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Man
더 라스트맨

좀비로 인해 세상이 붕괴된 상황에서 한 생존자가 방공호에 스스로를 가둔다. 그는 영상 기록을 남기며 생존을 이어가고, 곰인형과 대화를 나누며 과거와 사회를 떠올린다. 밖으로 나갈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지만 두려움에 결정을 미룬다.
Musical Reviews › Korean Original › 2026
관람 년도:

이 아카이브에 포함된 포스터는 기록 및 교육 목적에 한하여 게재된 것입니다.
🔗 모든 이미지는 원 출처나 관련 기사와 연결되어 있으며, 저작권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초연 연도:
2021
관람 연도:
2026
극장명:
링크더스페이스
Related Pages
K-Musicals in Non-English-Language Markets:
줄거리 & 리뷰
줄거리
정장과 타이, 드레스셔츠와 구두를 들고 한 남자가 지하실로 들어온다. 그는 출입문을 세 개의 자물쇠와 다섯 개의 걸쇠로 단단히 잠근다. 좀비의 습격으로 외부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변했고, 이를 오래전부터 예견해 온 그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B-103 방공호로 간신히 들어온다. 자신이 마지막 생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전기로 호출해 보지만 아무런 응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휴대전화를 켜고 방공호 내부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통신망은 이미 마비되어 영상을 전송할 수 없지만, 언젠가 누군가 이 기록을 보게 되기를 바라며 자신의 상황과 생존 계획을 설명한다. 하루 최소 1,200kcal로 1년을 버틸 수 있도록 비축한 식량과 물, 공기 정화 장치, 그리고 감자와 화분까지 소개한다. 영상의 끝에서 그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좀비의 존재는 실제로 등장하기보다 기계음과 조명의 변화로 암시되며, 무대가 어두워지면 푸른 빛이 공간을 감싼다.
그가 사용하는 종이는 책상 위에 놓인 입사지원서의 이면지이다. 그는 때때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100일이 지난다. 그는 다시 영상을 찍으며 초코파이에 얇은 생일 초를 꽂고 스스로 생일을 축하한다. 초코파이 상자로 만든 ‘정(情)’이라는 글자를 머리에 쓰고, 사람 사이의 정과 과거 친구들, 어머니의 사랑을 떠올린다.
쥐 소리에 놀라 방공호를 뒤지던 그는 낯선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 속에는 어린 시절 신발과 해리포터를 보고 샀던 마법 지팡이, 그리고 커다란 곰인형이 들어 있다. 그는 곰인형과 대화를 나누며 이름을 지어주려 한다. “버텨야 한다”는 곰인형의 말에 그는 ‘존버’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는 퇴근 후 친구들과 삼겹살과 맥주를 마시던 기억, 캠핑을 떠났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곰인형과 끝말잇기를 하지만, 나오는 단어들은 모두 취업과 관련된 것들뿐이다. 스펙, 인적성 검사, 포트폴리오.
벽에 걸린 천을 걷어내자 사원증과 정장 구두, 랩탑 가방이 드러난다.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절규한다.
폭우로 방공호에 물이 차오른다. 그는 물을 퍼내며 필사적으로 버티고, 젖어버린 곰인형을 짜서 침대에 눕힌다. 다시 영상을 찍으려 하지만 단전과 침수로 휴대전화마저 꺼진다. 그는 물을 헤치듯 다리를 끌며 걷고, 물을 피해 의자 위에 쪼그리고 앉아 기록을 남기려 한다. 점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무너져 간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곰인형은 밖으로 나가자고 말한다. 그는 모두가 죽었고 갈 곳이 없다고 하지만, 곰인형은 “집으로 가자”고 말한다. 그는 자신에게도 집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문을 열기 위해 자물쇠와 걸쇠를 모두 풀지만, 두려움에 다시 문을 닫는다.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원래 집이 없었다”고 절규한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인데, 혼자 남은 자신도 인간인지 되묻는다.
시간이 흐르고, 식량과 물은 모두 상하고 방공호는 곰팡이와 벌레로 가득 찬다. 그는 점점 쇠약해지고, 구석에 웅크린 채 중얼거리는 상태에 이른다. 그때 무전기에서 모르스 신호가 들려온다. 누군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그는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방공호에 들어온 지 1년이 되는 날, 문밖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구조사를 위해 방문한 조사원이다. 그는 좀비가 사람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옷을 갈아입는 사이 그 사람은 떠나고 만다.
그는 그것이 좀비의 속임수였다고 믿으며 문을 더욱 봉쇄한다. 그러나 밖에서는 여전히 일상의 소리와 뉴스 방송이 들려온다. 그는 끝내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가방을 멘 채 타이를 고쳐 매고 멀리 응시한다.
리뷰
2026년 5월 Southwark Playhouse Elephant에서 한 달간 예정된 공연 소식을 보고 기대하며 서울 프로덕션을 찾았다. 무대는 반지하 혹은 지하의 원룸을 연상시키는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는 좀비의 출현을 몇 달 전부터 예견하고 은신처를 준비해 두었다고 말한다. 집의 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책상 위에는 그가 그린 좀비의 얼굴이 여러 장 놓여 있었다. 사람의 얼굴이지만 눈이나 입이 변형된 모습이었다. 모든 벽면은 단단한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고, 유일한 철문은 견고하게 잠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안에서 밖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구멍만이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이었다.
공연은 처음부터 시원한 록 넘버로 시작한다. 직선적으로 꽂히는 깔끔한 록이었고, 1인극이라는 형식 안에서 극의 밀도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동했다. 곡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대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구조 속에서도 적절한 코믹 포인트가 배치되어 관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졌다. 부산행, 워킹 데드, 마션, 해리포터 등 다양한 작품을 레퍼런스로 활용해 상황을 빠르게 정착시키는 방식도 효과적이었다. 특히 헤르미온느를 좋아하는 인물 설정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매개체로 ‘영상 기록’을 선택한 점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배우의 휴대전화 화면이 무대 위 여러 모니터로 송출되며, 고립된 공간과 외부 세계의 단절이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곰인형 ‘존버’는 생존자의 내면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두려움 속에서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동시에,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대신 발화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이번 시즌 한국 공연은 네 명의 배우가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배우에 따라 방공호에 들어오기 전까지의 고립 원인이 달라지고, 대사와 소품 역시 달라진다고 한다. 스스로를 격리하게 되는 이유는 성취 실패, 배신, 건강 문제, 파산, 부적응, 우울증 등 무수히 다양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어느 나라에서도 적용 가능한 서사를 만든다. 이 점이 더 라스트맨이 세계 어디에서나 공연될 수 있는 중요한 강점이다. 여기에 음악적 완성도까지 더해져 확장 가능성은 더욱 커 보인다.
이번에 관람한 공연에서는 취업 실패 혹은 경력 단절 이후 재취업이 어려운 인물을 묘사한 것으로 보였다. 그의 입사지원서는 결정적인 소품이었다. 캠핑 때 목에 걸고 다녔던 둥근 가죽 파우치는 나중에 나침반이라고 설명되지만, 그는 그것을 사원증이라 부르며 상상 속 회사 생활을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방공호에서 나가기로 결심했을 때도 그는 정장과 구두 등 ‘회사에 필요한 물건’을 먼저 챙긴다. 그는 사람을 싫어해 스스로를 격리한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거부당했기 때문에 자신을 가둔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그 현실을 직시할 힘이 없다.
자신을 가둔 문을 향해 절규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니,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Value of Living’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공연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는 점점 무너져간다. 수해로 가구는 이미 흐트러졌고, 바리케이드를 쌓으며 공간은 더욱 무질서해진다. 방공호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가 준비한 식량은 일부가 상했지만 원래 1년을 버틸 수 있도록 계획된 것이었고, 그는 이미 그 시간을 버텨냈다. 이 시점에서 그가 왜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렸는지, 그리고 나갈 것인가 머무를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이 드러나며 배우의 연기력이 집중된다. 내가 관람한 김찬종 배우는 매우 안정적인 노래와 함께 코믹 타이밍과 혼란스러운 감정 연기를 모두 잘 보여주었다.
극의 여운이 강해 환호보다는 조용한 박수가 이어졌고, 나 역시 배우가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멈출 수 없었다.
공연 시작 전 안내 멘트가 다시 떠올랐다. 관람이 어려울 경우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도 된다는 안내였다. 나갈 수 없어 갇혀 있는 인물을 바라보며, 나갈 수 있는 관객은 스스로의 의지로 공연을 끝낼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 순간, 관객은 이미 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경험하게 된다. 나갈 수 있는 자유.
이 작품은 현대인의 고독사 뉴스를 보고 구상되었다고 한다.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존재가 있다면 삶을 지탱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동시에 아이들 역시 나를 지탱해 주는 존재이다.
생존자에게도 가장 사랑하는 존재는 어머니로 제시된다. 그러나 그는 어머니를 만나러 집으로 돌아갈 용기를 끝내 내지 못한다. 그를 구원할 수 있는 길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