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cked
위키드
브로드웨이 거슈윈 극장에서 본 위키드는 높이·폭·깊이를 살린 장대한 무대와 몰입감 넘치는 연출로 매료시켰다. 오른쪽 발코니 좌석에서는 잔향으로 발음이 뭉개지고 “Defying Gravity”의 음향적 압도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으나, 탄탄한 연기와 시각적 장관이 빛난 경험이었다.
REVIEW
거슈윈 극장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크고 현대적인 공연장 중 하나로, 약 20미터에 달하는 프로시니엄 폭과 2층 객석을 갖추고 있다. 무대 디자인은 깊이감과 측면 구조를 활용해 입체적인 세계를 구현한다. 높은 천장은 글린다가 둥근 버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더욱 마법처럼 만들고, 엘파바가 “Defying Gravity”에서 비상하는 순간을 압도적으로 느끼게 한다. 트랩도어, 측면 무대, 그리고 제4의 벽을 깨는 요소들—날아다니는 원숭이와 붉은 눈의 거대한 용 같은 생물—은 과시적이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몰입감을 높였다.
다만 오른쪽 발코니에서는 음향이 고르지 않았다. 공연 초반 글린다의 마이크가 잠시 오작동해, 목소리가 마치 마법사 소리처럼 기계적으로 변조된 듯 들렸다. 소리가 나오지 않는 문제는 곧 해결됐지만, 한동안 강한 리버브가 남아 발음이 뭉개지고 명료도가 떨어졌다. 극장 전체를 울려야 할 “Defying Gravity”는 시각적으로는 압도적이었으나 볼륨이 부족해, 공간을 완전히 채우지 못한 듯했다. 이는 발코니 좌석 특성상 1층 객석과 음향 차이가 크게 나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각적으로는 무대가 넓이, 높이, 깊이로 압도했다. 상부 플랫폼, 측면 무대, 이동 세트 등 다층 구조가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장대한 무대를 완성했다. 멀리서도 앙상블의 화음과 안무가 무대를 가득 채우며, 20년 넘게 작품이 마법 같은 매력을 유지해온 이유를 보여줬다.
배우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탄탄했다. 글린다는 밝고 맑은 소프라노로 전 음역대를 무난히 소화했고, 특유의 귀여운 무대 매력까지 더했다. 엘파바는 초록 분장 아래서도 눈에 띄게 아름다웠고, 내 자리에서는 마이크 음량이 다소 낮게 느껴졌으나 감정 전달은 충분했다. 마법사는 웅장함을, 마담 모리블은 무대 장악력을 발휘했다. 피예로는 키 크고 잘생긴 동화 속 왕자 같은 외모로 잘 어울렸고, 네사로즈와 보크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좌석 위치로 인한 음향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키드는 여전히 가치 있는 브로드웨이 경험이었다. 무대의 높이, 폭, 깊이가 어우러진 규모감은 투어나 라이선스 버전에서 완전히 재현하기 어려운 몰입감을 만든다.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브로드웨이 투어가 현재 한국에 와 있는 만큼, 추후 라이선스 버전 관람 후 비교할 예정이다.
다음에 브로드웨이에 간다면, 중간 오케스트라 좌석을 선택해 음향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중앙에 가까이 앉으면 클라이맥스에서 기대되는 균형 잡힌 입체 음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발코니 좌석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위키드의 마법은 분명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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