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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hantom of the Opera

오페라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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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다려 온 히즈 마제스티 극장의 오페라의 유령은 감동에 압도되기보다 무대를 관찰하는 즐거움을 안겨준 공연이었다. 선명한 음향, 콜린 로즈 커런의 빛나는 크리스틴, 그리고 상징적인 트랩도어의 복원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매력을 새삼 확인하게 했다.

Musical Reviews › West End › 2026

20260713-The Phantom of the Opera

소장 프로그램북 이미지로, 아카이브 용도로만 게재합니다

세계 초연 및 나의 관람 기록

세계 초연 연도:

1988

리뷰어 관람 연도:

2026

공연 극장명:

히즈 마제스티 씨어터

프로덕션:

웨스트엔드

REVIEW

대서양을 사이에 둔 두 대륙에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오페라의 유령》을 세 번 관람하게 되었다. 지난달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미 투어 공연을 두 번 보았고, 지난주에 처음으로 런던 His Majesty’s Theatre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20여 년 전부터 브로드웨이 Majestic Theatre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곤 했다. 미국의 극장들은 대개 빌딩 사이에 끼어 있어서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면 화려한 간판과 닫힌 출입구 앞에 모여든 관객들로 장관을 이루지만, 건물 외관 자체는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His Majesty’s Theatre는 코너에 자리 잡은 건물부터 아름다웠다. 공연이 끝난 뒤 밖으로 나왔을 때 조명이 켜진 극장의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내부 로비와 계단은 처음에는 여느 오래된 극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기념품을 사기 위해 들른 부스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참(charm)을 사겠다고 했더니 판매 직원이 영국식 발음으로 되물었다.

“Charm?”

“Charm! Your accent is beautiful. Would you say that again?”

“Charm.”

그 한마디에 즉시 기분이 좋아지면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풀어 올랐다. 조금 전까지 평범하게 보이던 계단과 복도도 갑자기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여기는 브로드웨이가 아니야!

《오페라의 유령》은 브로드웨이와 한국에서 워낙 많이 본 작품이라 시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좌석도 여유가 있어 동료와 함께 오래전에 1열을 예매해 두었다. 바로 앞에는 그물망도 없이 오케스트라 피트가 펼쳐져 있었고 무대도 매우 가까웠다. 프로시니엄과 샹들리에는 벌랩으로 감싸여 있었는데, 나는 여느 때처럼 스피커 배치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천장의 딜레이 스피커와 무대 앞 프론트 필 정도만 눈에 들어왔고, 나머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케스트라가 입장하면서 바로 앞의 플루트 연주자와 여러 차례 눈인사를 나누었다. 지휘자가 들어오고 옥션 장면이 시작되자 음향은 울림을 최소화하고 자연음에 가깝게 세팅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배우들의 발음도 매우 선명했고, 공연장 전체에 균일하게 소리가 퍼졌다. 브로드웨이에서도 늘 부러웠는데,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도 과도한 리버브와 저음 위주의 증폭보다 이런 자연스러운 음향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울의 노래와 함께 666번 샹들리에에 불이 들어오면서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샹들리에는 처음부터 바닥에서 약 10cm 정도 떠 있는 상태였고, 전통적인 길쭉한 형태가 아니라 보다 둥근 새로운 디자인이었다. 관객 머리 위를 지나 올라가는 동선은 기존과 비슷했지만, 무대 안쪽 박스석을 가리던 천이 내려가며 화려한 금색 기둥과 얇은 아치가 드러나는 장면은 북미 투어보다 훨씬 정교했다.

프로시니엄 기둥은 조각상 대신 균열을 표현한 디자인이었는데, 그 틈 사이로 숨겨진 스피커가 살짝 보였다.

칼롯타의 노래로 시작되는 「Hannibal」 리허설에서는 뜻밖에도 피르망(Martin Ball)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큰 동작을 하지 않아도 존재감이 있었고, 「Notes」와 「Il Muto」에서도 좋은 저음으로 노래하며 관객이 가득 찬 객석을 즐기는 대사를 자연스럽게 덧붙였다.

무대 자체는 한 달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북미 투어와 비슷했지만 차이도 있었다. 북미 투어에서는 샹들리에가 불꽃만 튀기고 흔들릴 뿐 하강하지 않았고, 오페라 하우스 지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Why So Silent」 이후 팬텀이 사라지는 트랩도어도 없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트랩도어를 보게 되어 반가웠고, 팬텀이 정확한 위치를 맞추며 사라지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뉴 오케스트레이션이라 퍼커션은 제외되어 있었고, 키보드는 중앙 뒤쪽에 하나, 양쪽 끝에 하나씩 배치되어 있었다. 관악기 바로 앞자리였기 때문에 오보에 소리가 특히 아름답게 들렸다. 그런데 인터미션에는 바이올린 주자가 활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객석에서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공연 중에는 특정 마이크 픽업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커튼콜 후 지휘자가 단원들에게 "See you tomorrow."라고 말하자 한 단원이 "Tomorrow, not now?"라고 농담하는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리는 것을 보니 더욱 흥미로웠다.

1막 마지막 「Go!」와 함께 샹들리에가 떨어질 때도 바닥에 바로 충돌하지 않고 공중에서 한 번 멈춘 뒤 조금 더 내려왔다. 인터미션이 시작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다시 샹들리에를 올리기 시작해서 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시간은 없었다. 대신 많은 관객들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고, 나도 샹들리에가 올라가는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이 가능한 시점과 금지되는 시점을 명확하게 안내해 주어서 오히려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아버지 무덤 장면은 북미 투어와도 달랐다. 웨스트엔드 버전은 오히려 2023~2024년 한국 라이선스 공연과 비슷했다. 덩굴식물로 덮인 트래블레이터와 무덤 게이트의 디테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덤 비석에는 1821–1870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프로덕션마다 생몰연도가 다른 이유도 궁금해졌다.

라울, 크리스틴, 팬텀의 트리오는 안정적이었다. 다만 "Come to me, Angel of Music."은 최면이나 주술처럼 유혹하는 느낌보다는 담담하게 들렸다. 라울을 향해 쏘는 불총은 다소 아쉬웠지만, 팬텀이 전쟁을 선언한 뒤 화염이 치솟는 순간에는 1열까지 열기와 화약 냄새가 그대로 전달되어 앞줄 관객들이 잔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틴 역의 Colleen Rose Curran은 얼터네이트 배우였지만, 한국 외에서 본 크리스틴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맑고 청아한 음색이었고, 팬텀이 집착할 만한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이 끝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크게 환호했다.

팬텀과 라울도 평균 이상이었다. 다만 이번 크리스틴은 라울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옥상 장면에서는 라울의 고백에 소녀처럼 꺄륵꺄륵 웃었고, 「Masquerade」에서도 장난스럽게 라울을 찾았다. 그래서 Final Lair에서 갑자기 팬텀을 불쌍하게 여기며 키스하는 감정 변화는 다소 급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는 극본 자체가 가진 오래된 과제이기도 하다. 반면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는 팬텀을 두려워하면서도 경외하고 매혹되는 감정을 함께 표현해서 감정선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졌었다.

칼롯타도 노래를 매우 잘했고, 피앙지는 몸집이 크지 않아 「Notes」에서 팬텀이 살을 빼라고 경고하는 대사가 오히려 웃음을 자아냈다. 칼롯타의 두꺼비 소리 역시 정말 실감 났다.

「Don Juan Triumphant」와 「The Point of No Return」은 팬텀의 음색 때문인지 다소 가볍게 들렸다. 그러나 크리스틴과의 이중창 장면에서 보여준 두 배우의 동선과 신체 표현은 한국 프로덕션보다 훨씬 감각적이었다.

라울은 마담 지리와 헤어진 뒤 트래블레이터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왼쪽으로 걸어 퇴장했다. 처음 보는 동선이라 신선했다.

Final Lair에서는 앙상블의 「Track Down This Murderer」가 매우 선명하게 들렸고, 팬텀의 첫 외침인 "Bravi!"도 놀랄 만큼 명료했다. 이 극장의 뛰어난 음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커튼콜이 끝난 뒤에는 약 3분 동안 Exit Music을 촬영했다. 공연 전부터 눈인사를 나누었던 플루트 연주자에게는 "Thank you."라고 인사를 건넸다. 평소 관악기 앞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객석으로 소리가 잘 올라오는지도 물어보았는데,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 진동까지 전해지는 덕분에 나는 현악기 앞보다 관악기와 금관악기 앞자리를 더 선호한다고 이야기했다.

뉴 오케스트레이션 덕분인지 음향은 매우 명료했지만 전체적인 위압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2005년 브로드웨이에서 Hugh Panaro가 보여주었던 벼락 같은 존재감이나, 한국에서 김주택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음압의 카리스마를 기대했던 탓인지 이번 팬텀은 전체적으로 정제되고 깔끔한 인상이 강했다.

웨스트엔드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꼭 보고 싶었는데, 막상 이루고 보니 공연을 즐기기보다 분석하며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이어지고 있는 His Majesty’s Theatre에서 이 작품을 직접 만났다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관람이었다.

이 갤러리의 사진은 촬영이 허용된 경우 직접 촬영했거나, 소장 중인 프로그램·티켓·기념품을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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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업데이트: July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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