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Misérables
레미제라블

여러 프로덕션으로 레미제라블을 관람했지만, 이번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은 다시 한번 고전의 힘을 실감하게 했다. Ian McIntosh의 장발장, Oliver Savile의 자베르, Joe Griffiths-Brown의 앙졸라스, Sammy Jones의 가브로슈를 비롯한 뛰어난 배우들과 탁월한 음향, 치밀한 연출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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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초연 및 나의 관람 기록
세계 초연 연도:
1985
리뷰어 관람 연도:
2026
공연 극장명:
손드하임 씨어터
프로덕션:
웨스트엔드
REVIEW
손드하임 극장에서 받은 첫인상은 매우 좋은 음향이었다. 스피커가 무대와 객석 곳곳에 잘 숨겨져 있어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장대한 소리가 공간 전체를 채우는 효과가 컸다. 무대 앞에는 이 작품의 동선에 맞춰 설계된 듯한 맞춤형 프로시니엄이 설치되어 있었다. 무대 왼쪽에는 배우들이 관객석 앞쪽까지 나올 수 있도록 출입구가 연장되어 있었고, 오른쪽에는 테나르디에 부부가 「One Day More」에서 노래하는 발코니가 자리했다. 장발장이 석방된 뒤 물을 마시는 샘물까지 무대 밖으로 이어지며 제4의 벽을 확장했지만, 모든 장치가 지나치게 객석을 침범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절제되어 있었다.
오케스트라 피트는 관객석 쪽으로 약 50cm 정도만 나와 있었고 지휘자도 머리 정도만 객석에서 보이는 구조였다. 관객이 오케스트라의 존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무대와 1열 사이의 거리는 채 1m도 되지 않았다. 두 번 모두 1열에서 관람했는데, 첫 번째에는 무대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 두 번째에는 지휘자 바로 왼쪽에 앉았다. 일반적으로 너무 앞쪽에서는 음향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쉬운데, 이 극장은 프런트 필 스피커의 설계와 조정이 매우 잘되어 있었는지 두 자리 모두 음향이 놀라울 만큼 좋았다.
두 번의 공연에서 무엇보다 Ian McIntosh의 장발장이 압도적이었다. 토요일 첫 관람 때보다 화요일 공연에서 노래가 훨씬 안정적으로 들렸는데, 토요일에는 마티네에 이어 그날 두 번째 공연을 했다는 점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다. 죄수 시절에는 거친 분장과 짧은 머리, 머리 두 곳이 듬성듬성 비어 보이도록 만든 모습으로 험악한 인상을 완성했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박탈감, 분노가 얼굴과 몸 전체에서 드러났고, 정말 그대로 내버려두면 다시 감옥에 갈 만한 죄를 저지를 수도 있을 것 같은 인물로 보였다. 노래 역시 절박했다. 음절을 부분적으로 끊어내면서도 호흡의 흐름은 길게 이어가며 장발장의 불안정한 심리를 표현했다.
그러나 주교에게 은촛대를 돌려받은 뒤 「Valjean’s Soliloquy」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허공을 바라보며 인간의 선함과 신의 사랑을 처음 깨닫는 순간부터, 분장은 그대로인데 얼굴에서 갑자기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감정을 조절하며 차분하게 쌓아 올리다가 마지막에는 록 발성처럼 힘 있게 내지르며 장면을 끝냈다. 같은 사람이 불과 몇 분 만에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보였다.
Ian McIntosh는 「Bring Him Home」에서도 호흡과 프레이징을 세밀하게 조절했다. 마지막 구절은 긴 호흡으로 끝까지 이어가며 곡을 완성했다. 두 번째 관람에서는 오페라글라스를 들고 표정과 입 모양까지 집중해서 보았는데, 소리를 크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객석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놀라웠다. 1열에서 처음에는 맨눈으로 무대 전체와 주변 인물들의 반응까지 보다가, 이어 오페라글라스로 장발장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연기 역시 매우 세밀했다. 죄수 시절의 거칠고 불안정한 걸음걸이는 시장이 된 뒤 자연스럽게 달라졌고,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서 몸의 중심과 움직임도 조금씩 변했다. 집의 대문을 걸어 잠글 때 유난히 크게 들리던 소리, 바리케이드에서 잠든 마리우스를 지그시 바라보는 눈빛, 하수구의 무거운 철문을 열기 위해 온몸으로 힘을 쓰는 동작까지 모두 장발장이라는 인물을 완성하는 요소였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가석방 문서가 무대 앞쪽으로 떨어져 여러 장을 주웠고, 나중에 동료가 스테이지 도어에서 Ian McIntosh를 기다렸다가 그중 한 장에 사인을 받아 내게 주었다.
Oliver Savile의 자베르 역시 Ian McIntosh와 함께 공연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입을 크게 열어 자음을 분명히 만들었고 발음은 음원을 듣는 것처럼 명료했다. 음정이 정확하고 음색도 좋아, 노래가 시작되면 대사와 선율이 객석으로 곧게 전달되었다.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차갑고 오만한 시선과 약간 속물적으로까지 보이는 표정도 자베르의 성격에 잘 맞았다.
특히 장발장이 자베르를 풀어준 뒤의 변화가 뛰어났다. 처음에는 자신의 질서와 신념이 곧 신의 뜻이라고 믿으며 오히려 신에게 도전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장발장이 자신을 살려주고, 자신이 알고 있던 죄인과 의인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갑자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변했다. 장발장이 자신을 살려준 순간 자신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처럼 보였다. 이후에는 음향에 리버브가 더해져 낮은 음역이 깊게 울렸고, 죽음이 서서히 자베르에게 다가오는 듯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1열에서 오페라글라스로 그 변화를 따라가니, 자베르의 마지막 선택이 단순한 절망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 전체가 붕괴한 결과라는 것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Joe Griffiths-Brown의 앙졸라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Café Musain에서 “The time is near! So near it’s stirring the blood in their veins!”를 처음 부르는 순간부터 목소리에 힘이 있었고, 학생들을 이끄는 인물로서 중심이 분명했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에서는 학생들 모두가 좋은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특히 Feuilly가 부르는 “The blood of the martyrs will water the meadows of France!”는 원래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목인데, 배우의 힘 있는 목소리 덕분에 극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멀티롤 캐스팅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Joe Griffiths-Brown은 초반에 장발장에게 가방을 던지는 인물로 먼저 등장했고, 앙졸라가 죽은 뒤 코제트의 결혼식에서는 웨이터로 다시 나타났다. 방금 전까지 앙졸라의 죽음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있었는데, 같은 배우가 촐랑거리며 웃고 장난스럽게 춤을 추며 등장해서 너무 웃겼다. 비극의 감정을 그대로 끌고 가지 않고 결혼식 장면의 분위기로 순식간에 전환시키는 데에도 이 멀티롤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랑테르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흥미로운 잔연기를 보여준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바리케이드 뒤에서 적군의 경고 노래가 들려올 때는 바닥에 몸을 딱 붙이고 드러누웠고, 총격전이 시작된 뒤에도 다른 학생들이 총을 들고 싸우는 동안 혼자 몸을 웅크리거나 숨어 있었다. 확고한 신념으로 혁명에 참여한 사람이라기보다 친구들에게 휩쓸려 이곳까지 따라온 평범하고 겁 많은 청년처럼 보였다. 마리우스가 사랑에 빠진 모습을 보며 평범한 일상과 오페라를 이야기하고, 갈등이 깊어질수록 술을 더 마시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특히 가브로슈와의 관계가 지금까지 본 여러 레미제라블 프로덕션 가운데 가장 친밀하고 감성적으로 표현되었다. 그랑테르는 가브로슈에게 자꾸 술을 권하면서도 아이를 가까이 두고 챙겼다. 가브로슈가 죽었을 때는 총을 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매달린 채 절망했다. 친구들이 차례로 죽은 것을 확인하고 마리우스까지 죽었다고 생각한 뒤에야, 바리케이드 위로 올라가 몸을 곧게 세우고 스스로 죽음을 맞았다. 비겁함을 극복하고 갑자기 영웅이 되었다기보다, 더는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사람이 친구들과 같은 운명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Sammy Jones의 가브로슈는 운 좋게도 두 번 모두 같은 배우가 맡았다. 노래가 깔끔했고 연기도 능숙했다. 사실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자 파리의 거리를 지배하는 인물은, 자신의 노래 가사 그대로, 다름 아닌 가브로슈처럼 보였다. 어린아이가 거리의 권력자들에게 중지를 치켜들고 “Vive la France!”를 외치며 탄약을 주우러 나갔다가 죽는 순간에는 세상이 끝나는 것 같았다. 험한 세상을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아간 역사 속 인물을 어린 배우가 놀라울 만큼 노련하게 표현했다. 가브로슈가 사라지고 나자 바리케이드뿐 아니라 파리 전체가 갑자기 생명력을 잃은 듯했다.
Martha Kirby의 판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북미 투어의 판틴들과는 해석이 달랐다. 북미 투어에서는 Juliette Redden이 울림이 큰 메조 톤으로 판틴을 연기했고, 메인 캐스트였던 Lindsay Heather Pearce는 조금 더 밝고 강인한 음색으로 분명한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두 배우 모두 공장 장면에서 맞서 싸우고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반면 웨스트엔드의 Martha Kirby는 훨씬 무력하고 처절한 판틴을 만들었다. 공장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당했고, 나중에 장발장에게 “Please do not mock me”라고 말할 때도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판틴은 처음에는 장발장을 위선자처럼 바라보았고, 죽어갈 때는 장발장보다 눈앞에 나타난 코제트를 바라보는 듯했다. 웨스트엔드의 판틴은 죽는 순간의 동작이 더 크고 슬픔도 외부로 강하게 드러났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다소 과하다고 느꼈지만, 두 번째 관람에서는 오히려 전체 연출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덕션은 모든 배우가 작은 표정과 몸짓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향이었고, 공연 전체를 이해하고 나니 판틴의 죽음도 더 이상 과하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세밀한 연기에 감탄하게 되었다.
Lucia McLaughlin의 코제트는 외모와 이미지가 역할에 잘 맞는 전형적인 타입 캐스팅이었다. 여리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장발장에게 보호받으며 성장한 코제트의 맑은 면모가 자연스럽게 보였다. 다만 지금까지 본 거의 모든 프로덕션에서 코제트가 매우 조밀하고 빠른 비브라토를 사용하는 점은 여전히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코제트는 스위니 토드의 조안나처럼 높은 소프라노 음역을 요구하는 역할이다. 조안나의 가늘게 떠는 비브라토는 캐릭터의 불안과 광기를 표현하는 장치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코제트에게는 같은 발성을 요구할 만한 서사적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이는 Lucia McLaughlin의 기량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과 캐스팅 디렉터가 지속적으로 선호해온 발성 스타일에 가까워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조밀한 비브라토보다 맑고 곧게 꽂히는 소리를 더 선호한다.
Thiago Phillip Felizardo의 마리우스와 Jess Folley의 에포닌도 모두 노래를 잘했다. 음정이 안정적이고 강하게 터뜨려야 하는 넘버에서는 충분한 힘을 보여주었다. 다만 잔잔한 노래에서는 마리우스의 벤딩과 에포닌의 비음이 섞인 가벼운 발성이 다소 거슬리는 지점이 있었다. 배우들이 노래를 못해서가 아니라 최근 영어권 뮤지컬에서 자주 선호되는 발라드식 발성의 문제에 가까웠다. 코제트의 조밀한 비브라토와 마찬가지로, 배우 개인보다는 제작진과 캐스팅 방향의 취향으로 보였다.
Chris Kiely의 테나르디에와 Mina Anwar의 마담 테나르디에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 부부는 악역이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 잘 만들어져 있어 프로덕션마다 해석의 톤이 상당히 달라도 대부분 재미있게 받아들여진다. 이번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에서는 세상에 닳고 닳은 사기꾼의 모습과 품위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간교함이 두드러졌다. 북미 투어의 테나르디에 부부에게는 어떻게든 체면과 품위를 유지하려는 면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이곳의 두 사람은 그런 것에 거의 관심이 없어 보였다. Chris Kiely는 코믹한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 웃음을 끌어냈고, Mina Anwar는 선이 굵은 연기로 부부의 균형을 잡았다. 악역임에도 커튼콜에서는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앙상블도 전체적으로 매우 수준이 높았다. 남녀 배우 모두 노래와 연기가 안정적이었고, 작은 역할로 등장할 때도 각자의 인물이 살아 있었다. 「One Day More」에서 앙졸라스 오른쪽에 서 있던 여성 앙상블 배우는 강렬하면서도 깨끗한 소프라노를 들려주었다. 갑자기 힘찬 고음이 터지는 순간이 매우 기분 좋았고, 같은 배우가 이후 「Empty Chairs at Empty Tables」에서는 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노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주요 배역뿐 아니라 앙상블까지 모두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 이 공연의 완성도를 받치는 가장 큰 힘 가운데 하나였다.
Elle Robson의 어린 코제트는 작고 여린 목소리로 불안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Teddie Harper가 맡은 어린 에포닌은 대사가 한마디도 없는데도 짧은 등장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엄마를 바라볼 때는 사랑받고 싶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다가, 코제트를 향해서는 곧바로 심술궂게 얼굴을 찌푸렸다. 부모 앞에서 보여주는 얼굴과 자신보다 약한 아이에게 보여주는 얼굴이 순식간에 달라지며 어린 에포닌의 이중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여러 장면의 연기가 다소 강하다고 느껴졌다. 판틴의 죽음도, 학생들의 작은 반응도, 인물들이 무대 뒤편에서 계속 이어가는 잔동작도 처음에는 조금 과해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공연을 끝까지 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작진이 추가한 듯한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가 마지막까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세다고 생각했던 연기들이 모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고, 공연 전체를 놓고 보니 수많은 톱니바퀴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레미제라블은 여러 번 보았지만, 이번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을 다시 보고 나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이 ‘the best musical of all time’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을 나서며 영국인 부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축구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공연 이야기로 이어졌고, 공연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나는 “This show is the total package.”라고 말했다. 극본과 음악, 연출, 배우들의 실행력까지 어느 하나 빠진 것이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Except the chairs!”라고 덧붙였다. 부부는 손드하임 극장을 최근에 리모델링했는데도 좌석이 그렇게 불편했느냐고 물었다. 전날 관람한 오페라의 유령의 의자는 매우 편안했던 반면, 손드하임 극장의 좌석은 아주 나쁘다기보다 앉아 있으면 몸이 조금씩 앞으로 미끄러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좌판과 등받이의 각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좌석의 밑받침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앞쪽을 조금 높여주는 얇은 패드를 의자에 일괄적으로 덧씌우는 방식이라면 비교적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최고의 뮤지컬을 보고 나온 뒤에도 결국 의자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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