리고 닫히며 디지털 줌을 연상시켰다. 무대 일부는 확장되거나 축소되었고, x축과 z축을 따라 깔끔하게 움직이며 영화적 구도를 구현했다. 클레어와 올리버의 기억은 스크린에 섬세하게 투사되어 감정을 고조시켰다. 특히 제임스 최와의 추억을 보여주는 회전 무대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 매력적으로 전환했다. 미니멀하지만 기술적으로 영감을 받은 이 무대 디자인은 스토리텔링을 한층 끌어올려 로봇들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무대 곳곳에는 절제된 방식으로 한국적 요소가 녹아 있었다. 스크린에는 영어와 함께 한국어가 표시되었고, 올리버가 “CheChu Island”에 가고 싶다고 말할 때, 설마 제주도를 말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제주도였다. 미래의 제주도가 반딧불이의 마지막 서식지라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들이 머문 호텔 또한 한국의 저렴한 숙박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한국인으로서 친숙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로봇인 올리버와 클레어는 한국인과 똑같이 생길 필요가 없었고, 캐스팅 또한 그런 유연성을 반영했다. 올리버 역의 대런 크리스는 로봇의 모습을 깊게 보여주는 매력을, 클레어 역의 클레어 권은 이름처럼 캐릭터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5세대 로봇답게 보다 인간스러운 진심 어린 연기를 보여주었다. 대런은 곧 하차하고 앤드류 바스 펠드먼이 한정 기간 출연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나중에 읽었는데, 그 역시 기대되는 배우이다. 올리버와 클레어의 정체성은 인종에 의존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배우가 보여주는 진정성과 깊이다. 이 작품은 북미 투어도 예정되어 있어 더 많은 배우들이 이 캐릭터들을 맡을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2025년 가을 다시 공연될 예정인데, 원래의 한국 무대를 사용할지 브로드웨이 버전을 가져올지 궁금하다. 나는 원작을 아직 보지 못했기에 처음 그대로의 연출을 보고 싶지만, 브로드웨이를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서는 브로드웨이 버전을 가져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무대는 내가 본 무대 중 가장 현대적이고 태블릿 화면을 구현한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디자인이었다.
음악은 경쾌하고 발랄해 작품의 매력을 더했다. 음악은 스토리를 압도하지 않고 캐릭터의 감정을 가볍게 감싸며, 따뜻한 순간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올리버와 클레어의 관계를 지켜보며 감정이나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로봇과 AI는 데이터를 통합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학습하고 그것을 직접 느끼는 감정이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헬퍼봇이 사랑을 한다고 믿는다면, 두뇌 활동과 호르몬 작용으로 감정을 느끼는 인간과 무엇이 다를까? 그렇더라도 나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진정한 감정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동시에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Maybe Happy Ending"은 감정을 소중하게 만드는 이유가 단순히 그것을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감정이 인간적인 취약함을 함께 지니기 때문임을 일깨워주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배우의 인종이 아니라 배우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 뮤지컬을 공연하지만, 영어로 연기하기 때문에 연기력은 딕션과 노래 실력이 좌우하고, 헬퍼봇이 한국인을 닮으면 우리나라를 더 연상하게 되겠지만 결국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캐스팅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런 크리스와 클레어 권은 이 세계를 생생하게 구현하며, 실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멋진 줄거리, 뛰어난 무대, 경쾌하고 현대적인 음악, 그리고 기억에 남는 가사 — 이 모든 요소들이 "Maybe Happy Ending"을 신선하고 진심 어린,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