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ma Mia!
맘마미아!
사진 기록을 얻기 위해 갔던 맘마미아!에서 뜻밖의 감동을 받았다. 도나의 힘 있는 목소리와 홀의 명료한 음향이 돋보였고, 번역은 거슬리지 않았다. 빌과 로지는 사랑스러웠으며, ‘Slipping Through My Fingers’는 마음을 울렸다. 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주크박스 뮤지컬이었다.
한국 초연:
2004
세계 초연:
1999
관람 년도:
2025
공연 극장명: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이 아카이브에 포함된 포스터는 기록 및 교육 목적에 한하여 게재된 것입니다.
🔗 모든 이미지는 원 출처나 관련 기사와 연결되어 있으며, 저작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클릭
브로드웨이
리뷰 보기
리뷰
올해 맘마미아!가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 2023년에 본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도나 배우의 목 상태가 좋지 않아 공연을 즐기기 어려워서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번역된 가사를 ABBA 노래와 비교하기도 했고, 무대 장치도 너무 오래된 디자인이라는 생각에 꼬투리를 잡게 되었다.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보았을 때는 무대를 회전하여 팬션의 내부와 외부를 표현하는 무대와 단순하지만 밀어서 옮기는 침대 등의 소품 이동이 신선해 보였지만, 20년이 흐른 그 때는 낡아 보였다. 리뷰에 곁드리기 위한 사진과 기념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예매하기를 주저했다. 그러다 낮에 추석 연휴 할인을 보고 바로 당일 티켓을 가장 싼 좌석으로 예매했고, 이번에는 공연을 즐기겠다기보다는 견뎌보자는 생각으로 들어섰다.
막이 오르자 소피의 벨팅은 명료했지만, 물론 ABBA 오리지널 녹음의 수정처럼 맑은 소리는 아니었다. LG아트센터 서울의 LG시그니처홀에는 처음 와보았다. 3층에 앉아 처음에는 오케스트라 소리가 건조하고 저음 위주로 무겁게 들렸다. 하지만 곧 그것이 뮤지컬 공연에는 장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사가 또렷하게 들렸고, 3층에서도 발음이 뚜렷했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스피커에서 재미있는 연주 효과음도 들려왔는데, 치밀하게 숨겨진 음향 시스템 덕분임을 알 수 있었다.
LG시그니처홀은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외관과 달리 음향 설계가 앞서 있다. 좌우에는 슬림한 12모듈 더블 라인 어레이가 걸려 있고, 서브우퍼와 센터 스피커가 이를 보강한다. 딜레이 스피커는 보이지 않지만, 벽과 발코니에 매립된 덕분에 균형 잡힌 소리가 전해졌다. 오케스트라 만 연주하는 구간에서는 잔향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느꼈지만, 그렇게 되면 보컬이 뭉개질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공연 성격에 따라 잔향을 1.2초에서 1.85초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번 공연에도 최적화되어 맞춰져 있었다. 기술이 드러나지 않고 음악만 남도록 설계된 공간이었다.
‘Honey, Honey’가 활기를 띠며 분위기를 열자, 도나가 무대에 등장했고 마음이 놓였다. 신영숙 배우의 도나는 이 배역에 걸맞은 목소리를 가졌다. 단단하고 공명감 있는, 중년 여성을 표현하는 목소리이면서도 활기가 있었다. 2023년에도 봤던 타냐(김영주 배우)와 로지(박준면 배우)는 여전히 따뜻한 코믹 릴리프를 제공했다. 스카이 역시 안정적인 노래와 설득력 있는 무대로 무난했다. 앙상블은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 오히려 존재감이 자연스러웠다.
세 명의 아버지 후보는 모두 경험 많은 배우들이 맡아 각자 한 곡씩을 통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 배역들이 화려한 보컬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개성으로 무대를 메우며 도나와 균형을 맞추었다. 특히 빌 역의 송일국 배우는 2006년 고구려 건국을 다룬 드라마 <주몽>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의외로 따뜻한 노래와 익살스러운 연기로 로지와의 커플을 가장 사랑스러운 한 쌍으로 만들었다.
이전에는 번역이 마음에 걸렸지만 이번에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가사가 원문의 의미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노래를 즐기느라 따질 겨를이 없었다.
다만 총각파티 장면에서 등장하는 ‘오르페우스 바’는 여전히 의아했다. 2023년에는 소피 배우가 <하데스타운>의 에우리디케를 맡았던 이력이 있어 의도적 오마주인가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연관이 없었음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예 원작 대본에 있는 것인지, 한국 공연의 작은 농담이 굳어진 것인지 궁금했다.
무대의 중심은 역시 도나였다. 신영숙 배우는 드라마틱 벨터이지만, ‘Slipping Through My Fingers’에서는 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게 감정을 담아 마치 진짜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 같았다. <디어 에반 핸슨>에서 하이디 역으로 불렀던 ‘So Big / So Small’도 진솔했는데, 그는 무대 위에서 모성애를 구현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고 느껴졌다.
반면 도나와 샘의 로맨스는 여전히 급작스러운 감이 있었다. 대본이 두 사람의 재결합을 설득력 있게 만들기에는 여지가 부족했고, 감정의 무게는 모녀 관계에 더 실렸다. 하지만 이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숙명이기도 하다. 맘마미아!는 노래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 가지만, 그래도 다른 주크박스 작품들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지기에 지금까지 사랑받아 오고 있다.
커튼콜에서 배우들은 ABBA 히트곡을 한국어로 불렀다. 관객은 박수로 호응했지만, 함께 부르는 이는 없었다. 번역된 가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도 조금 따라 해 보았지만, 무대에서는 한국어가 들리고 머릿속에서는 수십 년간 들어온 영어 가사가 겹쳐져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에너지에 휩쓸려 즐겁게 놀았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를 들으며 눈가가 젖은 것을 깨달았다. 요즘은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데, 2005년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커튼콜을 보며 웃다 울던 기억이 떠올랐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노래는 여전히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나를 울렸다.
사진을 찍고 기념품 사려고 꾹 참고 볼 생각으로 갔던 공연이었는데, 결국 진심으로 감동받으며 나왔다. 힘 있는 도나와 명료한 음향 덕분에 맘마미아!가 왜 여전히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지 다시금 확인했다. 브로드웨이 윈터가든 극장에 돌아온 무대를 보러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