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s
그날들

1992년과 2022년을 오가며 한중수교를 배경으로 우정과 사랑, 희생과 후회를 그린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산들과 엄기준의 연기가 돋보인다. 보편적 감정을 담아 해외에서도 공감받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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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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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연도:
2013
관람 연도:
2026
극장명: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줄거리 & 리뷰
줄거리
2022년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날, 대통령의 딸 하나가 경호원과 함께 갑자기 사라진다. 경호부장 차정학은 30년 전 자신이 겪었던 유사한 사건을 떠올린다.
1992년, 역사적인 한중 정상회담이 추진된다. 한무영과 차정학은 신임 경호원 시험에서 각각 1, 2위로 선발된다. 항상 2위인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던 정학은 무영과 우정을 쌓아간다.
정상 간의 비밀회담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인물의 경호 임무를 맡게 된다. 그녀는 비밀회담에 배석한 여성 통역사로, 정상들 외에는 유일하게 비밀을 알게 된 인물이다. 그녀는 곧 제거 대상이 된다.
2022년 하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고등학생으로 친구 수지와 라이벌 관계다. 대통령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의 질시와 배척을 받던 하나는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경호원들은 하나의 실종 흔적을 찾다가 청와대 안쪽 문에서 "무영 왔다감"이라는 낙서를 발견한다. 정학은 옛 기억에 잠긴다.
1992년 경호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정학과 무영은 경호 대상이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점차 그녀에게 마음을 품게 된다.
정학은 그녀와 무영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 둘 사이를 오해한다. 한편 기자들은 통역사가 국가 비밀을 알았기 때문에 곧 제거될 것이라고 수군거리고, 그 말을 엿들은 무영은 울고 있는 그녀를 위로한다.
2022년 정학은 도서관에서 악보를 발견하고, "무영 왔다감, 그녀 왔다감"이라는 낙서를 보며 비극이 시작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절규한다.
1992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안기부는 무영이 간첩이었다고 발표한다. 정학은 고문을 당하고 특수부대 하사관으로 전출된다.
2022년 수지는 친구들과 하나 모두에게 자신이 경호부장 차정학의 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하나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수지는 그녀가 있을 만한 장소를 떠올린다.
하나와 경호원 대식은 30년 전 폭발 사고가 있었던 산에서 길을 잃는다. 그들은 유리병 속 천 조각에 적힌 음표를 발견하고, 하나는 그것이 도서관에서 본 악보와 같은 암호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1992년 그녀는 무영에게 자신이 경호 대상이 된 이유를 이야기한다. 둘 사이에는 점차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또한 악보는 자신이 비밀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만든 암호라고 알려주고, 둘은 함께 악보를 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무영은 그녀가 수교식 후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듣고, 경호실을 그만두더라도 그녀와 함께하겠다고 하며 사랑을 확인한다.
곧 그녀가 제거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무영은 그녀와 함께 청와대를 빠져나와 산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송화가루 분진을 모아둔 저장고가 있었다.
무영은 그녀에게 먼저 산 아래로 내려가라고 말한다. 그녀가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무영은 라이터에 불을 붙여 송화가루 저장고를 폭발시킨다. 그는 그 폭발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2022년 산 아래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하나와 대식은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고, 수지와 경호팀은 두 사람을 발견한다.
하나는 유리병 속 암호를 해독해 정학에게 읽어준다. 수지와 하나도 우정을 회복한다.
모두가 떠난 산에서 정학은 30년 전의 무영을 만난다.
무영이 남긴 암호는 정학과 그녀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였다.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일, 하나와 수지는 함께 연주를 하고 악보책 속 노래를 편곡해 노래한다. 중국에 살고 있던 그녀도 기념식에 참석한다.
정학은 산에서 발견한 그녀의 목걸이와 회중시계를 돌려주고, 무영이 남긴 편지를 전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무영이 잘 살고 있다고 말한다.
무영의 환영은 밝게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본다.
리뷰
이 작품은 내가 처음 본 한국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줄거리 자체는 비교적 단순하다. 2022년 대통령의 딸이 실종되고, 경호부장 차정학은 30년 전 자신이 겪었던 비극을 떠올린다. 이야기는 1992년과 2022년을 오가며 전개되고, 주변 인물과 연계된 에피소드도 확장되지만 극의 중심에는 우정, 사랑, 희생, 그리고 후회가 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노래가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몇몇 장면은 노래와 극의 연결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어긋남마저 주크박스 뮤지컬의 매력이다. 그런 점에서 그날들은 뮤지컬 '맘마미아!'를 떠올리게 했다.
김광석의 노래는 생각보다 어렵다. 고음도 많이 있지만, 노래의 힘은 중음역을 중심으로 담담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데서 많이 나온다. 힘을 뺀 듯 자연스럽게 부르면서도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오히려 더 어려운 노래일 수 있다.
무영 역의 산들 배우는 훌륭했다. 처음에는 목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이 너무 달라 알아보지 못했다. 근육을 키우고 머리를 딱 붙여 넘겨 예전 이미지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오페라글라스로 얼굴을 자세히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했다. 특히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은 정말 좋았다. 힘을 주지 않고도 감정을 전달했고, 자연스럽게 부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었다.
차정학 역의 엄기준 배우는 연기가 정말 좋았다. 이 역할은 30년의 세월을 연기해야 하는데, 젊고 야심 찬 경호원에서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경호부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다만 노래는 아쉬운 구간이 있었다. 음역대도 맞고, 음정에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호흡 조절이 불안정했다. 프레이즈 중간에 음압이 갑자기 작아졌다가, 힘을 주는 순간 다시 커지는 경우가 반복되었다. 정학은 주요 넘버를 많이 부르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그녀 역의 이지수 배우는 노래가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이 있었지만, 좋은 솔로곡 하나쯤은 부를 기회를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2022년의 두 경호원은 가장 사랑스러운 배역이었다. 상구는 AI 특별전형으로 들어온 꺼벙하고 어딘가 부족한 너드 캐릭터다. 실종된 대통령 딸을 찾으면서도 하나를 "걔"라고 부르고 야단맞는다. 상구 역의 배우는 몸을 쓰는 코미디에 능했고, 웃음을 얼마나 오래 끌어야 관객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대식은 유도 특채 출신으로 성실하고 우직하지만 의외로 겁이 많다. 하나와 함께 실종된 뒤에도 끝까지 그녀를 지키려 하고, 노래 역시 지나치게 무겁거나 과장되지 않은 따뜻하고 안정적인 바리톤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았고 정말 귀여웠다.
앙상블은 노래뿐 아니라 운동 능력을 보고 뽑은 것 같았다. 회전 낙법은 기본이고, 태권도 시범단을 연상시키는 동작이나 아크로바틱한 움직임도 많았다. 화음은 복잡하지 않았지만 안정적이었다. 무리하게 여러 성부를 쌓기보다 배우들이 확실하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한 듯했다. 예전에 '물랑루즈' 라이선스 공연에서 앙상블 소리가 흔들리던 장면이 떠올랐는데, '그날들'은 훨씬 안정적이었다.
무대는 꽤 복잡하다. 세 겹의 스트링 커튼과 이동식 구조물, 프로젝션이 끊임없이 공간을 바꾼다. 청와대 장면에서는 길고 폭이 좁은 구조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고풍스러운 녹색 벽을 만들고, 중앙 뒤편의 대통령 문양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꾼다. 산 장면에서는 공간 자체가 움직이는 듯한 3D 프로젝션이 사용되는데, 갈라지는 연출은 '닥터 후'의 크랙을 떠올리게 했다. 일부 장면은 'Death Becomes Her' 같은 느낌도 있었다.
물론 무대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이 움직여 다소 정신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그날들'은 놀라울 정도로 보편적인 작품이다. 배경은 한중수교라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정, 사랑, 희생, 그리고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있다. 배경은 다른 나라로 바꿔도 되고, 심지어 가상의 국가로 바꾸어도 된다. 적절한 현지화를 거친다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작품이다. 어느 나라 관객이라도 받아들이고, 무영과 그녀에 이입할 것이다.
하지만 주크박스 뮤지컬은 익숙한 노래가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녹아드는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르다. '그날들'이 해외에서 공연된다면, 관객들이 원곡을 알지 못하더라도 그 노래들이 감동을 전할 수 있는지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광석의 노래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의 노래가 가진 진솔한 감정과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멜로디는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선다. 더 나아가 번역 과정에서 가사를 새로운 상황에 맞게 개사할 수도 있다. 오히려 현지화 과정이 노래와 이야기의 연결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배경은 바뀔 수 있다. 가사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의 감정이 살아 있는 한, '그날들'은 언제나 '그날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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