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Fly
렛미플라이

렛 미 플라이는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꿈과 선택, 기억과 노년의 삶을 돌아보는 뮤지컬이다. 작은 사건들을 담담하게 이어가는 서사와 기억에 남는 넘버, 효과적인 리프라이즈가 돋보인다. 지나친 감상 없이 유머와 감동을 전하며, 사회적 성공만으로 삶의 행복을 판단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Musical Reviews › Korean Original › 2026
관람 년도:

줄거리 & 리뷰
줄거리
1969년,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던 날. 정분은 미국의 뉴스를 듣고 싶어 한다. 동네에서 가장 옷 수선을 잘하는 열아홉 살 남원은 동갑내기 정분의 집에 하숙하고 있다. 남원은 중고 라디오를 사 와 안테나를 높이 올려 전파를 잡고 영어 방송을 듣는다. 두 사람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We choose to go to the Moon”을 함께 들으며,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각자의 꿈을 이야기한다. 정분은 여자도 NASA에 갈 수 있다며 달에 가고 싶은 꿈을 말하고, 남원은 복장학교 입학 통지서가 오지 않아 우울해한다. 늦게 도착한 통지서에 합격 소식이 적혀 있자 두 사람은 뛸 듯이 기뻐하며 다음 날 함께 서울로 떠나기로 한다. 마당에 혼자 남은 남원은 라디오를 들고 달을 바라본다. 달이 점점 커지고, 남원은 정신을 잃는다.
깨어난 남원 앞에는 할머니 선희가 있다. 선희는 남원을 ‘영감’이라 부르며 지금이 2020년이라고 말하지만, 남원은 자신이 선희와 결혼했고 늙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정분을 찾으러 기차역에 간다. 기차역 거울에 비친 노인의 모습을 보고도, 달에 가는 것이 가능하다면 시간 여행도 가능할 것이라며 1969년으로 돌아가려 한다.
선희는 영감의 칠순 잔치도 얼마 전에 했다며 휴대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을 보여준다. 남원은 자신이 정분을 두고 선희와 결혼해 살아왔다고 믿는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 정분과 결혼하고 자식들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선희는 그렇게 현재를 바꾸는 일은 시간 역설을 일으키므로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남원은 미래의 지식을 알아내 부자가 되는 등 쓸모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미래를 염탐하기로 한다.
남원은 라디오와 우주선의 기운 때문에 시간 여행을 했다고 추리하고,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고장 난 라디오를 찾는다. 선희는 공구로 라디오를 고쳐주지만, 남원은 선희가 고쳐준 줄도 모른 채 돌아갈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며 기뻐한다. 라디오를 찾다가 옷 무더기를 발견하자 선희는 패션 연구에 심취한 남원이 사 모은 옷들이라고 말한다. 선희가 남원을 작업실로 데려가자, 남원은 자신이 패션 디자이너가 되지 않고 옷 수선을 하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옷들 사이에서 망원경도 발견한 남원은 과거로 돌아갈 때 정분에게 주고 싶다며 가져가도 되는지 묻는다.
정분은 현실적인 꿈보다 달에 가고 싶어 하는 소녀였고, 달에 관한 과학 이야기를 좋아했다. 《라이프》 잡지에 실린 컵케이크 사진을 오려 두고 맛을 상상만 하던 정분에게 남원은 컵케이크를 사주고 싶어 한다.
남원은 여러 방법으로 정신을 잃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돌아가지 못해 낙망한다. 선희는 입학 통지서도 늦게 도착했으니 기회도 늦게 올 수 있다고 위로한다. 남원은 그 사실을 자신과 정분만 알고 있었다며 놀란다.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정분의 마루에는 젊은 시절의 남원과 정분, 나이 든 남원과 선희의 사진이 가득하다. 남원은 혼란스러워한다.
선희는 기억을 잃어가는 남원을 바라보며, 그때가 가장 그리운 순간이라면 그 기억으로 살아가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원은 과거 기차역에서 기다리던 정분이 자신은 함께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정분이 돌아서고 기차가 기다리는 사이에서 남원은 고통스러운 선택을 했다. 정분이 집에 돌아와 울고 있을 때 남원은 기차를 타지 않고 돌아왔다. 정분의 아버지가 새벽에 사고를 당했고, 홀로 남은 아버지를 도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남원은 서울과 정분 가운데 정분 곁에 있기를 자신의 자유의지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사는 집을 둘만의 작은 달로 여기자고 한다.
두 사람은 마당 우물가는 달에서 보이는 물, 방은 달 기지라고 정하고, 자신들의 달을 즐긴다. 멀리 보이는 달은 이제 푸른 지구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마당의 달개비꽃을 평온하게 바라보며, 그 꽃의 이름이 ‘Sunny’라는 것을 떠올린다. 정분은 둘이 늙을 때까지 함께 살자며 이제 남원을 ‘영감’이라고 부르겠다고 한다. 그리고 좋은 일과 기쁜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자신을 ‘선희’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2020년 마당 평상에 앉아 있던 남원은 마침내 선희를 알아본다. 모습이 그대로인데도 알아보지 못했다며 자신을 탓한다. 남원은 평생 자신이 원하던 얼굴을 바라보며 “선희야”라고 부른다. 선희는 “남원아, 아니 영감”이라고 답하며 서로를 다시 찾는다. 두 사람은 둘만의 작은 달을 만들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50년을 살아왔다.
리뷰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 극은 작은 사건들을 담담하게 이어가며 감성적인 서사를 만든다. 상황을 설명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작위적인 사건이나 과도한 감정 표현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시간여행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사용하지만, 그 안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충분히 있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다.
무대도 좋았다. 비교적 큰 장치들을 사용하지만 배우들이 직접 움직이는 구조가 많았다. 남원의 기억에 따라 마루와 방이 차례로 무대에 들어와 하나의 집을 이루는 과정이 잘 그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들어온 장치들이 다시 나가지 않고 극이 끝날 때까지 중앙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기억 속의 집이 무대 위에 하나씩 완성되고, 마지막에는 그 공간이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집이 달 기지가 되는 장면과 멀리 보이는 달이 푸른 지구처럼 보이는 장면도 아름다웠다.
선희의 복장은 좀 우스웠다. 흰머리를 정중앙에서 가르고 뒤로 쪽진 머리처럼 만들었으며, 단색의 몸뻬 바지를 입었다. 요즘 일흔 살 할머니가 그렇게 입고 다니는지 실소가 나왔다. 차라리 볶은 파마머리가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노인을 표현하기 위해 다소 오래된 이미지의 외형을 가져온 것 같았다.
선희 역의 김지현 배우는 그런 분장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름다웠다. 파스텔 색상의 셔츠와 베스트 덕분에 오히려 세련되어 보이기도 했다. 돋보기안경을 쓰고 시간 역설을 설명할 때에는 여전히 NASA와 달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고 파라독스를 설명할 만큼 과학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면모가 드러났다. 성격도 쿨해서 멋있는 할머니로 보였다.
노년의 남원은 허리를 굽히고 걸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흔 살이면 아직 그렇게 허리가 굽을 나이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평생 옷을 수선하느라 재봉틀 앞에서 몸을 숙인 자세로 일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칠순 잔치 장면이나 장터에서 옷을 팔 때의 모습을 보면 남원은 나이가 들어서도 귀여운 할아버지였다.
넘버는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았고, 리프라이즈를 잘 활용했다. 같은 멜로디가 앞에서는 웃음을 만들고, 뒤에서는 전혀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 번 관람했는데도 극이 끝날 무렵에는 기억나는 넘버들이 있었다. 곡의 구성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유쾌하고 짜임새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냈다. 네 명의 배우가 두 시대를 오가며 등장하는 구성도 좋았다.
극을 처음 보고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 넘버가 있다는 것은 잘 만든 뮤지컬의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들은 대체로 크게 성공하기도 한다. 최근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한국의 대극장과 대학로를 아우르며 많은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는데, 처음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넘버를 만나는 경우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10%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작품들은 노래를 듣는 일이 노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비해 《렛 미 플라이》는 처음 들으면서도 귀에 꽂히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드문드문 기억에 남는 곡이 많았다. 이것만으로도 음악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야기의 구성도 좋았다. 남원은 국제복장학교 합격 소식을 정분과 나누던 때, 두 사람이 미래를 꿈꾸며 달을 바라보던 순간에 기억이 멈춘다. 정신을 잃었다가 2020년에 깨어난 남원은 자신이 일흔 살이 되었고,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 선희와 결혼해 살아왔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 정분을 다시 만나려 한다.
흥미로운 것은 남원이 자신이 디자이너가 되지 못하고 수선공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받아들이지 못하면서도, 처음에는 복장학교에 합격하고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정분이 자신의 곁에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작업실에서 망원경을 발견했을 때에도 과거로 돌아가 정분에게 주고 싶어 한다. 《라이프》 잡지에 실린 컵케이크 사진을 보며 맛을 상상하던 정분에게 진짜 컵케이크를 사주고 싶어 하는 마음도 여전하다.
남원이 돌아가려는 곳은 단순히 복장학교 합격의 순간이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는 정분과 함께 있던 시간이다. 그는 선희를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늙었다는 사실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기 위해 집 안의 물건들과 오래된 기억을 하나씩 살펴본다.
이 작품은 남원에게는 시간여행 이야기이지만, 선희에게는 남편이 낯선 사람이 되어가는 현재의 이야기다. 청년 남원은 자신이 미래에 도착했다고 믿으며 과거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선희는 그런 남원을 지켜본다. 청년과 노년의 남원을 서로 다른 배우가 연기하면서 두 시점이 무대 위에 공존하는 것도 이러한 구조를 잘 보여준다.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는 웃음과 안타까움이 함께 담겨 있다.
특히 선희는 남원이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동안 그를 무조건 말리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의 엉뚱한 생각에 대응하고, 때로는 자신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사소하게 지나갔던 말과 물건들이 조금씩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극에서 반복되는 “We choose to go to the Moon”은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에서 나온 문장이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로 향하던 날, 두 사람은 이 말을 들으며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이 문장은 우주개발의 목표를 선언한 말이지만, 작품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선택한다는 의미로 확장된다.
남원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고, 정분은 NASA와 달을 꿈꾼다. 두 사람의 꿈은 그들이 살아가는 시대와 공간에 비추어 상당히 크다. 그러나 열아홉 살에 꿈꾸었던 미래와 일흔 살이 되어 살아가는 현실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다. 꿈꾸던 길을 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삶을 실패라고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열아홉 살의 한 번의 선택이 일흔 살의 미래를 모두 결정하지는 않는다. 극은 1969년과 2020년 사이의 50년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선택을 반복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생략은 이야기의 비약이라기보다 여백으로 느껴졌다. 한 사람의 삶은 단 한 번의 결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수선사가 된 남원의 삶은 젊은 시절의 꿈에 비추어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직업이나 사회적 성공만으로 한 사람의 행복을 정량화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은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의 크기보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그 안에서 무엇을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아폴로 11호가 실제 달로 향하던 밤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점차 두 사람이 살아가는 작은 공간으로 시선을 옮긴다. 인류의 거대한 도약과 한 사람의 평범한 삶이 달이라는 이미지 안에서 겹쳐진다. 마당과 우물, 방과 마루 같은 익숙한 공간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될 수 있다.
극이 끝날 때까지 무대 중앙에 남아 있던 마루와 방도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남원의 기억을 따라 들어온 과거의 공간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단순한 추억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멀리 있는 달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 자신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곳으로 돌아오는 구성이다.
《렛 미 플라이》는 꿈을 이루었는지, 이루지 못했는지를 판단하기보다 자신이 선택한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거창한 사건을 보여주지 않고도 웃음과 감동을 만들었고, 지나치게 감상적인 설명 없이 긴 세월의 무게를 전했다. 음악과 무대, 극의 구성이 잘 맞아떨어진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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