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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heoja: The One Who Paces the Void (Changge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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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창극)

계유정난 이후, 안평대군의 딸과 그를 가까웠던 안견과 대어향이 그의 꿈과 운명을 따라가며, 결국 그가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채 허공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철학적인 창극.

Musical Reviews › Korean Original › 2026

관람 년도:

이 아카이브에 포함된 포스터는 기록 및 교육 목적에 한하여 게재된 것입니다. 

 

🔗 모든 이미지는 원 출처나 관련 기사와 연결되어 있으며, 저작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초연 연도:

2025

관람 연도:

2026

극장명:

달오름극장

줄거리 & 리뷰

줄거리

무심은 고단한 모습으로 먼 길을 걸어 비해당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지난날을 회한한다. 안평대군의 딸, 현주 공주였던 무심은 열여섯 살에 계유정난을 겪으며 아버지와 오라비를 잃고 노비로 전락했다. 이후 스물일곱 해 만에 면천되어 아버지의 시신이라도 수습해 무덤을 만들고자 강화도 일대를 헤매다 옛집 비해당으로 향하고 있다.

안견과 안평대군의 첩이었던 대어향 역시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며 비해당으로 향하다가 무심을 발견하고 반가워한다. 대어향은 화재로 큰 흉터를 입고 버려졌으나 안견이 거두어 함께 지내고 있다. 무심은 역적으로 몰린 탓에 아버지의 마지막에 대해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현실을 한탄한다.

이때 세 사람 앞에 나그네가 나타난다. 그는 붉은 긴 천으로 허리가 묶여 있으며, 그 끝은 왕의 옷을 입은 유령 수양이 쥐고 있다. 수양은 안평, 즉 나그네에게만 보이는 존재로, 오직 그에게만 모습을 드러낸 채 그를 조종한다. 나그네는 안평대군이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좋아했으며, 끌려가던 날에도 그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는 안평대군과 그의 아들이 허공을 걷다 죽임을 당했다고 이야기하고, 수양 또한 같은 말을 되뇌인다. 나그네는 도망쳤다가 수년 후 돌아왔으나 아이들은 돌림병으로 죽고 아내는 재가했을 것이라며, 갈 곳 없이 허공을 떠도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세 사람은 나그네에게 함께 가자고 권하며 안견의 집으로 향한다. 세 사람들이 집 안으로 먼저 들어간 사이, 밖에 남은 수양은 온몸이 간지럽다며 괴로워하고 동생 용의 이름을 부른다. 나그네는 자신을 놓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수양은 그를 용이라 부르며 떨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안견의 집 안에서는 무심, 대어향, 안견, 나그네가 서로의 사연을 나누고, 유령은 그 곁에서 그들을 지켜본다. 이때 대자암의 보살 본공이 무심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달라는 전갈을 보내고, 일행은 함께 대자암으로 향한다. 길가의 복사꽃을 바라보며 수양은 사람들은 사라졌는데 아름다운 꽃만 남아 있음을 회한한다.

길 위에서 안견은 자신이 살아남은 경위를 이야기한다. 안평대군은 용매묵환이 사라진 것을 알고 그것이 안견에게서 발견되자 사람들 앞에서 크게 노하는 척하며 그를 내쫓는다. 그러나 모두를 물린 뒤에는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다시 쥐어주어,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안견의 목숨을 구한다. 안견은 안평대군 곁에서 수많은 그림을 보며 식견을 넓혔고, 그 덕분에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일행은 안평대군의 글과 그림이 모두 불태워진 것을 한탄하며 대자암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늙은 보살 본공이 그들을 맞이한다. 본공은 본래 안평대군이 아끼던 여인이었으나 소현왕후의 반대로 첩이 되지 못하고 불가에 귀의했다. 이후 안평대군이 절 근처를 지나다 다쳐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의 청으로 대자암에 머물게 되었다고 전한다. 대어향은 정난 당시 배신한 사람들에 대한 원망을 쏟아낸다.

본공은 과거 수양이 절을 찾아와 안평대군의 물건을 맡기고 갔다고 말한다. 무심이 아버지가 무엇을 남겼느냐고 묻자, 본공은 “꿈”이라고 답한다.

본공이 꺼낸 상자에는 몽유도원도가 들어 있다. 시력이 쇠한 안견은 자신의 그림을 다시 보고 놀란다.

나그네는 꿈속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달리다 복사꽃 향에 이끌려 도원에 이르렀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곳에서 느꼈던 평화와 해방감을 말하는 순간, 무대는 안견의 그림 속 세계로 바뀌며 환상적인 분위기로 전환된다.

그러나 이와 대비되듯, 유령 수양의 기억 속 과거가 떠오른다. 그는 점차 분노에 사로잡혀 안평의 도원을 불태워 재로 만들겠다는 마음을 품는다. 수양은 비해당을 찾아가 동생에게 자신과 함께할 것을 요구하지만, 안평은 형의 어깨를 조용히 누르며 형이 이기고 자신이 진 것뿐이라 말하고 작별을 고한다.

나그네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이야기한다. 수양이 내린 사약을 받고 눈을 떴지만, 그곳이 이승인지 저승인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형이 남긴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종이를 확인하지만, 그 위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뿐이었다. 이를 들은 사람들이 놀라자, 그는 자신의 말이 모두 농담이었다고 말한다.

안견과 대어향은 나그네가 안평대군임을 깨닫고 그를 부른다. 멀어져 가는 안평을 바라보며 무심은 자신이 겪어온 고통을 아버지에게 쏟아내지만, 끝내 그를 아버지라 부른다. 수양 또한 나타나 동생 용의 이름을 부르며,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리뷰

베니스의 상인들, 심청, 이날치전에 이어 네 번째로 관람하는 창극이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재미와 함께 창극이라는 장르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었고, 심청은 나에게 꽤 무거운 작품이었다. 이날치전은 그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뮤지컬에서도 본 듯한 문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보허자는 기존에 보아온 창극과도 또 다른 결을 지닌 작품이었다. 철학적이며, 연극과 오페라가 섞인 듯한 장르라는 인상을 받았다. 대사가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창극 배우들의 대사는 멜로디를 붙이지 않아도 특유의 판소리 어법이 살아 있었다. 몇 번 관람 경험이 쌓이니 처음보다 대사도 더 잘 들렸고, 극의 호흡을 따라가기도 한결 수월했다.

오케스트라는 가상악기(VSTi)가 일부 포함된 것을 제외하면 전원 국악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서양악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환경 속에서 장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마치 리골레토나 아틸라와 같은 오페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극의 배경은 계유정난 이후 27년이 지난 시점이다.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단종과 안평대군, 사육신 등을 잔혹하게 제거한 사건 이후, 안평대군과 가까웠던 인물들이 그의 흔적을 따라가며 마지막의 진실을 밝혀가는 이야기다.

안견은 안평대군 곁에서 수많은 예술을 접하며 자신의 예술이 성숙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안평대군의 꿈에 등장한 도원을 그린 몽유도원도는 환상처럼 무대 전체를 빛으로 물들이며 극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안평대군의 딸 무심, 현주공주는 아버지가 역적으로 처형된 후 노비가 되었다가 면천된 인물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는 가련한 존재다. 안평의 첩 대어향과, 그의 여인이 되지 못하고 불교에 귀의한 본공 역시 그를 그리워하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던지는 가장 섬뜩한 반전은, 안평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형 수양대군이 끝내 그를 죽이지 못했고, 왕권을 누리다 죽은 후에도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혼으로 남았다는 설정이다. 수양은 어린 시절 동생을 부르던 이름 ‘용’을 부르며 과거를 회상한다.

하지만 동생의 가족을 몰살시키고 그를 노비로 전락시킨 인물이, 안평만은 살려두었다는 설정은 오히려 그의 잔혹함을 더 부각시킨다. 그것은 자비나 화해가 아니라, 죽지 못한 채 비참하게 살아가라는 또 다른 형태의 고문처럼 느껴졌다. 극은 수양에게 최소한의 양심이나 혈육의 정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이 설정을 사용한 듯하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더욱 무서운 해석으로 다가왔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가족을 그렇게 잔인하게 몰살했다면, 자신만 살려준 것을 과연 감사할 수 있을까.

나그네로 등장하는 안평은 현실에 실체를 가지지 못한, 허공 속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는 죽은 자로 알려져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왕자이며, 현실과 분리된 세계에 홀로 남겨진 인물이다.

이처럼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도, 작품 자체의 구조는 매우 치밀하게 짜여 있었다. 또한 모든 가창자가 훌륭한 앙상블을 이루었다.

안평 역의 김준수 창극인은 저음을 얇게 처리했으며, 한이 맺힌 감정을 쏟아내는 가창은 왜 그가 ‘창극 아이돌’이라 불리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수양 역의 이광복 창극인은 이전에 이날치 역으로 본 배우인데, 번뇌하며 몰아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잘 어울리는 힘을 보여주었다.

무심 역의 배우는 매우 안정적이고 듣기 편안한 소리를 들려주었으며, 창을 하면서도 유려한 멜로디 감각과 끝음까지 유지되는 성량이 인상적이었다. 대어향 역 역시 차분하면서도 때로는 강렬한 음색을 보여주었다. 본공과 도창(나레이터)을 맡은 배우는 권위 있는 소리로 장면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가창은 안견 역의 유태평양 창극인이었다. 과도한 절규 없이도 깊은 회한을 전달하며, 섬세한 감정 전환을 보여주는 뛰어난 가창이었다.

몽유도원도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안평과 수양의 관계다. 붉은 천으로 연결된 안평을 수양은 조종할 수 있지만, 끝내 놓아주지 않는다. 저승에서도 이어지는 죄책감과,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동생에 대한 원망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러나 계유정난은 안평 개인에 국한된 비극이 아니라 훨씬 더 크고 잔혹한 사건이었다. 수양을 보다 명확하게 악인으로 그렸다면, 관객은 더 큰 갈등 없이 극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또한 안평이 살아 있음으로 인해 평생 억울한 삶을 살아온 딸 무심은, 아버지조차 쉽게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안평의 존재를 현실과 환상 사이에 모호하게 두는 설정은, 논리적 전개를 중시하는 관객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제공하는 장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영어 제목 역시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허공’을 단순히 비어 있는 공간이나 마음의 상태로 생각했지만, void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물질도,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공허—존재 자체가 삭제된 상태—를 더 강하게 드러냈다.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공식 비디오 (embeded)

사람인가 귀신인가, 김준수의 오묘한 매력 | 국립창극단 | 보허자 | 안평대군 | 수양대군 | 몽유도원도 | 브로맨스 | 국악

A feature on the National Changgeuk Company’s Boheoja, exploring the ambiguous fate of Grand Prince Anpyeong through Suyang’s perspective. Blending history and imagination, it questions whether mercy or guilt shapes the past.

소리로 그려낸 몽유도원도 | 국립창극단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A trailer for the National Changgeuk Company’s Boheoja (The One Who Walks in the Void), set 27 years after the Gyeyu Coup. Through those left behind, it follows a journey toward a dreamlike paradise, contrasting longing for freedom with the weight of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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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March 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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