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destown
하데스타운
한국과 브로드웨이를 거쳐 2023년에 다시 본 Hadestown. 중앙 하강 트랩도어가 없는 아쉬움 속에서도, 박강현 배우의 오르페우스는 깊이 울렸다. 시차도 잊게 한 맑고 강한 목소리—그 자체로 무대를 깨우는 힘이었다.
한국 초연:
2021
세계 초연:
2016
관람 년도:
2021, 2023
공연 극장명:
샤롯데씨어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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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는 2021년, 박강현이라는 배우를 잘 알기도 전에 한국 공연을 처음 보았다. 그때도 그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맑았으며, 감정의 힘이 또렷했다. 다만 그땐 브로드웨이 공연을 관람하기 전이라서 지하세계로의 하강이 주는 의미가 뚜렷하지 않았다.
2023년에 브로드웨이에서 하데스타운을 본 뒤, 다시 한국 라이센스 버전을 관람했다. 좌석도 브로드웨이에서 앉았던 자리와 비슷하게 2층 발코니 1열에 앉았다. 그제야 진짜 중앙에 하부 무대로 향하는 트랩도어를 설치하지 않은 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극적 요소가 사라지는지 선명해졌다. 브로드웨이를 보지 않았다면, 에우리디케가 지하 세계로 내려가는 움직임이 얼마나 극의 주제를 보여주는지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라이선스 연출을 따르면서도 한국 무대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었다. 회전 무대 한가운데 하강하는 트랩 도어가 없었고, 브로드웨이에서 하데스 사무실 아래에 드럼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공간을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통로로 사용하기 위해 위로 열어 하강을 흉내 냈다. 그런데 그 구역이 메인 무대보다 높아 에우리디케가 ‘아래로’ 가기 위해 오히려 위로 올라가야 했다. 이 방향의 모순은 본능적으로 어색했고, 상징성을 약화시켰다. 공간·기술적 제약이 트랩도어 재현을 막았을지는 이해하지만, 에우리디케 한 사람만이라도 작은 리프트로 무대 한가운데에서 내려가도록 만들었으면 암시적 서사가 훨씬 살아났을 것이다.
드럼도 보이지 없었다. 운명의 여신들은 실제로 연주하지 않고, 아코디언 등을 연주하는 흉내를 냈는데, 단기 시즌 특성상 노래와 연주를 겸한 캐스팅이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코디언은 음악감독이 건반을 연주하다가 아코디언을 들고 연주했다. 이해는 되지만 아쉬웠다.
2023년에는 박강현 배우의 오르페우스 세 번, 멜로망스의 김민석 배우 오르페우스를 한 번 보았다. 박강현 배우의 목소리는 힘·맑기·공명이 모두 뛰어났다. 두성으로 올라가도 얇아지지 않는 맑은 파워가 드문데, 그는 그걸 해냈다. “Wait for Me”의 보컬 라인을 드라마틱하게 빚었고, 기타 연주도 예전보다 분명 좋아졌다. “Epic”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고-한번은 낮은 채로 유지되었으나—전체적으론 뛰어난 해석이었다.
김민석 배우는 두성 비중이 큰 두텁고 맑은 톤으로, 사랑에 빠진 몽상가라기 보다는 몽환적인 관념적 사랑을 하는 느낌이 있었다. 기타를 잘쳐서 노래 부르면서 연주할 때 캐릭터의 진정성을 더했다.
에우리디케는 김환희 배우와 김수하 배우가 맡았다. 둘 다 맑고 강한 보컬에 단단한 감정선을 보여줬다. 에바 노블레자다의 음색을 의식해서 비슷한 목소리로 캐스팅한 듯 들리기도 했다. 에우리디케의 분장도 2021년과 달라졌다. 2021년에는 앞머리를 내린 단발이었는데, 2023년에는 에바의 브로드웨이 하차 이후여서 긴 웨이브 헤어로 바뀌었다. 김수하 배우는 특히 리듬감이 있고 춤을 잘 춰서 좋았다.
헤르메스는 낭독하는 톤으로 대사를 이끌었다. 나는 브로드웨이처럼 랩에 가까운 리드미컬한 딕션을 선호하지만, 한국의 헤르메스도 안정적인 가이드 역할을 했다. 세 배우 중에서는 강홍석 배우의 무대를 특히 좋아했다. 어두운 구역에 서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지 않고 리듬을 타며, 과장 없이 정확한 발성·딕션으로 캐릭터를 잡아냈다.
하데스(김우형 배우)는 두텁게 울리는 저역과 밝고 선명한 중음역이 인상적이었다. 레 미제라블 자베르 때보다 하데스의 음역대가 더 좋았다. 본래 음역이 베이스에 가깝다고 느꼈는데, 그래서 하데스에 더 어울렸다. 단단한 발성과 명확한 가사가 권위적 카리스마에 꼭 맞았다.
페르세포네는 김선영 배우와 린아 배우가 번갈아 맡았다. 둘 다 노래가 좋았다. 김선영 배우는 살짝 취한 것 같은 몸짓으로 술과 해방의 신을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천상지희 출신의 린아 배우는 춤이 탁월했고, 취한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마지막에 “한잔할래?”라고 묻는 순간엔, 그럽시다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지하 노동자들은 제 할 일을 했고, 합창도 브로드웨이와 거의 흡사하게 들렸다. 마지막에 모자를 벗어 해방을 상징했지만, 밀착된 검은 모자 아래 짧은 흑발의 배우들이 있어서 시각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표현되지 않았다.
아쉬움도 있었다. 브라스, 특히 트롬본. 시작 부분의 음색은 맑고 안정적이었지만, 그때부터 슬라이드 포지션·타이밍이 살짝 어긋나는 느낌이 있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소리가 약해지고, 힘이 빠진 불명확한 음, 때로는 미묘한 불협이 느껴졌다. 트롬본은 반주 이상의 존재—이 작품 특유의 포크·재즈 색을 만드는 기초이자, 결정적 순간의 드라마에 색체를 입히는 악기다. 다른 부분은 타협할 수 있었다고 해도, 브라스 퀄리티는 조금 더 올라 갔어야 했다.
번역의 한계도 피하기 어렵다. 오르페우스의 “I also play the lyre”에 에우리디케가 “Oh, a liar and a player too!”라고 받는 브로드웨이의 말장난은 한국어로 옮기기 힘들다(lyre–liar의 동음이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six feet under” 또한 매장 깊이+죽음의 이중 의미를 그대로 살리기 어렵다. 그래서 원작의 언어 유희가 지닌 타격감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이 한국 Hadestown은 재미있고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박강현 배우의 오르페우스는 내가 본 해석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맑은 발성과 감정의 미세한 결, 흔들리지 않는 두성, 좋아진 기타—모두가 깊은 울림을 만들었다. 2023년 첫 회차를 보던 날, 나는 시차가 극심한 출장을 다녀온 지 이틀밖에 안 된 상태였다. 졸음과 피로를 느끼며 앉아 있었는데, 박강현 배우가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피곤이 사라졌다. 그의 목소리는 봄을 불러와서 나를 완전히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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