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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ilda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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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는 부당한 가정과 학교 환경 속에서도 지성과 상상력, 그리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악역 미스 트런치불을 연기한 존 로빈스의 반전 매력에 빠지면서도, 그의 마지막 패배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Musical Reviews › West End › 2026

20260717-Matilda

My original program book photo, included for archival purposes only

세계 초연 및 나의 관람 기록

세계 초연 연도:

2011

리뷰어 관람 연도:

2026

공연 극장명:

캠브리지 씨어터

프로덕션:

웨스트엔드

REVIEW

마틸다는 런던에 오기 전부터 줄거리를 미리 읽고 왔다. 유튜브에서 대표 넘버를 듣기 시작했는데, 알고리즘이 계속 다른 곡들을 추천해 주면서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음악을 익히게 되었다. 하나같이 좋은 곡들이어서 공연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졌다.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무대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알파벳 블록과 책들이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우고 객석 양옆까지 이어졌으며, 조명과 스피커도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숨겨져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동화책 속으로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객석에는 어린이 관객이 매우 많았다. 공연 중에도 자리를 드나드는 관객이 있었고, 어셔들은 휴대전화 사용이나 앞좌석을 발로 차는 행동, 흥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을 계속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기저기서 작은 대화와 음식 먹는 소리가 들려 다소 어수선했지만, 어린이 공연 특유의 분위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3층 발코니 좌석은 무대 앞쪽 일부가 가려지는 단점이 있었다. 다행히 뒷줄이 비어 있어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한국 공연장이라면 쉽게 하기 어려웠을 행동이지만,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관람하는 분위기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공연은 생일 파티에 이어 마틸다가 태어나는 장면에서부터 작품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의사는 아이의 탄생을 "Miracle"이라 노래하지만,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Mr. Wormwood (Neil McDermott)가 갓 태어난 아기를 무심하게 던져 버리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씁쓸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과장된 동화적 표현으로 풀어내는 이 작품의 연출 방식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대표 넘버인 "Miracle"과 "Naughty"는 기대했던 만큼 인상적이었다. 특히 Matilda (Bonnie Harper)가 Jane Eyre, Crime and Punishment 같은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하고, 찰스 디킨스의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를 자연스럽게 인용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다섯 살이라는 설정이 맞는지 공연이 끝난 뒤 다시 확인해 볼 정도로, 또래를 훨씬 뛰어넘는 지성과 독서량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틸다가 러시아어를 구사하며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고 말하자, 책을 읽다가 러시아어까지 알게 된 것이냐고 러시아 마피아가 다정하게 묻는다. 마틸다가 "I suppose so."라고 담담하게 답하는 순간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다섯 살 아이답지 않은 지식 자체보다도, 그것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마틸다의 천재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마틸다 역은 네 명의 아역 배우가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멀티캐스팅으로 운영된다. 그중 이날 공연은 Bonnie Harper가 맡았다. 17년 가까이 이어지는 장기 공연에서 높은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시스템 덕분일 것이다. Bonnie Harper 역시 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방대한 대사, 문학 작품에 대한 언급, 러시아어 대사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왜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보여주었다.

공연 이틀 전 찰스 디킨스 하우스를 방문하며 동료에게 "It was the best of times, it was the worst of times."가 디킨스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는데, 마틸다가 무대 위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인용하는 장면을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이 작품의 백미 중 하나는 "School Song"이었다. 학교 철문의 비정형적인 격자 사이로 알파벳 블록을 하나씩 끼워 넣으며 A, B, C 순서에 맞춰 노래를 이어가는 연출은 작사가와 연출가의 치밀함이 돋보였다. 알파벳을 따라가며 "Why?"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재미있었고, 처리하기 쉽지 않았을 마지막 Z를 "Phys-Ed"로 마무리한 방식도 영리하다고 느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When I Grow Up"이었다. 아이들이 그네를 타며 노래하는 장면은 무척 아름다웠는데, 자세히 보니 그네가 서로 교차할 때 배우들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 누워 동선을 정교하게 맞추고 있었다. 아름다운 장면 뒤에 숨겨진 치밀한 무대 운영까지 보이자 더욱 감탄하게 되었다.

어린이 앙상블 역시 훌륭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만 노래를 부르다가 어느 순간 같은 교복을 입은 성인 앙상블이 합류해 화음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극 초반에 언급되던 고학년 학생들이 등장한 것인가 했지만, 자세히 보니 성인 배우들이 더블링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특히 "Revolting Children"에서는 오랫동안 어린이들만으로 무대를 채우다가 뒤늦게 성인 앙상블이 합류하면서 저항의 에너지가 한층 커졌다. 단순히 음향을 보강하는 것을 넘어 작품의 메시지까지 강화하는 효과적인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틸다의 부모는 그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엉망이었다.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책임한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아이의 행복을 망치는 모습을 보면서, 현실에는 이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작품 후반, 마틸다가 러시아 마피아로부터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 가족이 무사히 떠날 수 있게 되자 비로소 "my daughter"라고 부르는 장면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 말을 들으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마틸다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Mrs Wormwood (Tiffany Graves)와 댄스 파트너 Rudolpho가 함께 선보인 "Loud"는 객석의 반응이 특히 뜨거웠던 장면이었다. 훤칠한 체격과 존재감을 보여준 Rudolpho 역 배우와 Tiffany Graves의 화려한 라틴 댄스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분위기에 휩쓸려 함께 춤을 추게 된 Miss Honey (Eve Norris) 역시 의외의 춤 실력을 보여주며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지니 웜우드가 춤을 좋아하고 외모를 꾸미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 자체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누구나 법과 도덕의 범위 안에서 원하는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딸을 방치하고 학대한 부모라는 점만큼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작품은 두 사람의 과장된 코미디를 통해 웃음을 만들어내면서도, 부모의 무관심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를 끝까지 잊지 않았다.

반면 Miss Trunchbull (Jon Robyns)은 등장할 때마다 객석을 웃게 만드는 악역이었다. 아이들을 초키(Chokey)로 위협하고 공포로 학교를 지배하는 인물이지만, 그 역할을 Jon Robyns가 맡았다는 사실 때문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팬텀과 장발장으로 보았던 배우를 이제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장으로 만나고 있으니,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환호를 보내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모순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특유의 존재감과 압도적인 에너지 덕분에 트런치불은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 가운데 하나였다. 마지막에 염력과 아이들의 힘 앞에서 무너져 학교를 떠나는 장면은 통쾌했지만, 동시에 이제 공연도 끝을 향해 간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함께 밀려왔다.

Miss Honey (Eve Norris)는 맑고 따뜻한 음색으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거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살아갈 의지를 잃지 않고, 작은 집을 얻어 홀로 살아가는 자유를 소중히 여기며, 무서운 트런치불 앞에서도 마틸다의 교육을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에서는 강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느껴졌다.

그녀가 부른 "My House"는 특히 마음을 울렸다. "Are you poor?"라는 마틸다의 순수한 질문에 "Yes, I am."이라고 담담히 인정하면서도, "however small"이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그곳은 미스 허니가 비로소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으로 마틸다를 들이는 순간, 그녀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는 마음도 함께 전해졌다. 가난을 노래하는 장면이라기보다, 비로소 얻은 자유와 안전을 노래하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Mrs Phelps는 미스 허니가 등장하기 전까지 마틸다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공연 내내 도서관은 마틸다가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자, 자신을 이해해 주는 유일한 어른을 만나는 장소였다. 알파벳 블록과 책으로 가득한 무대가 상징하듯, 이 작품에서 책과 도서관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중심축이었다.

처음에는 마틸다가 들려주는 escapologist와 acrobat의 서커스 이야기가 풍부한 상상력에서 나온 창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품이 진행될수록 그것이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미스 허니 가족의 과거를 아이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였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미스 허니가 부모 이야기를 꺼내며 "My father was an es..."라고 말을 잇지 못하자 마틸다가 "Escapologist."라고 이어받고, 이어 "And my mother was..."에는 "An acrobat."이라고 답하는 순간, 그동안 도서관에서 반복되던 서커스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었다. 그제야 왜 작품이 그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장면은 마틸다의 상상력이 아니라 뛰어난 논리력도 보여주었다. 흩어져 있던 이야기의 조각들을 하나의 서사로 재구성하고, 미스 허니와 대화하면서 곧바로 유언장과 법적 대응을 떠올리는 모습을 보며, 마틸다는 초능력보다도 지성과 추론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염력을 이용한 연출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담백했다. 칠판에 글씨가 나타나는 장면 자체보다도, 미스 트런치불이 자신의 불법행위가 드러났음을 깨닫고 공포에 사로잡혀 학교를 떠나는 과정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초능력은 갈등을 해결하는 도구라기보다 진실을 드러내는 마지막 계기처럼 느껴졌다.

공연을 보며 한 가지 의문도 들었다. 마틸다는 염색약과 접착제 같은 소소한 복수는 모두 아버지에게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만 보는 오빠를 천재라고 떠받드는 아버지와, 춤 대회에만 정신이 팔려 딸에게 무관심한 어머니를 보면서 왜 복수는 아버지에게만 향할까 궁금했다. 아버지가 책을 찢고 마틸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등 보다 직접적으로 상처를 주는 인물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은 공연을 보며 계속 생각하게 된 지점이었다.

전체적으로 Matilda는 주연과 아역, 성인 앙상블 모두 뛰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주었고 음향 역시 매우 선명했다. 동화적 상상력으로 천재 소녀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친구들과 미스 허니의 도움 속에서 서로의 가족이 되어 가는 이야기는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이야기와 연출도 훌륭했지만, "Miracle," "Naughty," "School Song," "When I Grow Up," "Revolting Children," "My House"처럼 완성도 높은 넘버들이 작품 전체를 끌어가는 원동력이었다. 좋은 음악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공연을 만들고, 다시 훌륭한 무대와 배우들을 모으는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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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July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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