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s
프로듀서스

모든 것을 희화화하는 블랙코미디. 입에 담기조차 꺼려지는 인물을 태연히 극중극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 작품을 일부러 망치려는 두 프로듀서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나치 풍자부터 슬랩스틱까지 정신없이 몰아붙이지만, 그 혼란 자체가 이 쇼의 매력이다.
Musical Reviews › West End › 2026
REVIEW
무대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두 명의 어셔(극장 안내 직원)가 관객을 맞으며 새로 개막하는 뮤지컬에 온 것을 환영했다. 그런데 곧 같은 노래를 부르며 돌아와, 공연이 망해서 바로 폐막된 것을 알렸다.
한때 브로드웨이의 왕이라 불리던 유명 프로듀서 Max Bialystock이 등장했는데, 너무 반가웠다. 위키드에서 엘파바와 네사로즈의 아버지 Governor Thropp 역을 맡았던 Andy Nyman을 맨 앞줄 중앙 좌석에서 보다니! 그런데 의상은 너무 남루했다. 한때 멋있었을 검은 베스트 정장과 탑햇을 갖추고 있었지만, 옷은 더럽고 구겨져 있었다. 영욕의 세월을 한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쯤에서 극 분위기를 약 20% 정도 이해한 것 같다. 뭔가 다르다. 그리고 풍자가 가득한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그의 또렷한 발음과 아름다운 목소리도 귀에 들어왔다. 얼굴은 아무리 봐도 Governor Thropp이라 영화를 계속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곧 회계사무원 Leo Bloom(Marc Antolin)이 등장했다. Max의 옷보다 훨씬 싸 보였지만 깨끗했다. 그는 프로듀서 사무실에 있다는 것 자체는 즐거워 보였지만, 장부의 모순을 밝혀야 한다는 사실에는 불안해했다. 두 사람이 세금 문제와 "망한 극이 오히려 돈을 벌기 쉽다"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이에 반응하는 Max와 끝까지 거절하는 Leo의 슬랩스틱을 보면서, 이 작품은 뮤지컬 이전에 코미디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쯤에서 극을 약 40% 정도 파악한 것 같다.
Leo가 사무실에서 앙상블과 똑같이 숫자를 계산하는 장면도 재미있었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다시 Max에게 돌아가는 전개까지 빠른 템포로 잘 짜인 쇼였다.
더 웃겼던 것은 Ulla(Joanna Woodward)가 오디션(아니, 우디션)을 보러 왔을 때였다. 춤을 못 추는 척해서 거의 속을 뻔했는데, 2막에서 앙상블과 함께 춤추는 순간 진짜 실력이 드러났다. 매력적인 '텅 빈 여자'처럼 보였지만, 마지막에는 Leo와 Max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꽤 멋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Leo가 무대 왼쪽 벽에 걸려 있던 탑햇을 쓰려 하자 Max는 "그건 프로듀서의 모자"라며 못 쓰게 한다. 별것 아닌 행동처럼 보였지만, 마지막에 회수되는 의미 있는 장치였다.
가장 놀랐던 것은 거리낌 없이 히틀러를 찬양하는 듯한 연출과 나치 깃발의 등장이다. 이래도 되나? 그런데 비둘기 떼를 표현한 장면은 아주 재미있었다. 잠시 후 미친 것이 분명한 Franz Liebkind(Harry Morrison)이 등장하는데, 이때부터는 걱정도 많이 되었다. 그리고 1열 중앙이 무조건 좋은 좌석만은 아니라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Franz는 광기에 사로잡혀 침을 튀기며 대사를 쏟아냈고, 바로 앞에서 연기하는 덕분에 실감은 났지만 동시에 침 공격을 살짝살짝 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잘 방어했다고 자부한다.
이쯤에는 정신을 놓고 봐야 하는 극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약 90% 정도는 작품의 정체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망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 위해 실력이 없는 것으로 정평이 난 Roger de Bris(Trevor Ashley)를 연출가로 섭외하고, Franz의 극본을 엉망으로 바꿔 무대에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Roger de Bris를 찾아가는 장면은 글로 쓰기 어렵다. 객석은 웃지도 못한 채 다비드상을 그대로 재현한 배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Roger의 군단도 대단했다. 안무가는 제대로 춤을 보여주는 대신 손만 대충 돌리며 안무를 설명했고, 모든 작업 방식이 엉망으로 보일수록 Max는 더욱 기뻐했다. 그 와중에도 Roger의 자부심을 자극해 결국 연출을 맡도록 만드는 과정도 웃겼다. Tony Award? Who says no to that? And they could keep it gay too.
2백만 달러를 투자받는 장면 역시 글로 쓰기 어렵다. 직접 봐야 한다. 공연장 입구에서 보았던 포스터에는 "If you like our show, tell everyone. But if you think it stinks, keep your big mouth shut!"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나는 여기에 한 줄을 덧붙이고 싶다.
Even if you think it stinks, give it a go at least once.
이상하지만, 그래서 홀린 듯 끝까지 보게 되는 작품이다. 어쨌든 돈은 모였고, 1막은 찬란하게 끝났다.
2막은 Leo와 Ulla의 야릇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Max가 등장하고 히틀러역 오디션(아니, 우디션)이 이어지면서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다. 더욱 광기에 휩싸인 Franz가 "Haben Sie Gehört Das Deutsche Band?"를 부르며 직접 히틀러를 연기하기로 하는데, 이때는 노래가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박수를 치며 즐겼다.
'이래도 되나?'
그리고 수많은 "Good luck!" 사이에서 들려온 "Break a leg." 직후, 주연배우가 된 Franz의 다리가 정말로 부러지는 장면을 보면서 100% 분위기 파악했고, 극의 논리와 정치색은 포기했다. 모든 고정관념을 부수고, 모든 것을 희화화하는 작품이었다. 그냥 보고 즐기면 된다.
Roger는 너무나 앙큼한 히틀러를 연기했고, 그의 파트너 Carmen Ghia(Raj Ghatak)와 주고받는 장면도 웃겼지만, 함께 등장하는 앙상블이 더 웃겼다.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고, Max와 Leo는 대성통곡하며 등장한다. 이제 국세청 조사를 받고 감옥에 갈 일만 남았다. 히틀러를 우습게 만든 극에 분노한 Franz가 총을 들고 나타나 그들을 쏘려 하자, Max는 오히려 배우를 쏘면 공연이 망하게 된다며 그를 부추긴다. 어머나, 이럴 수가! Leo는 총을 피해 금고 속으로 숨고, 경찰이 들이닥쳐 Max는 체포된다. Franz는 도망가려다 남은 다리마저 부러진다.
Broke two legs. Let's not do more.
Ulla는 Leo를 금고에서 꺼내 주며 2백만 달러를 들고 리우로 도망가자고 한다.
감옥에 갇힌 Max가 부르는 Betrayed는 정말 웃겼다. 성공한 뒤 깨끗해졌던 그의 옷은 감옥에 들어오면서 다시 구겨져 있었다. 가사도 대단했다. Leo를 원망하며 배신자라고 부르는데, 케인, 데릴라, 이아고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갑자기 하쿠나 마타타, Total Eclipse of the Heart, 보니 타일러, Dai Dai, 샤키라와 버나 보이까지 나올 때는 "그런데 왜 저걸 가사에 넣은 거야?" 하며 웃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판결. 판사가 선고했다.
"본 법정은 피고에게 심한 유죄를 선고합니다."
관광객 옷차림을 한 Leo가 울라와 함께 법정에 돌아와 Max를 변호한다. 울라는 선서를 하며 끝도 없이 긴 중간 이름을 읊더니, 결국 자신이 울라(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수준의 긴 중간 이름) 블룸(Ulla … Bloom)이라고 밝힌다. 그래도 판결에는 소용없다. 둘 다 5년형을 받고 Sing Sing 교도소에 들어간다. 울라와 레오는 이미 결혼한 사이였고, 그녀는 끝까지 레오의 곁을 지킨다. 물론 2백만 달러는 압수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The Producers가 아니다.
감옥에서 재소자들을 즐겁게 해 준 공로(?)로 사면이 되고, 교도소에서 만든 Prisoners of Love가 브로드웨이의 블록버스터가 된다. 거봐. 성공해도 장부조작만 안 하면 돈을 벌잖아. Roger와 Ulla는 주연배우로 우뚝 선다. 아까 다비드상을 연기했던 배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 궁금하면 직접 볼 수밖에.
마지막으로 Max는 드디어 Leo에게 "이제 자격이 충분하다."며 프로듀서의 모자를 씌워 준다.
커튼콜에서는 배우들이 돈을 객석으로 뿌렸다. 1열 중앙에 앉아 있던 덕분에 100달러 지폐 여러 장이 내 앞으로 떨어졌다. 주변 관객들에게 나눠 주고, 무대 근처에 떨어진 것들도 주워 함께 나눠 주었다.
아! 1000달러 정도 벌 수 있었는데!
지폐에는 "In Good Copy We Trust"라고 정확히 적혀 있었다.
처음 공연 시작 전 안내 방송에서도 "불이 나면 배우와 스태프는 잘 피할 테니, 관객들도 알아서 대피하라."고 하더니, 퇴장 음악이 끝날 무렵 Andy Nyman이 무대 위에 다시 나타나 "Why are you still here? Go!"라고 외쳤다.
별 수 있나? 나가야지.
공연장을 나오면서도 한동안 '이 극을 좋아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찝찝함까지 포함해서 The Producer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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