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뮤지컬 문화
12 멀티 캐스팅 시스템
한국
멀티 캐스팅은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특징이다. 주인공 역할은 여러 배우가 번갈아 맡으며, 각기 다른 해석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관객은 선호하는 캐스트 조합에 따라 공연을 선택할 수 있고, 개별적인 관람 경험을 얻는다. 또한 제작사는 아이돌, 유명 스타, 크로스오버 배우를 함께 기용해 팬층을 넓히고 티켓 판매를 증대시킨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단점도 있다. 인기 배우는 여러 작품을 병행하면서 작품 당 주 2~3회씩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아프거나 사고에 의한 일정 충돌은 여러 공연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동일한 배우의 연기 스타일이 여러 배역에서 동시에 반복될 때 관객이 피로감을 느끼기도 한다.
면책 고지: 이 캐스팅 이미지는 NOL/인터파크 예매 페이지에서 캡처한 것으로, 아카이브 및 정보 제공 목적으로 게재한다. 공식 홍보 포스터가 아니며, 모든 권리는 원 제작사와 예매사에 있다.

물랑루즈 코리아 2024–25 — NOL 예매 페이지 멀티 캐스트 이미지

창작 뮤지컬 쉐도우 2024–25 — NOL 예매 페이지 멀티 캐스트 이미지

미세스 다웃파이어 코리아 2025 — NOL 예매 페이지 멀티 캐스트 이미지

알라딘 코리아 2025 — NOL 예매 페이지 멀티 캐스트 이미지
배우의 복지
멀티 캐스팅은 흥행 안정성을 확보하지만 배우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주연 배우들은 종종 두세 작품에 동시에 출연하며 티켓 수요를 유지하지만, 그만큼 성대 건강과 체력에 위험을 감수한다.
일부 배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여러 공연에 동시에 출연하는 무리를 감수하고, 더블 캐스팅의 경우 동료 배우가 아프게 되면 전체 공연을 홀로 책임지기도 한다. 이는 안전망이 얼마나 취약한 지를 드러낸다. 여러 작품 동시 출연은 궁극적으로 배우가 선택하지만, 스타 중심 캐스팅 문화는 지속 가능성보다 많은 공연을 버티고 동시에 할 수 있는 배우에게 보상하는 경향이 있다. 성대 피로, 리허설 차질, 회복 지연에 관한 사례는 예술성과 건강, 상업적 압박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취약한 지를 보여준다.
규정과 현실
오디션 공고에는 통상 리허설이나 공연 기간 중 다른 작품과의 병행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일정 충돌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외가 관행화되어 있다. 주연 배우뿐 아니라 조연 배우들까지도 리허설 기간에 다른 공연을 병행하는 일이 점차 늘고 있다.
멀티 캐스팅에 대한 의존은 성장하는 뮤지컬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며, 동시에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에게 크게 의지하는 구조를 드러낸다. 하지만 배우들이 동시에 여러 공연에 출연하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이 제도가 예술적 깊이와 지속 가능성, 배우 복지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다.
브로드웨이 및 웨스트엔드와의 비교
한국과 달리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는 주연 배역에 멀티 캐스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연 배우는 주 6회에서 8회의 공연에 직접 출연하며 얼터네이트 배우가 존재하고, 출연하지 못 할 경우 공식 언더스터디나 스탠바이가 무대를 대신한다. 이는 관객에게 일관성을 제공하지만, 캐스팅 유연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반면 한국식 모델은 로테이션을 통해 다양한 배우와 티켓 판매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배우와 제작진 모두에게 다른 형태의 부담을 준다.
오페라와의 비교
오페라에서도 멀티 캐스팅은 일반적이지만, 그 기능은 뮤지컬과 다르다. 배역을 번갈아 맡는 방식은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을 들을 기회를 제공하고, 고도의 체력을 요구하는 오페라 무대에서 성악가의 성대를 보호한다. 한국 뮤지컬이 보통 3개월에서 6개월간 장기 공연되는 것과 달리, 오페라는 소수의 회차로 제한된다. 가수가 병이 나더라도 다른 성악가가 즉시 대체할 수 있으며, 단일 캐스트로 기획된 공연이라도 리허설 과정에서 부터 커버 가수가 함께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이 방식은 상업적으로도 효과가 있다. 한 공연에서 여러 세계적인 성악가를 기용하는 것은 흥행 전략이 되며, 특정 스타를 따라다니거나 다양한 해석을 비교하려는 관객을 끌어들인다. 따라서 오페라의 멀티 캐스팅은 예술적·실용적·상업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점에서 한국 뮤지컬과 유사하면서도 차별화된다.
한국 시스템의 한계
오페라는 멀티 캐스팅이 보장된 커버 체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지만, 한국 뮤지컬은 그러한 안전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같은 배역에 여러 배우가 캐스팅되어 있어도 갑자기 배우가 출연하지 못하게 되면 당일과 심지어 다음 공연에도 대체가 불가능할 때가 있다.
공연이 취소되면 관객은 보통 티켓 금액의 110%를 환불 받지만, 이미 타도시에서 이동하여 교통비나 숙박비를 지불했거나 휴가를 낸 경우 이러한 보상은 오히려 불만을 키운다. 이는 한국식 모델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멀티 캐스팅이 다양성과 스타성을 높여주지만, 항상 관객이 기대하는 신뢰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