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éo et Juliette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프랑스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원작의 사랑 서사를 축약하고 앙상블과 락 에너지로 무대를 확장했다. 그러나 과도한 설명이 플롯의 구조적 충돌을 드러내는 장면도 있다.
Musical Reviews › Licensed in Korea › 2026
리뷰
로미오와 줄리엣은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이다. 원수 집안의 남녀가 사랑에 빠져 파국을 맞는 비극으로, 수많은 매체와 변형작이 만들어졌다.
이 뮤지컬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품인 “Roméo et Juliette: de la Haine à l'Amour”을 한국에서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올린 것이다. 커튼은 커다란 Roméo & Juliette 앰블럼 위로 왼쪽은 붉은색, 오른쪽은 파란색으로 물들며 갈등을 미리 암시한다.
서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작품은 넘버와 퍼포먼스의 에너지를 먼저 언급해야 한다. 대사와 노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앙상블이 빈틈을 채우는 구조로 음악의 밀도가 높다. 주연에서 시작해 앙상블로 확장되며 점층적으로 쌓이는 작곡가 특유의 도돌이 구조는 극의 장대함을 만든다. “Notre-Dame de Paris”보다 록 요소가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로미오와 친구들의 장면은 특히 활기차고 신나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로미오의 안정적이고 따뜻한 음색, 머큐시오의 거침없는 단단함, 벤볼리오가 얹는 짜릿한 테너 고음이 잘 어우러졌고, 세 인물의 호흡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로미오 역의 배우는 매우 안정적인 보컬을 보여주었다. 이전에 “모차르트!”에서 보였던 고음 중심 발성과 달리, 이번에는 전반적으로 발성 효율이 좋아졌고 무리 없이 소리를 운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줄리엣은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설렘을 청명한 고음과 맑은 음색으로 표현했다. 앙상블은 ‘죽음’ 역할을 맡은 댄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크를 착용했으며, 일부는 덤블링 등 고난도 동작을 소화하는 등 무용적 역할이 강화되어 있었다. 이 작품은 배우가 모든 것을 수행하는 통합형 뮤지컬이라기보다, 가수·앙상블·댄서가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로, 오페라에 가까운 프랑스 뮤지컬의 전형을 보여준다.
베로나의 영주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랑구와르처럼 극의 구조를 설명하는 역할을 맡아, 어두운 바리톤으로 처음과 끝을 이끈다.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에서도 서사를 정리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티볼트 역시 인상적인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그의 고뇌가 담긴 솔로 넘버는 관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얼마나 구현했을까 기대하고 갔는데, 원작에서 뮤지컬 “& Juliet”의 방향으로 약 20%쯤 이동한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주연들의 화음과 앙상블, 댄서들이 만들어내는 락 에너지가 강하게 작용해 활기차고 신나는 구성을 이루지만, 서사는 원작보다 더 어둡게 확장된다. 두 가문의 갈등이 베로나 전체를 지배하는 전쟁과 같은 상태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막이 열리자 베로나의 영주는 두 가문은 싸우기 위해 존재한다며 증오와 갈등을 노래한다. 줄리엣은 유모의 현실적인 조언에도 불구하고, 갓 스무 살이 된 자신이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라며 꿈꾸듯 노래한다.
로미오에게는 그를 따라다니는 ‘죽음’이 등장하며, 그는 어른들이 만든 전쟁 속에서 희생되는 젊은이에 대해 탄식한다. 로미오는 24세, 줄리엣은 20세, 티볼트는 약 30세로 설정되어 있으며, 머큐시오 역시 로미오보다 연장자로 보인다.
이들의 나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극 초반부터 ‘어른들이 만든 전쟁에 희생되는 젊은이’라는 테마가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확하게 제시된 나이 설정은 이 메시지와 충돌한다. 이들은 사회적 책임 이전의 십대가 아니라 이미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된 성인이다. 줄리엣을 제외하더라도, 로미오와 머큐시오는 기존 질서를 바꾸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티볼트는 오히려 갈등을 유지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어른들의 전쟁에 희생되는 젊은이’라는 설정은 설득력보다는 위화감을 남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만남과 발코니 장면은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처리되었다. 발코니로 올라온 로미오에게 줄리엣이 사랑을 확인하고 곧바로 결혼을 이야기하는 전개는 거의 “What, okay, why not. Let’s get married.”라는 속도로 진행된다. 설명 없이 압축된 이 서사는 이후 비극과의 대비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 작품에도 듀엣 넘버는 존재하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사랑의 감정을 축적해 나가는 서사는 상대적으로 생략되어 있다. 관계를 통해 감정을 쌓기보다 감정을 전제로 두고 서사를 압축하는 방식이며, 이 지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2막은 원작의 줄거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역동적으로 전개된다. 비밀 결혼 사실을 알게 된 머큐시오와 벤볼리오와의 갈등, 그리고 베로나 전체를 뒤덮는 전쟁과 같은 분위기가 앙상블과 춤을 통해 밀도 있게 표현된다. 특히 머큐시오와 티볼트의 죽음은 극의 클라이맥스로 강조되며, 각각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장면이 인상적으로 연출된다. 배우들의 연기와 보컬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이러한 장면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이후 전개에서는 플롯의 설득력이 다소 약화된다. 줄리엣은 강제 결혼 압박과 로미오에 대한 절박한 감정을 충분히 드러내지만, 실제로는 물리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독약을 통해 죽음을 가장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과정은 탈출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기보다 과도한 해결 방식처럼 느껴진다.
특히 로미오가 이미 베로나에서 추방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를 다시 불러들이는 선택은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돌아올 경우 처형될 가능성까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나 후속 계획은 제시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비극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기보다,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선택이 이어진 결과처럼 보인다.
또한 독약을 사용하는 동기가 ‘로미오를 돌아오게 하기 위한 것’으로 제한되면서 플롯의 설득력은 더욱 약화된다. 재회를 위한 계획이라기보다 단순한 호출의 장치처럼 보이기 때문에, 보다 간단한 방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위험한 선택이 이루어진 점이 납득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이 장면은 비극적 긴장을 형성하기보다 인위적으로 설계된 전개처럼 느껴진다.
줄리엣의 서사 역시 감정의 축적보다는 단선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결혼을 강요받는 상황에서도 갈등이 깊이 있게 누적되기보다는 비교적 가볍게 처리되며, 웨딩드레스를 발코니 아래로 던지고 곧바로 신부를 찾아가는 전개는 즉각적인 감정 표현에 가깝다. 작품 내에서도 그녀의 갈등은 다소 직선적으로 제시되며, 이러한 설정은 이후 선택의 무게를 충분히 지탱하지 못한다.
신부 역시 사건을 설계하고 수습하는 인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어 있다. 독약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제시하면서도 이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충분히 제시되지 않으며, 비극이 발생한 이후에는 신을 원망하며 떠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는 원작에서 사건을 설명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역할과 비교할 때, 구조적 완결성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주요 선택들이 긴밀하게 연결되기보다 개별적인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비극이 필연적으로 전개되기보다는 각각의 사건이 이어 붙여진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벤볼리오가 편지를 전달하는 장면은 예외적으로 설득력 있게 구성되어 있다. 편지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줄리엣의 죽음을 전하는 그의 상태와, 이를 듣고 편지를 읽지 않고 즉각 베로나로 돌아오는 로미오의 선택은 감정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극적 긴장을 효과적으로 유지한다.
결국 원작과 같이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으로 끝나고, 두 가문은 화해한다. 그러나 “이럴 것이라면 왜 처음부터 화해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는 원작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갈등이 반복적으로 설명되었기 때문에 그 간극이 더욱 크게 드러난다.
이 뮤지컬은 갈등을 단순한 전제가 아니라 베로나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로 강조한다. 그러나 그렇게 축적된 갈등이 마지막에 급격히 해소되면서, 오히려 전체 서사가 느슨해지는 인상을 남긴다. 설명이 많았던 만큼, 결말에서 요구되는 설득력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음악과 퍼포먼스의 완성도가 높고, 배우들의 보컬과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공연 자체의 몰입감은 충분히 확보된다. 서사적 설득력과는 별개로, 무대 위에서 전달되는 감정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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