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 부츠는 2014년부터 거의 2년 간격으로 돌아오는 국내 인기 레퍼토리다. 10년 전 브로드웨이에서 본 뒤, 킬리언 도넬리와 매트 헨리가 나오는 촬영본도 몇 번 다시 보며 음악에 익숙해졌다.

이번엔 비교를 하려고 한국 공연을 보았다. 무대·의상·조명은 거의 똑같았고, 가사만 한국어로 바뀌었다. 여러 한국 배우들의 ‘Soul of a Man’ 영상을 들어온 터라 번안 가사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느낌이었다. 특정한 역사·문화 맥락에 묶인 작품이 아니라서 한국어도 잘 어울렸다.

박은태 배우의 롤라는 날렵하고 자신감 있었다. 하이힐로 춤추고 움직임이 또렷하며, 리듬·음정·프레이징이 안정적이다(비브라토는 약간 넓은 편). “Land of Lola”는 화려했고, 엔젤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웠다. 김환희의 로렌은 살짝 신디 로퍼 목소리 느낌의 밝은 톤으로, “The History of Wrong Guys”도 브로드웨이 그대로 연출되었고 재미있었다.

그래도 극이 확실하게 꽂히지는 않았다. 특히 찰리의 솔로 넘버가 생각만큼 임팩트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Step One”이나 “Soul of a Man”이 정말 좋았으면 분명히 다시 보러 갔을 텐데, 탄탄하게 부른 정도로 들렸다.

그래도 신디 로퍼의 곡들은 여전히 잘 짜여있고, 스토리 라인은 간결하고 재미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노래로 압도할 만한 장면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