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의 몬테크리스토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방대한 복수극을 빠르고 간결하게 압축한, 거의 ‘막장 드라마’ 같은 뮤지컬이다. 이것은 칭찬이자, 동시에 웃음을 자아내는 특징이기도 하다. 부친의 명예, 약혼녀의 사랑, 그리고 사회적 입지를 이유로 세 남자에게 배신당한 청년 선원 에드몽 단테스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그의 체포와 수감 생활은 훨씬 비극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었지만, 이 공연의 감옥 장면은 오히려 코믹하게 연출된다. 멘토 파리아 신부가 등장해 에드몽에게 귀족처럼 읽고 쓰고 말하는 법뿐만 아니라 검술까지 가르치기 때문이다. 파리아가 죽자 에드몽은 시신 포대 안에 숨어 섬 감옥을 탈출한다.

빠른 전개는 해적선 장면에서도 이어진다. 여성이 선장인 해적선에 붙잡힌 에드몽은 결투를 통해 시험을 받는데, 승리한 후 상대를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 이에 패배한 이는 평생의 충성을 맹세하고, 해적들은 에드몽을 몬테크리스토 섬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그는 멘토가 숨겨둔 보물을 발견하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신분을 바꿔 세 명의 배신자를 하나씩 무너뜨린다.
복수는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불필요한 우회나 긴 여정 없이, 각 적은 빠르게 처리된다. 여전히 그를 사랑하는 옛 약혼녀는 모든 복수가 끝날 때까지 아들의 출생 비밀을 숨기고, 마지막 장면에서야 그 소년이 에드몽의 아들임을 고백한다. 그런데 이 결말은 깊은 비극이나 무거운 여운이 아니라, ‘내가 네 아버지다’라는 거의 개그 같은 타이밍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관객은 함께 웃으며 공연을 마무리한다.

무대 연출도 이런 가벼운 톤을 따라간다. 특히 에드몽이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 땅을 파는 장면은 과장된 몸짓으로 코믹하게 그려져 재미를 준다. 이야기는 불필요한 장면을 생략하고 필수 사건만 골라 빠르게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진지하고 힘이 있다. 서정적인 선율, 감정이 담긴 듀엣, 웅장한 앙상블 넘버까지 고루 갖추었다. 유튜브 댓글에서 “전곡을 지킬 앤 하이드로 바꿔도 완벽하게 맞을 것”이라는 말을 봤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몬테크리스토는 비극적인 무게감을 오래 붙잡지 않지만, 빠른 복수, 인상적인 음악, 그리고 웃음으로 끝나는 결말로 충분히 매력적인 무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