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베토벤

청력을 잃어가는 베토벤이 문서 위조와 저작권 음모 속에서 사랑, 우정, 그리고 자신의 음악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번 시즌은 불멸의 연인보다 예술가의 희생과 선택에 더 큰 비중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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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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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연도:
2023
관람 연도:
2026
극장명: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줄거리 & 리뷰
줄거리
베토벤은 공작이 주최한 연주회에서 몇 년째 작곡하지 못하는 음악가라는 수군거림을 듣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그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한 공작은 후원을 끊고 예정된 공연도 취소한다. 동생 카스파르는 형에게 사과하라고 권하지만 베토벤은 듣지 않는다.
토니 브렌타노는 공작에게 베토벤을 모욕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며 다시 공연 기회를 줄 것을 요청한다. 토니는 오래전부터 베토벤과 알고 지낸 인물이다. 최근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저택을 정리하기 위해 비엔나에 왔으며, 시누이 베티나와 함께 유산을 정리하고 있다. 베토벤은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저택을 방문하고, 토니는 그에게 환희의 송가가 실린 책을 건네며 언젠가 곡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토니의 남편 프란츠 브렌타노는 은행장이다. 그러나 그의 은행은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그는 돈과 재산 문제에만 관심을 보이며, 장인의 저택을 팔아 위기를 넘기려 하지만 토니는 동의하지 않는다.
베토벤은 동생 카스파르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한다. 카스파르의 아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둑이나 창녀라는 비난을 받지만, 카스파르는 그녀를 지키려 한다. 베토벤은 동생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이어간다.
한편 베토벤은 점차 청력을 잃어간다. 그는 술집에서 연주까지 하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수년째 새로운 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귀족 사회와도 끊임없이 충돌한다. 어린 시절 술과 폭력에 의지했던 아버지 밑에서 음악 신동으로 자란 경험은 그의 성격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토니의 격려로 인해 베토벤은 악상을 떠올리고 베른 숲으로 떠나 작곡에 몰두한다. 그러나 청력 이상은 계속 악화된다. 그는 지휘 중 실수를 반복하고, 오케스트라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는 더 이상 그의 지휘 아래에서 연주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프란츠 브렌타노는 변호사의 부추김을 받아 베토벤 후원 기록을 위조한다. 그는 베토벤의 서명이 담긴 문서에 모든 곡의 저작권을 자신에게 넘긴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날짜와 후원자의 이름까지 바꾼다. 변호사는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해 공작의 자산 관리권을 얻으려면 베토벤 후원 이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란츠는 위조 문서를 공작에게 보여주지만, 공작은 토니 아버지의 저택이 이미 자신의 소유라고 밝힌다. 또한 토니 아버지가 저택을 공작에게 넘긴 이유는 사위로부터 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공작은 베토벤을 불러 문서가 진짜인지 확인하려 한다. 만약 위조로 밝혀지면 프란츠는 감옥에 가게 된다.
그 무렵 카스파르는 폐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베토벤은 동생을 찾아간다. 그는 자신은 사랑을 배워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최근 좋은 친구를 만나 인정받는 경험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또한 프란츠가 감옥에 가면 토니의 아이들이 아버지 없이 살아가게 되고, 자신이 문서를 인정하면 자신의 작곡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카스파르는 형에게 자신은 언제나 형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형이라면 좋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의 아들을 부탁한 뒤 세상을 떠난다.
베토벤은 공작 앞에서 위조 문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서명한 문서라고 인정한 것이다. 공작은 프란츠를 고발하지 않는 대신 비엔나에서 추방한다.
토니는 아이들과 함께 비엔나에 남기로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베토벤을 찾아온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알린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글로 써달라고 하지만, 토니는 끝내 자신의 마음을 적지 못한 채 그를 소중한 친구라고 말한다.
홀로 남은 베토벤은 연미복을 입고 무대에 선다. 그리고 합창단 앞에서 환희의 송가를 지휘하며 작품은 막을 내린다.
리뷰
이번 시즌 뮤지컬 《베토벤》은 초연과 비교해 상당한 개작이 이루어졌다. 가장 큰 변화는 토니 브렌타노와 베토벤의 관계다. 불륜 논란의 여지가 있던 사랑 이야기는 거의 사라졌고, 토니는 베토벤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친구이자 뮤즈에 가까운 인물로 재정립되었다.
덕분에 극의 중심도 달라졌다. 더 이상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고독했던 예술가가 상실과 희생을 거쳐 어떻게 환희에 도달했는가를 보여주는 서사가 되었다. 다만 불륜이라는 강한 동력을 우정으로 대체하면서 인물 사이의 긴장감은 상당 부분 약해졌다. 작품은 이를 프란츠 브렌타노의 문서 위조 사건과 악역 서사로 보완하려 하지만, 갈등이 감정적으로 폭발하기보다 사건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남긴다.
1막의 베토벤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트라우마 가득한 유년 시절, 귀족 사회에 대한 반감, 청력 상실로 인한 수년간의 슬럼프 등 괴팍하고 분노에 찬 그가 왜 그런 인물이 되었는지가 입체적으로 설명된다. 귀족의 후원 없이는 살아가기 어렵지만 귀족 사회를 경멸하는 모순된 처지, 음악 외에는 자신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예술가의 고독도 비교적 잘 드러난다.
그러나 2막으로 넘어가면서 극의 분위기와 인물의 결은 급격히 달라진다. 1막에서 세상을 향해 으르렁거리던 거친 예술가는, 2막에 이르러 토니와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명예와 작품을 희생하려는 인물로 변한다.
그 변화의 계기는 동생 카스파르의 죽음이다. 카스파르는 마지막 순간 베토벤에게 아들을 부탁하고, 베토벤은 자신이 사랑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법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품은 이를 통해 상실, 깨달음, 희생, 환희로 이어지는 감정선을 구축한다.
다만 그 변화가 충분히 축적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토니는 끝까지 베토벤을 천재가 아니라 상처 많고 괴팍한 인간으로 인정해주는 인물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플라토닉한 우정으로 정리된다. 그 결과 베토벤이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 만큼 왜 그녀를 위해 희생하는지에 대한 감정적 무게는 이전 시즌보다 오히려 가벼워졌다.
더구나 이 희생은 사랑에 의한 결단이라기보다 체념에 가까워 보인다. 청력을 거의 완전히 잃어가는 베토벤은 더 이상 작곡할 수 없다고 믿고, 자신은 이미 끝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토니의 가족만은 지켜주겠다는 선택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자신의 작품 세계 전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순간, 인물의 행동은 감정보다 설정이 앞서는 느낌을 준다.
후반부의 중심 사건은 문서 위조다. 프란츠 브렌타노는 파산 위기에 몰린 은행을 살리기 위해 베토벤 후원 기록을 위조하고, 베토벤은 진실을 밝히면 토니의 가족이 무너지고 거짓을 인정하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갈등 구조 자체는 명확하다. 다만 프란츠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베토벤이 왜 자신의 인생 전체를 걸 만큼 토니를 위해 희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특히 프란츠의 위조 동기는 허술하다. 은행 파산을 막고 공작의 신임을 얻기 위해 베토벤 후원 기록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나오지만, 방법론 자체가 너무 조악하다. 더구나 공작 역시 베토벤과 애증의 관계였고 이미 후원을 끊은 상태다. 비엔나의 여론만 조금 살펴보았더라도 굳이 이런 위험한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있었을지 의문이다.
끝까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은 저작권 포기 설정이다. 프란츠의 범죄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베토벤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의 음악적 권리를 넘긴다. 하지만 당시는 현대적 의미의 지속적인 인세 개념이 정착하기 이전의 시대다. 무엇보다 극 안에서 음악은 단순한 재산권이 아니다.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붙잡았던 삶의 이유이며, 귀족 사회에 맞서 얻어낸 예술가로서의 유일한 독립성이다.
따라서 토니를 위해 명예를 포기하거나 후원을 잃는 선택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작곡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의 권리 양도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극의 시점은 대략 1810년경인데, 위조 문서의 효력이 당시까지 발표한 작품에만 해당하는지, 앞으로 작곡할 작품까지 포함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묘한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베토벤은 토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조 문서의 책임을 떠안고 자신의 음악적 권리를 포기한다. 하지만 객석에서 바라보면 상황은 조금 우습다. 이 작품이 베토벤의 선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저작권이 오래전에 만료되었기 때문이다. 관객은 이미 공공재가 된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무대 위 인물들이 그 음악의 소유권을 두고 고통받는 장면을 바라보게 된다.
베토벤의 음악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는 뮤지컬이 허구의 저작권 분쟁을 비극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은 묘한 이질감을 남긴다. 장면 자체는 비극이어야 하지만, 그 모순은 쉽게 무시하기 어렵다.
음악적인 선택 역시 양날의 검이다. 베토벤을 다루면서 그의 명곡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만, 거의 모든 넘버를 베토벤의 선율로만 채우다 보니 극 전체가 거대한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느껴진다. 《모차르트!》처럼 새로운 오리지널 넘버를 중심에 두고 분위기만 모차르트풍으로 가져오는 방식과 달리, 《베토벤》은 인물과 음악, 주제가 모두 원곡의 아우라 안에 머문다. 베토벤의 음악을 잘 알고 있는 관객일수록 변형된 선율을 들을 때마다 원곡을 떠올리게 되고, 이것이 때로는 극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품이 도달하고자 하는 마지막 지점은 분명하다.
세월이 흐른 뒤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은 연미복을 입고 지휘대에 선다. 그는 더 이상 음악을 들을 수 없지만, 객석에는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진다.
극 중에서 《환희의 송가》는 토니가 베토벤에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던 곡이다. 두 사람은 끝내 연인이 되지 않지만, 마지막 환희에는 우정과 이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장면은 논리보다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작품은 베토벤이 모든 것을 잃고도 끝내 환희를 선택한 인물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개작은 결국 불멸의 사랑을 버리고, 상실 → 깨달음 → 희생 → 환희를 택했다.
그 결말 자체는 힘이 있다. 다만 그 환희에 이르기까지 2막이 놓아둔 몇 개의 징검다리는, 끝내 완전히 단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베토벤을 연기한 홍광호 배우는 단단한 발성과 특유의 호소력 있는 음성으로 노래했고, 연기도 안정적이었다. 토니를 연기한 윤공주 배우는 역할에 매우 잘 어울렸고, 목소리가 청아하며 딕션도 좋았다. 카스파르 역의 신성민 배우는 맑고 따뜻한 음색을 지녔으며 연기도 좋아서 후반부 병든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베티나 역의 유연정 배우는 깔끔하고 맑은 음색이 인상적이었고 딕션도 안정적이었다. 변호사 밥티스트 피초크 역의 이상준 배우는 얄밉도록 능청스럽게 연기해 극의 악역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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