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nd: 1933-2019
섬: 1933-2019

섬: 1933-2019은 소록도에서 한센병을 앓는 여성, 두 수녀를 돕는 그의 딸, 서울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손녀까지 세 세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사회에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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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년도:

줄거리 & 리뷰
줄거리
《섬: 1933-2019》은 1933년과 1966년의 소록도, 2019년 서울을 오가며 백수선과 고영자, 고지선으로 이어지는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과 사건처럼 보이지만, 극이 진행되며 세 인물이 한 가족의 혈연으로 이어져 있음이 드러난다.
[1933년, 백수선과 해봉]
백수선은 순사에게 이끌려 소록도에 들어온다. 다른 환자들은 그곳에 가면 치료를 받고 살 수 있다며 수선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섬에서의 생활은 기대와 다르다. 일본인 원장과 직원들은 환자들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환자들은 공원 조성 등의 노동에 동원되면서도 굶주림에 시달린다.
수선은 빨래를 해 품삯을 받으며 살아간다. 오랫동안 수선을 짝사랑해 온 해봉과 가까워진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노동을 할 수 없는 환자가 격리실에 보내지고, 남녀가 연애하면 강제 불임시술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섬을 짓누른다. 격리실은 환자들을 평소에도 가두는 곳이라기보다, 처벌과 통제의 위협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해봉은 수선과 함께 섬을 탈출하려 하지만, 수선은 지금의 삶에라도 순응하며 버티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이 배를 타려는 순간 해봉은 쫓는 사람들에게 붙잡혀 죽고, 수선은 홀로 섬을 빠져나간다. 수선은 밖에서 아들 박선봉을 낳아 기르지만, 한센병 환자라는 낙인과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 속에서 안정된 삶을 꾸리기 힘들다. 결국 소록도로 돌아온 수선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딸 고영자를 낳는다.
소록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감염을 막는다는 이유로 부모와 떨어져 보육소에서 자란다. 부모와 아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수탄장에서 도로 양편에 떨어져 만나고, 아이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바닷바람을 등진 채 부모와 대화한다. 폭정을 일삼던 일본인 원장은 환자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1966년, 마리안느와 마가렛, 그리고 영자]
1966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는 소록도에서 환자들을 돌본다. 소록도에서 태어나 자란 영자는 두 수녀를 가까이에서 돕는다. 영자는 오빠 선봉과 함께 자라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소록도를 떠난다. 이후에도 어머니의 기일이면 섬으로 돌아와 수녀들을 만난다.
두 수녀는 환자들을 대할 때 따뜻하면서도 단호하다. 감염 위험이 없는데도 환자를 진료할 때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고, 맨손으로 환자들의 환부를 치료한다. 주민들에게 분유를 나눠 주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 위약을 주며 마음을 살피기도 한다.
영자가 주민들 가운데 약을 빼돌려 돈을 마련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하자, 마리안느는 크게 화를 내며 그들을 잡으러 나선다. 필요한 약이 환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수녀들의 태도는 섬에 희망을 가져오는 힘이 된다. 두 수녀는 나이가 들고 건강이 약해져 더는 환자들을 돌보기 어려워지자, 편지만 남기고 40년간 지내 온 소록도를 떠난다.
[2019년, 고지선과 지원]
고지선은 아트 PD로 일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형진과 결혼한다. 게임 개발자인 형진과 지선은 딸 지원을 낳지만, 지원은 발달장애 판정을 받는다. 지선은 처음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지만, 곧 지원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극중 대사에 따르면 공적 프로그램에 들어가려면 2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한 과정을 마친 뒤 다음 과정에 참여하려면 다시 기다려야 한다. 사설 치료 프로그램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지선과 형진은 지원에게 필요한 교육과 치료를 찾아다니며 아이를 키운다.
가족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지선의 언니는 힘든 일을 자신에게 털어놓으라고 말하지만, 지선은 동정 어린 말에 오히려 괴로워한다. 지원을 시설에 보내자는 오빠의 제안에 지선은 “나는 김지선이 아니고 고지선이야”라고 맞서며 자리를 떠난다. 책임을 다하지 않은 아버지의 성 대신 어머니의 성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다.
지하철에서 지원이 뛰어다니자 지선도 아이를 따라 뛰며 혹시 모를 사고를 막는다. 처음에는 승객들이 두 사람을 의아하게 바라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 학생이 지원이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다리를 접어 주는 등 주변 사람들도 상황에 맞춰 행동한다.
지원이 열 살이 된 뒤 발달장애인 학습센터 건립을 둘러싼 공청회가 열린다. 다른 동네에 시설을 지으라는 반대 의견이 나오고, 찬성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을 정확한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지선은 교육시설이 부족해 지원이 학교에 다니려면 두 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호소한다. 토론은 쉽게 결론에 이르지 않는다.
마지막에는 고지선이 영자의 딸이며, 영자는 백수선의 딸이라는 세대의 연결이 드러난다. 세 시대의 이야기는 가족의 기억을 이어 가면서, 차별과 배제가 형태를 바꾸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뷰
내가 다닌 초등학교에는 당시 공식 명칭으로 ‘음성나환자’라 불리던 한센병 환자들의 자녀들이 함께 다녔다. 어릴 때는 그 배경을 잘 몰랐다. 선생님이 “손”이라고 하면 곧바로 친구들과 손을 잡았고, 우리 반이 그걸 제일 잘한다고 칭찬받기도 했다.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반찬도 나눠 먹었다. 그 친구들의 부모님을 학교에서 뵌 기억은 없다. 선생님들과 우리 부모님들은 봉사활동을 하러 그 마을을 찾아가곤 했다. 《섬: 1933-2019》을 보며 그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때는 그저 함께 지낸 친구들이었지만, 이제 돌아보니 그 일상 뒤에는 학교에 오기 어려웠던 부모님들과 사회의 차별이 있었다.
극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자라고, 한 달에 한 번 수탄장에서 만난다. 아이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바닷바람을 등진 채 부모와 마주 서서 대화한다. 그 장면을 보며 친구들과 그 가족들이 겪었을 일을 생각했다.
어릴 때 나는 우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런데 극을 보고 나니, 그다지 깨어 있지도 않고 편견과 차별을 안은 채 살아가는 어른이 된 나를 발견하게 되어 부끄러웠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거듭 배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아마 극의 영자는 내가 함께 학교에 다녔을 법한 친구일 것이다. 교실을 청소하며 대걸레로 칼싸움을 하던 친구들의 얼굴에 영자가 겹쳐 보였다.
소록도의 역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수선과 해봉의 이야기는 가슴이 저릿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풋풋하고 과장 없이 그려졌다. 그 점에서 극작이 아름다웠다. 마리안느와 고지선을 연기한 정연 배우, 마가렛과 백수선을 연기한 이지숙 배우, 해봉과 목소리 5를 연기한 김리현 배우를 제외하면 배역명이 목소리 1부터 목소리 10까지로 표시되어 있었다. 배우들은 다양한 역할과 앙상블을 맡았고, 그중에는 주요 배역도 있었다.
배우들은 조선시대의 베옷이나 무명옷을 떠올리게 하는 미색 옷을 입고, 스카프로 인물과 상황을 표현했다. 베이지색 스카프는 소록도 주민들을 나타냈다. 배 위의 해봉을 끌어내릴 때는 여러 배우가 검은색 스카프를 줄처럼 둘러 포박된 모습을 만들었다. 무대장치와 조명은 간소했다. 대사가 많은 연극에 가까운 음악극이었지만 노래가 좋았고, 배우들의 가창도 훌륭했다.
무리한 유머 없이도 군데군데 웃을 거리가 있었다. 1930년대 장면에서는 수선과 해봉의 연애나 해봉과 같은 구역에 있는 남자들의 대화에 슬픔과 해학이 함께 있었다. 1960~70년대 장면에서는 꾀병을 부리며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서 머리를 가리키는 장면이나, 수녀들이 전라도 사투리에 한국어 욕을 섞어 말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소록도가 전라도에 있으니 외국인이 그 지역 말투를 쓰는 설정은 자연스럽지만, 대사로 들으니 계속 웃음이 났다. 마리안느 수녀는 헌신적이고 자상하면서도 작은 불의에는 불끈해, 다채로운 욕을 들려준다.
현재 장면에서는 지선의 오만함이 딸 지원을 향한 헌신으로 바뀌는 모습이 엿보인다. 지선과 형진은 아이의 장애를 회피하거나 자책에 빠지기보다, 지원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실행하는 좋은 부모로 그려진다. 극중 대사에 따르면 공적 프로그램에 들어가려면 2년 이상 기다려야 하고, 한 과정을 마친 뒤 다음 과정에 참여하려면 다시 기다려야 한다. 사설 교육은 선택지가 다양하지만 과정마다 비용이 많이 든다.
지선의 오빠가 지원을 시설에 보내자고 하는 장면은 큰 충격이었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신규 입소 제도가 현재 어떻게 운영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해, 이 대사가 지금의 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다만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이 없다는 사실과 가족 돌봄의 무게는 분명하게 다가왔다. 고백하자면 아이와 떨어져 살라는 말은 수선과 해봉의 장면보다 감정적으로 더 크게 다가왔다.
지하철 일화는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번에 관람한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가 인격장애를 다뤘던 것처럼, 이런 교육의 기회는 무척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한센병은 일상적인 접촉으로 전염되는 병이 아닌데도, 극 속에서는 환자에게 장갑과 마스크를 요구하는 규정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며 코로나19 때 감염 공포가 사람들의 일상과 시선을 바꾸어 놓았던 일이 떠올랐다. 두 질병의 전파 방식과 위험도는 다르지만,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 위험을 살피기 전에 사람을 위험한 존재로 취급하게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그런 두려움이 얼마나 빠르게 일상을 바꾸는지 보았다. 수십 년 뒤에는 기억이 희미해지고, 사람들은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 시간을 잊을지도 모른다. 병이나 장애, 사고에서 백 퍼센트 안전한 사람은 없다.
첫 노래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 선율로 시작한다. 이 곡은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을 바탕으로 했으며, 무대에서는 앙상블의 합창으로 확장된다. 새로 작곡한 곡들도 유려했고, 앙상블과 중간에 터져 나오는 솔로 파트가 특히 좋았다.
이 작품은 편견과 차별로 고립된 상태를 ‘섬’으로 표현한다. 실존 인물들의 기록과 다큐멘터리 영화, 관련 도서들을 바탕으로 목소리 프로젝트의 장우성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창작했다고 한다. 극작과 작곡, 전체적인 톤이 고르게 잘 짜인 수작이며, 다른 문화권의 관객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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